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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사람

젊음도 사랑도 소중했구나

by larinari 2025. 7. 1.

 
병원에 갔다가 돌아왔는데. 정문 근처의 연보라색 수국이 자꾸 윙크를 해서 오전 산책을 하게 되었다. 수국 옆에 엉겅퀴 같이 생긴 애가 있어서 "이름이 모니?" 했더니 "리아트리스"란다. 이러고 놀고 있는데. 저쪽에서 주황색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아기를 앞으로 안고 살살 걷고 있는 것이다. 너무 예뻐서 슬쩍 사진에 담았다. 목발에 의지해 천천히 걷는 내 속도와 그의 걷는 속도가 비슷하다. 가만 보니 꽃이 보이면 그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너무나 예쁘고 마음이 뭉클했다. 
 
모두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 지금 상가 빠바와 메가커피에는 어린이집 보낸 엄마들로 바글바글이다. 저 엄마는 아직 24시간 독박 육아 중이구나. 그 와중에 아기를 안고 산책을 나왔네. 아기에게 꽃을 보여주며 뭐라 말하고 있을까? 왈랑거리는 마음 부여잡고 슬슬 뒤따라 걸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다. 세상에, 아기는 또 얼마나 예쁜지... 꽃 같고 별 같이 예쁘다. 뒷모습이 보기 좋아서 사진 찍을 뻔했어요. 사진 찍고 싶게 예뻐요. 라고 했더니 "제 카메라로 찍어 주세요." 한다. 앗싸 아~! 꽃 앞에서 사진 여러 장을 찍어 주었다. 
 
아기랑 꽃 보는 것 참 예뻐요. 뒤에서부터 따라왔어요. 했더니 아기가 처음 이렇게 나온 것이란다. (사실 나는 아기 걱정보다 엄마 걱정... 아기랑 갇혀서 보냈을 엄마의 시간이 더 걱정이었다.) 이 아기는 둘째인데 큰 아이가 있어서 관심을 써주질 못한다고, 처음으로 둘이 나왔다고 한다. 아이 키우느라 힘든 시간일 텐데, 그래도 제 눈에는 참 좋아 보여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하고 헤어졌다. 몇 걸음 더 걸으며 엄마와 아기를 위해 기도했다. 아이들 어릴 적에 눈 뜨면 출근하기 바빠서 저런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아쉽고 아쉬워라... 지나 봐야 아는 아쉬움이며 젊은 날의 사랑이지. 우리 큰 아기 채윤이 점심에 맛있는 거나 만들어줘야겠따!
 
이상은이 부릅니다. 언젠가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사랑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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