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설렁탕은 현승이가 애정하는 식당입니다. 명일동에서 수영할 때 수영 마치고 서훈이랑 같이 가서 처음 먹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신선 설렁탕은 빡센 수영 후 성취감에 취한 맛이고, 우정에 취한 맛입니다. 가끔 현승이는 뜬금없이 신선 설렁텅에 가자고 합니다. 누나의 레슨, 엄마의 일이 함께 있었던 이번 주 어느 날 신선 설렁탕 그것도 '길동점'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신선 설렁탕에는 얽힌 이야기가 많네요.
(벌써) 재작년 여름 휴가 때 부산의 어느 카페였지요. 아빠가 교회를 사임할 거라는 폭탄선언을 했지요. 어딘지 모르겠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 가게 될 것이고 전학도 해야 한다. 물론 교회도 옮긴다. 두 녀석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다다다 말로 먼저 반응이 나오는 채윤이, 말을 잃은 현승이. 말 대신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걸 참기 위해 천장을 바라보던 현승이가 그랬지요. '나 전학 가려면 학교 이제 안다닐거야. 교회도 이제 안다녀.' 그럼 뭘 할 거냐는 말에 '신선설렁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겠다'고 선언을 했었드랬습니다.
어쨌든 며칠 전 오랜만에 길동점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보통 현승이는 '어린이용'을 시켜서 먹습니다. 양이 적은 현승이에게는 것두 좀 많다 여겨지지요. 헌데 주문을 하려는데 어린이 설렁탕은 싫다고 그냥 보통 설렁탕을 먹겠다고 조용히 고집을 부립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주문받으시는 분이 서 계시니 편히 말을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머뭇머뭇 손가락으로 가리킨 메뉴판. '어린이설농탕-10세 미만의 어린이용' 입니다. 아, 맞다! 현승이가 며칠 전 11세가 되었어요! 깨알같이 지킬 건 지키는 현승이가 규칙을 어기며 '어린이설농탕'을 먹을 수는 없었던 것이네요.
그렇군요. 현승이가 열한 살이네요. 벌써 열한 살이에요. 조금만 더 크면 신선설농탕에서 알바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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