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저녁 메뉴로 오징어 불고기를 선택했는데, 베란다에 자리를 깔고 네 식구 판을 벌여보는 것은 어떨까? 주방장 제안에 식구들은 열화와 같은 오케이 땡큐 베리마치!를 외치다.
언제부턴가 우리집에 들여오는 화분들이 도통 죽어나가질 않는다. 주부 1,2년 차 때 진짜 많은 허브들이 내 손에 죽어나갔는데....ㅎㄷㄷ
1층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높은 층으로 올라오니 햇볕 받쳐줘, 통풍 받쳐줘, 화분들이 참말로 이쁘게 잘 커준다. 해서, 요즘은 이맘 때면 이쁘게 줄 서 있는 화분 옆에서 책보는 맛이 어디 비길 데가 없다.
헌데, 요놈들 도열하고 있는 곁에서 직접 구워먹는 오징어 불고기라니.... 음하하하...
새롭게 떠오르는 심부름 짱 현승이가 사이다 사러 수퍼 간 사이에 젤 먼저 자리를 잡고 앉은 채윤이. 날이 갈수록 여성스러워진다는 평을 듣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음식은 화끈하게 매워줘야 제 맛인데 이빨 빠진 초딩 1학년 때문에 아주 소심한 고추장 양념이 되었다. 그럼에도 혹여 매워서 덜 드실까봐 '매운사람 꽃빵에 싸먹기'로 하고 이 듣도 보도 못한 조합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맛있게 먹고 있는 베란다 초록이들보다 더 귀엽고, 끔찍한 우리 집 꿈나무 두 개.
음식이 익어가고, 분위기가 익어가고, 창밖의 저녁 공기는 더 깊어져 가면서 어릴 적 저녁식사가 생각난다. 밖에서 정신없이 노는 동생 찾아오라고 엄마가 시키면 '운형아! 운형아!' 불러서 집에 돌아오고, 아버지는 방문에 모기장을 치고 압정으로 꼭꼭 박아 고정시키시고, 우린 마당의 수도에서 깨끗이 씻고, 그리고 평상에서 네 식구 앉아 먹었던 여름날의 저녁식사.
마지막으로 쫑쫑 썬 김치와 김, 참기름을 넣은 볶은밥으로 든든하게 마무리.
헌데......
사실을 얘기하자면.....
이 좋은 베란다 생활의 실상은 이렇다.
명성제국 본당신축 공사!!!!
새벽기도 갔다와서 한 20분 눈 붙여보려고 눕는 오전 7시부터 하루종일 저런 상황이니....
베란다에 섰는 우리 착한 초록이들이 하루종일 저 굉음을 들으면서도 이쁘게 자라주는 게 신기하다.
야누스의 두 얼굴. 우리집 베란다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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