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게 사진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자면 지난 달 며칠 이던가...
TNT 시즌1 목자들과의 마지막 MT였습니다. 늘 그렇듯 말할 수 없이 유쾌하고, 감동적이고, 한편의 마음을 아프기도한 1박2일이었지요.
고백하자면..... 저 이들을 좀 특별히 사랑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정신을 차리고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이었고,
지난 2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나의 내면을 가장 잘 비춰주는 사람들이 이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들이 아파하는 것들 때문에 가끔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고,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 자신이 미워서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게 그런 의무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즉, 제게 이들을 특별히 사랑해야할 의무 같은 것이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저, 다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저 외에는 마음에 다른 신을 두지 말아야 할터인데 언제부턴가 저 외에 다른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살짝 아내된 자의 예의로 질투를 했지만 그닥 질투가 나지 않았고 바로 그의 사랑이 제게 전염되었다고 하면 딱이겠구만요. 묶어서 한 뭉텡이로 '목자들' 이렇게 부르면 됩니다. 전 그저 이들이 그냥 하염없이 사랑스러웠고, 마음을 다해서 축복하고 싶었고, 이들이 하는 일은 무조건 만사형통이었으면 좋았겠었습니다.
아, 인정합니다.
저는 이들 개개인의 장점과 약점을 다 사랑하진 못했습니다. 아니, 많은 시간 동안 사랑하는 만큼 이들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음.... 부끄럽지만 이렇습니다. 저는 진짜 이들을 사랑하는데.... 저는 사실 매우 얕고, 경박한 인간인지라...
12인분의 식사를 정성스레 준비했는데 연락도 없이 5인분의 사람들만 찾아들었던 그 날 저는 진짜 일천하고, 얕고, 경박한 인간인지라 화가 나고 슬프고 사랑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런 인간입니다.ㅠㅠㅠㅠㅠ
사랑하는데 제 사랑을 몰라주고 '모님과 도님은 누구누구만 더 사랑하진 않을까?' 하면서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들로 인해서 안타깝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데 사랑은 몰라주고 액면가만 바라보며 몰라줄 때도 혼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래도 사랑했습니다.
나는 줄 것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끔은 저들이 답이 없는 아픔을 안고 제게 찾아와 줄 때, 사실 나는 줄 답도 없는데.... 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나 그래도 괜찮은 인간인가봐. 이런 아픔을 갖고 내게 찾아와주네. 자존심도 강한 것이...' 이러면서 제 자존감이 높아졌드랬습니다.
결정적인 진로선택의 문제로 시간을 다투어 고민할 때 급하게 쪽지를 보내거나 급만남을 요청하는 것 때문에 그 순간 같이 혼란스럽고, 나라도 정신차리자 하면서 기도하고, 그러면서 또 행복했습니다.
내 얘기는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을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여겼는데... 그런데도 '고통스럽다는 거 알아. 그래도 그 자리에 있어봐. 그러면 안돼? 너가 한영 청년부의 새로운 역사를 쓰면 안돼?' 라는 말도 않은 얘기를 씨부렸는데 어느 새 그 자리에서 상처를 딛고 일어난 그녀를 보면서 저는 한 없이 부끄러운 제 자신과 오버랩 되면서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그러고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준 건.... 뼈찜, 떡볶이, 카레라이스, 커피, 차... 정도의 일상의 작은 조각이었지만 받은 것은 하늘에서 오는 것들이었습니다.
아, 저는 미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저는 TNT1 목자들을 섬기며 행복했고 행복한 만큼 아팠습니다.
처음엔 늘 그렇듯이 철없이 시작하기 때문에(공동체라는 것에 꽂혀서 20대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목을 매고 살았는데 처음은 어찌 그리 늘 다시 철이 없을까요?) 내가 주는 것만큼 빨리 아웃풋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조바심 때문에 흔들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로 인해서 제 마음을 보았어요. 또 다시 배우게 됩니다. 공동체는 내 힘으로 세우고 거기서 내 입에 맞는 열매를 따먹는 곳이 아니라 무엇보다 나를 비춰주는 거울로서 주신 선물이라고요. 그 거울에 나를 비출 때 피해갈 수 없는 직면해야할 내 바닥이 있었던 것이지요.
'나는 사랑 때문에 밥을 하는가?
두려운 때문에 밥을 하는가?'
이 본질적인 질문에 맞딱뜨리게 된 것이지이요.
이 질문은 제 삶의 모든 영역에서 묻고 또 물어야할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사랑 때문에 남편을 위한 밥을 하는가?
(무책임한 아내가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최상의 식탁을 차리려 애쓰는가?
나는 사랑 때문에 아이들의 스케쥴을 조정하는가?
(다른 엄마들은 온갖 학원을 보내고 공부를 시키는데 이러다 결국 우리 애들만 뒤쳐지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수학 문제집을 집어드는가?
나는 사랑 때문에 시어머니의 전화에 목소리를 가다듬어 친절을 뿜어내는가?
(다른 며느리들과는 다른 착한 며느리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께 잘 보여서 떨어질 떡고물도 안 떨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시댁 전화번호를 누르는가?
나의 동기는 지금
사.랑.인가?
두.려.움.인가?
이 한 마디의 질문은 결국 나를 저들을 향해 다시 세우고,
나 자신을 향해 다시 세우고,
무엇보다 나의 그 분의 삶을 지향하는 이정표가 되어주겠지요.
주님의 숲
어느 날 문득 당신이 찾아온 푸르른 저 숲속엔 평온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당신이 지나온 이 거리는 언제나 낯설게 느껴 그 어디에도 평화없네 참 평화없네 그렇지만 당신의 앞에 펼쳐진 주님의 숲에 지친 당신이 찾아온다면 숲은 두팔을 벌려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당신의 지친 어깨가 이젠 쉬도록 편히 쉬도록 여기 주님의 숲에 당신이 느꼈던 지난 날에 슬픔의 기억들은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또 생각하네 그렇지만 당신의 앞에 펼쳐진 주님의 숲에 지친 당신이 찾아온다면 숲은 두팔을 벌려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당신의 지친 어깨가 이젠 쉬도록 편히 쉬도록 여기 주님의 숲에
이들 어깨 위에 놓인 모든 짐들이 날이 갈수록 가벼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진로와 결혼과 내면의 전쟁들로 지친 어깨에 날이 갈수록 새힘이 생겨서
어느 날 문득 또 다른 주님의 숲이 되어 있는 자신들을 발견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아니, 지난 2년 간 이들은 누군가에게 충분히 숲이 되어주었지만.....
그러고보면,
우리는 내가 숲이 될 때 비로소 숲의 안식에 내 지친 어깨를 쉬게 될 수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인, 윤진, 양수, 채영, 서정, 은혜, 윤미, 형준, 두리, 민경, 항석, 정숙, 치균 .
사랑했으므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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