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양치질을 하려다 덩그러니 꽂힌 그의 칫솔과 눈이 맞았다.
헤 벌어진 모양이 그의 늘어진 런닝셔츠 같았다.
울컥 뜨거움이 밀려 올라왔다.
칫솔 떨어진 거 체크하고 사다 놓을 줄은 알아도 쉽게 바꿔 쓸 줄은 모르는 사람.
사다놓기 무섭게 새 것 좋아하는 두 여인이 바꾸고 또 바꾸는 사이
여전히 헤 벌어진 채로 꽂혀 있는 그의 칫솔.
새 칫솔을 하나 뜯어 꽂아 놓았다.
새 칫솔도 어쩐지 헤 벌어진 낡은 칫솔처럼 보이니 이건 무슨 조화냐.
허세를 모르는 주인을 벌써 닮은 것이냐.
그가 내게 주는 사랑은 날마다 새로운데,
그의 칫솔은 새 것을 꺼내 놓아도 낡아 측은하니 양치질 하는 손이 느려지고 느려진다.
그의 오늘이, 그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길 기도하다 내 이가 다 닳겠네.
아직 쓰지 않은 그의 새 칫솔을 오래 들여다 보며, 오래 양치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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