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보다 이미지가 더 크게 말하는 두 권의 책을 따끈하게 받아 안았다.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있다면 상징이 필요 없다. 이미지는 상징의 아름다운 구현이다. 선사받은 두 권의 책 모두 작가로서 소장으로의 고민을 안고 지내온 한두 달의 여정과 닿아 있다.
남편이 활짝 핀 소국 화분 두 개를 검은 비닐에 사 들고 들어왔다.
"내가 말 안 해도 소국만 보면 나를 생각하라! 알아서 사 들고 들어와라! 아직도 내가 말해야 그때 살 생각을 하느냐?" 매년 가을을 원망과 타박을 들으며 시작하는 불쌍한 남편이 올해는 재난을 면했다. 이런 내 집착을 온전히 이해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더 많은 그의 마음에 있는 어떤 것들이 담겼음을 안다.
언어에 담거나 언어로 전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이 담긴 상징, 이미지, 그리고 또 어떤 것들. 그 어떤 것들로 전하고 받는 것이 영혼의 대화인지 모르겠다. 그분은 늘 말 너머 영혼으로 말을 걸어오시고, 문득 그 말 없는 말이 알아들어질 때가 있다. 그분이 말 걸어오심에 더욱 민감해지는 가을을 살고 싶다. 그러라고 말 걸어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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