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프다고 음악치료를 해달라고 했다. 음악치료 손 놓은지 오래되어 치유력이 별로 없다고 소용 없다고 했다. 음악치료 대신 밥 치료를 시전했다. 치료인지 뭔지도 모르고 처묵처묵 하시지만, 결국 치료가 될 껄! 밥은 힘이 세다.
 
라고, 어젯밤에 침대에 누워 폰으로 일단 작성해 두었는데... 오늘 아침 말씀 묵상에서 확신을 얻었다. "지극히 작은 일로 참된 제자가 된다"고 하시는 예수님께서 이 작은 치유의 기도를 기억하실 거라는 확신이 든다. 
 

교회 말씀 묵상 밴드에 올린 마 10:32-11:1 묵상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작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에게, 내 제자라고 해서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절대로 자기가 받을 상을 잃지 않을 것이다.(10:42)

내가 너희를 부른 일은 큰 일이지만, 주눅들 것 없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테면, 목마른 사람에게 냉수 한 잔을 주어라. 베풀거나 받는 지극히 작은 일로 너희는 참된 제자가 된다. 너희는 단 한도 잃지 않을 것이다.(10:42, 메시지성경)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받은 삶이 너무나 거창하다고 여겨집니다. 엄청난 박해 앞에서 예수님을 시인해야만 하는 소설 <침묵>에 나오는 기리스탄들의 상황이 상상됩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밟거나 죽음을 택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요. 예수님께 순종하기 위해 가족을 버려야 할 것 같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 같은...

주님, 저같은 쫄보가, 이기심 가득한 제가 과연 그런 순종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못할 것 같아요...

제 마음을 벌써 알고 계시는 듯, 메시지 성경으로 읽는 마지막 절에서 말씀해 주시네요.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요. 작고 좁은 마음 그릇을 가진 저이지만...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작은 베풂, 작은 용서, 작은 사랑으로 시작하라고 격려해 주시네요.

예수님을 사랑하기에 하는 미미하고 어설픈 순종을 주님께서 기억하신다는 말씀으로 들려서 용기가 생깁니다. 주님,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다가오는 가까이 있는 목마른 사람에게 냉수 한 잔 내어주는 기회를 잃지 않는 오늘 하루 살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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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무엘 기도했어요 나도 할래요 나도 할래요
어린 사무엘 교회 갔어요 나도 갈래요 나도 갈래요
 
어릴 적 배운 이 찬송이 아주 또렷하게 마음에 남아 있고 가끔 울리고 있다는 것을 기도 중에 깨달은 적이 있다. 아, 내 평생 가장 잘하고 싶었던 것은 글쓰기도 아니고, 강의도 아니고, 엄마 노릇도 아니고... 기도였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이 논문은 머리로 정리해낸 기도이다. 논문을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 기도를 갈망하는 존재라는 것. 기도 제목으로 무엇을 구하고, 응답받는 데 만족할 수 없는 목마른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기독교 역사 2000년 동안 그랬던 많은 분들이 있었고, 우리는 어쩌다 그 소중한 유산들과 단절되었다는 것이다. (아, 종교개혁의 득과 실이여!) 도서관 어느 구석에 꽂혀 먼지나 뒤집어 쓰고 있지 않도록, 좀 알려야겠다. 논문의 구조, 문장, 내용의 깊이… 모든 것이 많이 부끄럽기는 하다. 논문이라기보다는  『영혼의 성』에 대한 긴 서평이라 하는 편이 낫겠다. 논문을 통해 알리고 싶은 것은 『영혼의 성』이다. 기도하며 행동하던 한 멋진, 매력있는 여성이다. 아래는 논문 일부, 그리고 논문도 공유한다.
 

『영혼의 성』은 기도 체험 안에서의 심리적 변화, 즉 자기인식과 자기 획득, 그리고 자기 초월을 통한 하나님과의 연합에 도달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는 저작이다. 탈혼이나 환시 같은 신비체험을 기도 안에서의 자기 초월 현상으로 본다면, 『영혼의 성』에서 자기 초월은 6 궁방에서 비로소 등장한다. 그 이전의 궁방들에서는 물론이고 초자연적 경험이 드러나는 6 궁방, 그리고 하나님과의 연합이 일어나는 7 궁방에서도 ‘기도하는 자아’인 데레사 자신의 자기인식이 한결같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자기인식의 끈을 놓지 않고 내면으로 향하는 『영혼의 성』의 기도가 영적 전환기를 맞은 개신교회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을 기대한다. 현대 개신교의 대표적인 영적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달라스 윌라드(Dallas Willard, 1935-2013)와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1932-2018)은 자신들의 영성생활에서 새로운 길을 내준 기도작가로 공히 아빌라의 데레사를 꼽는다. 데레사의 기도체험 자체는 물론이고 그 체험을 정직하게 분별력 있게 다루고 남긴 글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진지한 기도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 달라스 윌라드는 저서『잊혀진 제자도』에서 부록으로 붙여 『영혼의 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내가 아빌라의 데레사(Teresa of Avila)의 『영혼의 성』을 처음 공부한 것은 20여 년 전, 성경에 나타난 영적인 삶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이해하고 실천하고 전달하려 다년간 노력한 후였다. (…) 이 책과 저자는 즉시 내 삶에서 하나님의 독특한 임재가 되었다. 이 책에는 하나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에 대한 교훈이 담겨 있는데, 내가 전에 어디서도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당신도 이 책을 읽으면 십중팔구 나처럼 신선한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당신은 데레사가 영적인 삶의 확실한 거장이며 그 영성 신학이 놀랍도록 깊고 풍부함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는 답답함이나 ‘머리로만 아는 지식’은 전혀 없다. (…) 이 책의 독서법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다. 오늘의 기준으로 보면 이는 전형적으로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며, 마치 보석을 채굴하는 것처럼-사실이 그렇다-접근해야 한다.” Dallas Willard, The Great Omission: Reclaiming Jesus's Essential Teachings on Discipleship,『잊혀진 제자도』, 윤종석 역 (서울: 복있는사람, 2021), 287쪽.

 

* 유진 피터슨은 『내 영혼의 방들-영적 성숙의 일곱 단계』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루터와 칼뱅은 우리에게 하나님과 성경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가르쳐주었다. 그들에게 신앙개혁이란 기본적으로(전적으로가 아니라) 올바른 사고와 교리, 바른 성경 해석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테레사와 성 요한은 다른 방향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영혼의 문제에 집중해 진지한 기도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회복시킴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삶을 개혁하고자 노력했다. (…) 루터와 칼뱅이 산지에 사는 사람으로서 산 위에서 넓은 지평선을 바라보았다면, 테레사와 요한은 마을 사람으로서 밭을 갈고 시장에 다니며 요리를 했다. 그들은 나로 하여금 주위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을 존귀하게 여기고, 매일의 삶에서 기도의 감미로운 신비에 빠져들도록 도와주었다.” R. Thomas Ashbrok, 박동건, 『내 영혼의 방들-영적 성숙의 일곱 단계』(서울: 항상기도, 200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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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생으로서 엄마로 하여금 덮밥왕이 되게 하셨던 아들

마음의 질곡이 없다 할 수 없으나, 입시를 잘 뽀개고

아빠와 함께 학교 앞 원룸텔을 보러 다녀올 월요일.

오는 길에 친구 만나러 가더니

엄마빠 떡볶이 순대로 오붓하게 저녁식사 마치고

설거지까지 딱 마치고 났더니

"저녁 안 먹었는데" 하고 들어오셨다.

 

재료는 일 인분도 안 되는 냉동 삼겹살.

고기는 거들뿐!

 

덮밥왕 엄마가 이르시되

"편마늘 덮밥이 있으라" 하시니

편마늘 덮밥이 있었고, 보시기에 좋았더라...

아들이 드시고 "엄마는 정말 덮밥의 달인이 된 것 같아" 하시더라.

덮밥왕 엄마의 창의력은 아침마다 새롭고 또 새로우니

엄마의 성실하심은 크도다.

성실하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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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두 판과 꼴뚜기 전복 진짬뽕을 저녁으로 먹고

사과를 먹자고 했다.

 

"난 아직 먹고 있잖아. 당신이 깎아."

"그냥 당신이 깎아..."

중년 부부는 사과 하나 깎는 걸 가지고도 투닥거린다. 

믿거나 말거나... 나름 사랑싸움이다.

 

"내가 깎을까?"

국가대표 똥손이 나섰다.

유치한 사랑싸움 놀이하던 중년 부부 얼음.

왜 그래? 반항이야? 

"내가 잘 깎을 수 있어. 내가 깎을게."

하더니 정말 매끈하게, 얇게 기가 막히게 사과를 깎아서

얌전하게 내놓았다.

 

나 정말 아들 하나 참하게 잘 키웠다.

 

#감자칼이 사과칼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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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주 모처럼 네 식구 여유롭게 식사하는 주일 저녁이었다. 한동안 밖으로 나돌던 채윤이, 뭘 해줄까? 벌써부터 나는 (행복한) 고민이었는데. "나는 주일 저녁에 피자 먹을 거야. 도미노 피자... 너무 먹고 싶었어!" 라니. 이게 무슨 고마운 메뉴 선정인가! 나는 정말 행복하였다. 피자 치킨 후에는 꼭 라면을 끓이는 사람들이라... 피자로 노고를 덜었으니 정성스럽게 라면을 끓여보았다. 냉동실에 고이 모셔둔 전복과 어제 장 보면서 싸길래 사둔 꼴뚜기 한 팩을 넣어서 끓였다. 궁물이... 궁물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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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어 철이라는데. 한 번 먹고 싶었는데. 먹고 싶은데에, 먹고 싶은데에… 하며 제철을 보내고 있는 중. 토요일 점심에 JP가 교회 집사님 댁에 가서 대방어를 영접하고 왔다. 3년 된 묵은지에 직접 만드신 쌈장이 일색이라니 말이다. 침 질질 부럽다고 하니 안 그래도 사모님도 같이 오시지 그랬냐고들 하시더라고. 부럽다, 부러워…

이게 무슨 일! 저녁에 대방어 배달이 왔다. 말로 듣던 3년 된 묵은지와 쌈장, 문어까지 곁들여 직접 집으로 가져오신 것이다. 교회 모임 마치고 10 시 넘어 들어와 야식을 했다. 어제 공연 마친 채윤이, 청년부 mt 다녀온 현승이, 낮에 이미 잔뜩 먹었다는 JP까지 온 식구 달려들어 맛있게 처묵처묵 했다.

얼마 만의 야식, 얼마만의 방어냐…
사모님 되길 잘했…. 응?

돌아가시기 몇 년 전쯤부터 엄마 입에 붙어 있는 말이 있었다. "고맙다, 복 받어라!" 자녀들은 물론 조카들에게, 아마도 가만히 침대에 누워 통화하던 이모, 삼촌, 예전 교우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그 마음을 안다. 고마운데, 갚을 수 없는데, 갈수록 더욱 갚을 수 없는 몸이 될 뿐 아니라, 곧 이 땅에서 사라질 존재가 될 엄마의 마음. 무력한 존재의 지극한 감사의 마음이다. 방어 먹고 바로 침대에 누워 기도했다.

 

감사합니다, 집사님. 복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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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해마다 학교 대표로 독창대회에 나갔었다. 지정곡과 자유곡, 두 곡을 부르는데 3학년 때 지정곡이 이런 노래이다.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이 왔어요. 그래도 나는 나는 제일 좋아요. 우리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대회가 아니어도 나는 늘 혼자 노래를 부르며 노는 아이였고, 그 자체가 연습이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집에서 잘 부르지 못했다. 특히 아버지가 있을 때는 부르지 못했다. "우리 우리 할머니"라는 말 때문이었다. 할머니라 함은 아버지의 엄마인데, 실향민인 아버지의 부모님은 북한에 계셨다. 한 번도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나는 아버지를 생각해서 그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내가 이 노래를 해서 "할머니" 소릴 듣고 아버지가 할머니 생각이 나서 슬프면 어떡하지? 내가 "우리 우리 할머니"라고 노래할 때 딸에게 할머니를 주지 못해서 미안하면 어떡하지? 그 어린 나이에 순간적으로 전자동으로 거기까지 갔다는 것이, MBTI로 F가 높다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지나친 감정이입이다. 그렇다.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에 지나치게 이입이 된다.  
 
감정에 편들어주는 일이 내게는 쉽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에 무조건 편들어주는 일이 쉬운 일이다. 이런 성향이 글 쓰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지나치게 감정이입 되는 대상을 떠올리며 글을 쓸 때는 사투를 벌이게 된다. 수십 번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는 짓을 해야 감정이 거둬내지고 그나마 읽을만 한 글이 나온다. 그렇게 어제 마감인 글을 거의 마무리해 가는데, 이입된 마음을 뒤흔드는 일들에 글이 콱 막혀버렸다. (이것도 지나친 감정의 오지랖, 감정이입의 문제이다.) 글만 막힌 것이 아니라 마음도 막혀서 오후를 다 보내고 일몰 시간에 밖으로 나갔다. 다 예수님 때문이다. 글이 빨리 써지지 않았던 그 감정이입은 예수님과 관련된 것인데, 속을 헤집어 마음을 콱 막히게 한 일도 알고 보면 예수님의 일이다. 다 된 글에 예수님 빠트려 엉망이 되고 말았다. 아, 어쩌라고요! 하면서 걷는데 정말 짜증 나게 눈앞에 떡 하니 또 저 전광판!  ”(데헷....)JESUS LOVES YOU" 란다. 참말로 속도 좋은 양반... 그래도 사랑한다니까 기분은 좋네.
 
메마르고 튀들린 마음 다잡아 글 마무리 할 수 있기를... 이 글 보는 아무나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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