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수련회의 계절입니다. 수련회의 계절에 만만한 프로그램 MBTI 얘기입니다. 어찌나 만만해졌는지 수련회 스태프들이 검색으로 공부하고, 셀프 강의까지 하는 간편 MBTI가 만연합니다만. 그래도 꿋꿋하게 MBTI 전문가 자격으로 몇몇 교회 전교인 수련회에 초대받아 강의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검색해서 아무나 검사하고 강의하는 MBTI도 있지만, 10년 넘게 그걸 붙들고 물고 빨고 공부하고 살고 좌절하고 깨닫는 집착 강사의 MBTI도 있지요. '그깟 MBTI, 그깟 성격유형' 하찮게 여김당함을 무릅쓰고 검색으로도 할 수 있는 MBTI 강의를 장인 정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좋은 것에는 왜곡된 말과 생각이 들러붙기 마련입니다. 신기하게도 왜곡된 경구는 귀에 쏙쏙 들어와 꽂히지요. ("목사를 대적하면 어떻게든 댓가를 치룬다. 자녀가 잘 안 되든지 누가 병에 걸리든지" 귀에, 마음에 콕 박히지 않느요?) MBTI는 어마어마한 자기중심성에 빠져 사는 사람들에게 자기이해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참 좋은 도구인데, 그럴듯 하지만 왜곡된 설명으로 본질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검색으로도 전문가가 되는데요.

요즘은 MBTI에 대해 잘못된 루머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강의가 재밌고 풍성합니다. 그중 하나는 오직 둘 중에 하나라는 강박을 깨는 것입니다. 외향과 내향, 감각과 직관, 사고와 감정, 판단과 인식형 대극으로 설명하는 지표 중 '오직 외향! 오직 직관!' 하나만 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MBTI가 근거하고 있는 Jung의 심리유형론에서는 외향형의 무의식에는 내향이, 감각형의 무의식에는 직관이 의식으로 떠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Carl Jung 심리학의 중요한 핵심은 '통합'입니다. 외향 안에 내향이 있고, 직관형 안에는 감각형이 있으며, 여성의 내면에는 남성의 내적인격이 남성 안에는 여성의 내적 인격이 살아 있다고 합니다. 그 둘이 통합되는 것이 개성화 과정이고 인격의 발달이라고 합니다.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통합은 물론이고요. MBTI 유형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의 true type이 외향이라면 나는 죽으나 사나 외향형이 아니라 내 안에는 내향의 모습이 숨어 있고, 중년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떠으르며 통합된 인격으로 가는 것이 건강한 성격의 발달입니다. 

요즘은 청년보다는 장년 대상으로 MBTI 강의하는 일이 많은데, 이런 관점을 전하면 찰떡 같이 알아듣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면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씨름한 경험과 세월로 얻은 깨달음일 것입니다.  강의 마지막에 질문합니다. "인간의 몸으로 오셨던 예수님은 MBTI로 무슨 유형이실까요?"

온전한 인간이셨던 그분의 유형은 EISNTFJP 아닐까요?

회중 앞에서 거침없이 마이크 잡고 가르치시지만(E) 홀로 고독의 시간을 위해 물러나시고(I), 민중들의 배고픔의 현실, 실재하는 고통을 감지하여 먹이시고 구체적인 필요를 채우시며(SF) 그 어려운 하나님 나라의 이야기를 비유로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 해주시고(NF), 바리새인과의 논쟁에서 빈틈 없는 논리로 한 치도 밀리지 않으시는(NT) 예수님. 구약의 예언(전통)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완벽하게 성취하시며(ST), 임기응변에 능하시고 어떤 것도 품으시는 융통성의 예수님(P).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입니다. 내 유형을 제대로 파악하고 좋아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온전히 좋아하면 자연스럽게 그 이면이 보입니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열등기능이 새롭게 보이고, 겸손한 태도가 됩니다. 아무리 애써도 내 유형이 넘어서지지 않을 때, 더욱 겸손해질 것입니다. 반대유형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서로우 부족을 채우며 더불어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깨닫는다며, 이보다 좋은 일이 있겠습니까. 제각각 다른 모양의 인격이 어우러져 이뤄가는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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