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전에 아니, 1년이 좀 더 됐다.

예배가 시작하는 2시가 되어도 '정말 예배가 있는건가?' 싶게 예배당은 텅텅 비어있었다.


진심 숫자 때문이 아니었다.
뭐랄까 우리 영혼이 내지는 마음이 몸의 어디쯤 있는 지알 수 없다지만,
가슴 언저리에서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은가?
바로 그 부분에 심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쓰리고 아팠다.


그 통증은 어디로부턴지 모르게 내 뼈 속 깊이 파고드는 냉기에서 비롯되었다.
분명 힛터가 돌아갔을 것이고 외투가 부담될 정도의 실내온도 였건만 냉기, 차거운 기운이 휭휭 본당 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 즈음 바로 그 가슴 부분에 통증을 느끼며 기도했었다.
'예배로 가는, 예배로 향하는 마음들에 성령의 온기가 덮게 하소서. 청년들이 모일 때 청년다운 열기가 있게 하소서. 주일 2시 예배를 향해가는 그 시간을 데워주소서. 사람들의 체온 만큼이라도 느껴지게 하소서...'


수 주 전에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예배 전에 커피장사를 하다가 문득 1년 전의 기도가 생각나며 돌아본 본당. 앞 쪽 성가대 석에서는 주보를 접고 있는 한 무리, 본당 뒷편의 도서부 모임, 찬양팀 모임, 카페 주변으로 시끌벅적한 비공식 만남들....
바로, 이 곳에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이 뜨겁게 허그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거다. 기도하고 잊었던 그 단어 '온기, 성령의 온기, 사람들간의 체온' 그걸 눈으로 본 것이다.






한동안 몸과 마음에 부담이 많이 돼서 카페를 그만 둬야지 했었다. 올 초에도 이제 완전히 손 떼고 믿을만한 참한 쭈꾸미(ㅋㅋㅋ)에게 넘겨야지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건 누구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냉기가 걷히고 온기가 지펴진 저 좋은 곳에서 누리는 한 시간의 기쁨을 포기할 수 없는 일.


수련회 둘째날 저녁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온기 아니라 몸과 마음이 불타버릴 듯한 뜨거움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그 뜨거움으로 온갖 열등감, 외로움, 패배의식, 세속적 성공주의 다 불살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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