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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이야기

달라서 좋은 두 아이

larinari 2011.09.22 11:28




돈까스를 먹자니 느끼하고, 쫄면을 먹자니 식사로서의 무게감이 부족하고....
푸드코트 같은 데서 이 둘을 한꺼번에 시킬 수 있을 때, 시켜서 니 것 내 것 없이 나눠 먹을 때의 충만한 느낌?  그런 느낌이다.
생긴 거 비슷하지만 속사람은 완전히 다른 남매를 키우는 맛이 말이다.






명절 전인가 살짝 부부갈등이 있었다.
싸움이라 부르는 게 익숙한 표현이겠지만 대체로 우리 부부 성향상 '싸움'이라 불릴만 한 양상보다는 조용히 서로 삐뚤어지는 일이 더 많으니까... (저...정직히 말하면 '서로'가 아니라 여...여자 쪽에서....)
(부부갈등의 내용은 지금 여기서 본질적인 얘기는 아닌데.... 할까, 말까?
읽는 사람들은 이게 더 궁금하겠지? 요즘 블로그 장사도 안되는데 댓글 호객행위 차원에서 밝힐까?말까?ㅎㅎㅎ)






암튼, 식탁에 앉아 얘기를 하다 답답한 마음에 훅 밖으로 나왔는데,
예상대로 현승이의 전화, 문자 끊이지 않는다.
계속 답을 하지 않으니까 마지막 문자 '엄마, 바람쐬고 들어와. 조심해'를 끝으로 조용해졌다.
잠시 후에 집에 들어와보니 이랬거나 저랬거나 평생 죄인이신 남편은 설겆이를 하고 있고,
현승이는 안절부절하다 들어온 엄마를 보고 반색을 하고,
채윤이는 거실에 앉아서 책을 보면서 '롤리롤리 폴리.....♬' 노래나 흥얼거리며 행복하다.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으니 현승이 들어와서 내 손을 잡았다가, 한 번 안았다가,
얼굴을 쓰다듬었다가 하면서 '엄마, 다리 주물러줄까?' 한다.
이러는 중에도 여전히 거실에서 살짝 춤까지 추면서 노래하던 채윤이 들어온다.
현승이한테 근엄하게 "현승아, 너 잠깐 나가 있어봐. 누나가 엄마한테 얘기좀 하게"
현승이 나가든 말든 신경 안쓰고 엄마한테 얘기를 좀 하는 채윤이.
"엄마, 아빠가 너무 늦게 와서 속상한 건 알겠지만 아빠가 미안하다고 했고, 내가 봤을 때 아빠가 그렇게 너무 잘못을 아닌 것 같애. 그렇다고 엄마 잘못도 아니지만....#&%&#$&#$$%^...
그러니까 엄마 마음 풀어. 내가 아빠한테도 잘 얘기해 볼테니까 엄마도 마음 풀어. 잠깐만"
하더니 설겆이 하는 아빠한테 가서 뭔가 훈계조로 얘길하더니 금방 튀어들어온다.
"엄마, 내가 아빠한테도 얘기 잘 했으니깐 이제 괜찮을거야. 모, 사과를 하면 받아줘야지"


지켜보던 현승이 이건 아니라는 듯... 다시 자기 방식대로
"엄마, 내가 다리 주물러줄께" 한다. "아냐, 현승아 엄마 다리 안 아퍼. 괜찮으니까 가서 놀야"
했더니 채윤이 잽싸게 침대에 엎드리며,
"야, 김현승 그러면 나 허리좀 주물러줘. 피아노 연습할 때부터 허리가 아펐어"
아오, 그러자 (아주 잠깐이지마) 누나 허리를 주물러주는 현승이.


둘 다 엄마를 사랑하는 방식이려니 싶으니 창조주 그 분의 창의성이 기가 막히시다는 생각!
이렇게나 다른 두 아이를 묶어서 선물받은 맛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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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 프로필사진 개콘을 사랑하는 여사님 2011.09.22 15:16 마트에서 저지방 우유와 고칼슘 우유를 1+1으로 업어온 느낌이지...
    나역시 그런 아그들 땜에 늘 버겁지만 기뻐^^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9.23 21:38 저지방에 고칼슙인지,
    2.3리터에 붙은 불라리슨지 몰라도 재밌고 버거운 건 확실해ㅋ
  • 프로필사진 mary 2011.09.22 23:41 와~~ 현승이 정말~~
    저런 아들이 어딨누. 현승이 엄마는 화나도 슬퍼도 안될거 같아.
    저렇게 애들 쓰자면 마음은 더 애를 쓰고 있을거 아냐.
    근대 뭐땜에 나가기까지 한겨?ㅋ
    채윤이 완전 성숙하네. 많이 이뻐지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9.23 21:40 슬픔도 노여움도 없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슬픔과 노여움과 분노폭발의 엄마여서 죽갔어요.
    챈이 못보신 지 오래시죠?
    아가씨 삘이 나요.^^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11.09.23 14:46 현승이 짜식, 지 엄마한테 하는 거 아빠한테 반만이라도 하라고 해...
    그 놈은 내내 엄마 안들어오면 어쩌냐고 안절부절 못하더니
    대뜸, "아빠, 기도하면 엄마 들어와?" 하길래,
    "해봐라. 하나님께서 들어주시겠지." 했더니,
    금세 기도했다고 보고하더라. 그렇게 얘기하는데, 당신이 들어왔지. 헐~
    나한테는 한마디 말도 안하고 엄마만 죽어라 좋아하는 놈...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9.23 21:41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어쨌든 절묘한 타이밍 감사하네.
    나는 가벼운 행동인데 가끔 현승이는 정서적으로 너무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쓰여.
    에잇, 까다로운 놈.
    에잇, 그래도 귀여워 미치겠는 놈.
    ㅎㅎㅎ
  • 프로필사진 iami 2011.09.23 16:39 다르지만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 이런 게 두 아이 키우는 재미죠.
    몇 년 지나 두 아이가 사춘기를 보내고, 지나면 또 느낌이 조금 달라지실 거에요.
    혹시 그때 손바닥 뒤집는 녀석 있으면, 이 글 보여주시고 증인들 많다고 하세요.^^
    오늘 수다 모임은 즐거우셨는지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9.23 21:42 그 때 대표로 증언해 주셔야해요.
    두 녀석 태어날 때부터 주~욱 지켜보셨잖아요.
    그러고보니 정말 그러네요.ㅎㅎㅎ
    오늘 수다모임 즐거웠고,
    프로방스풍 리스는 예뻤어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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