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버지 친구분이 달랭이 무 주신단다. 가서 좀 실어와야겠다" (포터 운전기사 변신)

화요일 
"달랭이 절여 놨다. 김치 통 두 개 가지고 와라" (도우미 아주머니 변신)

수요일 
"머리가 요즘 너무 아프다. 신문에 어느 한의원이 나왔는데 거기 예약을 해라" (비서로 변신)

목요일 
"정기사, 서초동의 한의원으로 좀 가" (기사로 변신)

금요일 아침
"얘, 어제 한의원에서 치료하고 와서 밤새 머리가 더 아팠다. 병원에 전화해서 왜 그런지 물어봐라"
(다시 비서로 변신)

금요일 점심
"이따 현승이 데리러 올거지? 내가 신장 어디 어디에 전축이 망거져서 맡겨 놨으니까 올 때 그거 좀 찾아와야겄다"
(용달 운전기사 변신)
 
=========================================================================================

목요일까지 그럭저럭 사랑의 짐으로 지면서 다독여오다가,
금요일 아침 비서변신 미션에서 발이 미끄러지면서 마음 심히 황폐해짐.

상경하신 남편 붙들고 "나좀 읊을께" 하고 쏟아놓으니 묵묵히 들어주는 모습에 마음 더욱 뒤숭숭해짐.

이런 경우 예전에는
'이왕 했으면 불평을 하지 말라'든가,
'처음부터 싫다고 못한다고 딱 짤랐어야한다'
하는 어드바이스를 스스로에게 하면서 나를 두 번 죽이는 자괴감에 빠졌으나 최소한 그렇지는 않음.

마음이 황폐해진 것은 분명하나,
새가 머리에 똥을 싸는 건 어쩔 수 없으나 둥지는 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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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orest 2008.11.14 21:36

    현뜽이가 좋아하는 변신 로봇이 아니구여? ^^

    묵묵히 들어주는 것 보면 분명 묵을 많이 드신 듯.
    근데 그 묵은 어데서 사야 하나요?
    울 집에도 좀 쟁여놨다 먹이고 싶은뎅~ㅋㅋ
    물론 저두 좀 많이 먹고 싶은데요.

    • larinari 2008.11.15 23:08

      그 묵은요...
      일단 잠을 무쟈게 많이 자야지 드실 수 있는 거예요.
      아침에 아무리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날 정도로 자는 수준이어야 하구요. ㅋㅋ
      비결은 그것 밖에 없는 듯해요.

  2. BlogIcon 털보 2008.11.14 22:06

    세상에 문제를 해결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 듯.
    하나는 어쨌거나 해결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옳은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필님이 실님을 두번 죽였다는 그 어드바이스는 사실은 문제를 해결하는 옳은 방법이었지만 그건 안통한 듯.
    그러자 필님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카드는 어쨌거나 해결하는 방법이었고, 그건 묵묵히 들어주는 것이었던 듯.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옳은 방법이 어떤 것일까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필님이 옳은 길을 걷도록 해주셔야 할 듯... 그냥 제 생각이예요.

    • larinari 2008.11.15 23:21

      그 어드바이스는 제가 제게 하고 있는 거예요. 무지 심하게 하고 있지요.ㅜㅜ

      저희는 사실 언젠가부터 이런 문제에서 합의를 본 게 하나 있어요. '옳은 방법은 그 사람 속에 있다'이 전제를 가지고 풀어가거든요.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옳은 방법은 본인 속에 있고, 본인이 충분히 알고 있고, 그걸 상대방의 입을 통해서 들으면 그 옳은 방법을 향한 태도는 영영 삐뚤어지고 만다는 거죠.
      해서 어쨌든 해결하는 방법을 무언의 합의 하에 서로 쓰고 있어요. 일단 그 순간의 황폐해진 감정을 다스리고나서 옳은 방법은 각자 찾게 되면 찾고요.ㅋ 이건 저희 집 방식이요.^^

    • BlogIcon 털보 2008.11.16 00:29

      아, 그런 거군요.
      역시 실님이 현명하시군요.
      젊은 사람들한테 소중한 것 하나 배우네요.

    • 무력남 2008.11.17 19:45

      이 문제에 관한 한 저는 무력, 아니 좀 무능한 편입니다.
      제가 선택한 모든 방법에서 저는 늘 실패(?)한 것 같아요.
      옳은 방법은커녕, 문제도 못풀었거든요..ㅠㅠ
      묵묵히 들어주는 건,
      제가 선택한 게 아니고,
      그냥 그렇게 버티고 있다고나 할까...
      이런 현실이 주어진 것에 대해 서글픔도 느끼고, 아내에 대한 미안함도 느끼고,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도 느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잘 해주니,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방법'은 모르겠고,
      그저 열심히 아내 사랑하고,
      열심히 부모님 사랑할라구요...

      이 문제에 좋은 관점 제공해 주셔서 감사해요. ^^

  3. hs 2008.11.14 22:50

    ^^ 수퍼우먼이란 TV에서 하던 영화(?)란 게 있었죠?
    갑자기 그 수퍼우먼이 생각이 나네요.
    미모의 여인이 못하는 것 없이 다 하는.....

    애초부터 인정을 못 받으셨다면 시키지도 않으실 것인데 무엇이든 다 잘하니까
    이일 저일 시키시는 거죠.
    그러니 인정받지 못해 속상해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기분좋게 하세요.^^

    근데 암사동으로 이사 오시면 더 멀어져서 어쩌나?
    언제 오시나요?
    추워지기 전에 오셔야 우리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대접할텐데...^^

    • larinari 2008.11.15 23:21

      딸, 아들, 며느리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불평하는데 실은 마음에는 저를 딸, 아들, 며느리 통틀에 제일 편안해 하신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많아요.
      그 만큼 사랑도 많이 받구요.
      헌데 가끔 이렇게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작동을 시키시면 고장이 나거든요.^^;

  4. 은행나무 2008.11.14 23:33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피로감 탓도 크지 싶다. ㅜ.ㅜ

    편안한 잠과 더불어 평안을 회복시켜 주시길 기도할께.

    • larinari 2008.11.15 23:19

      그건 아닐거야.
      나는 마음이 힘들어서 몸이 무너지는 일은 많아도,
      몸이 피곤해서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드물거든.
      오히려 그렇게라도 얼굴 보고, 생각보다 더 이쁜 교회와 사택 보고 와서 더 좋았지.

      기도 덕분인가봐. 오늘 아침에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졌어. ^^

  5. 나무 2008.11.17 12:44

    사모님은 프로며느리! ^^ 멋져요~~ 저도 배우겠습니다

    • larinari 2008.11.18 09:17

      오~노! 프로 며느리, 가당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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