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음악치료 글을 쓰느라 머리에서 쩐내 나는 시간을 보냈다. 글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서두에 언급한 한병철 교수는 우울증이 지배하는 이 시대는 성과사회이며 자기 착취의 사회이기에 결국 피로 사회라고 하였다. 피로사회에서 점점 신경증적이 되어가는 우리 모두는 어떻게 정신건강을 유지해갈 수 있을까? 온통 SNS의 메시지 알림에만 귀가 열려있고,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눈을 뗄 줄 모르는 우리, 타인과 나의 경계가 흐릿하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를 사진으로 보고 댓글을 달고 또 보고, 이렇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 <피로사회>에서도 말하듯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멈추고, 혼자 있는 심심한 속에서 견디는’ 이다.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어느 항목엔가는 잘 들어맞는 우리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힘은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다. 스마트폰이 아니라 오디오의 전원을 켜 바흐나 브람스를 불러낼 일이다. 오디오의 볼륨을 높이고, 허상과도 같은 스마트폰 속의 사람들이 아니라 나 자신과 그저 가만히 보내는 시간만으로도 피로사회를 살아나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정신적인 힘, 영적인 힘은 나 자신이 되는 것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저런 글을 쓰면서 나는 페이스북 창을 열어놓고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사진도 올리고, 댓글이 달리면 낼름 들어가서 또 댓글을 달고.
혼자 있는 능력이 어찌나 부족한지....
글을 쓰는 일은 고독한 작업이다. 고독해서 의미있는 일이다. 그 고독이 고통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유독 원고 쓰는 시기에는 페이스북에 에너지를 많이 내어준다. 그런 나를 보면서 '홀로 있음'에 대한 얘기를 당당하게도 쓴다.  


 

여하튼 거실 가득 펼쳐져 있던 참고문헌을 제자리에 꽂고 배달된 책을 매만진다.
글을 쓴다는 것의 무게감을 시간이 지날수록 제대로 느끼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어렵지만
(징징거리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단 얘기 ㅡ.,ㅡ)
'송고'하는 그 시간은 참 행복한다. ('내 송고하는 그 시간 그 때가 가~아장 귀하다~')
그리고 이런 사이클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말하자면 감.사.하.다.




오늘 두물머리에 언니님들과 함께 다녀왔다.

그늘 없이 밝게 웃는 것이 억지로 되는 게 아닌데 웃다 웃다보니 웃음이 자연스러웠다.
이 사진이 마음에 드는 건 나이가 느껴진다는 것,
느껴지는 나이와 세월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일할 때가 있고, 쉴 때가 있고

고독할 때가 있으며, 함께 할 때가 있다.
일상의 사이클을 착하게 수용하며 사는 것이 좋은 일이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여기 사는 것  (4) 2014.05.29
천국에선 뮤지컬 배우  (3) 2013.10.09
기차 타쪄요  (4) 2013.08.15
안부  (6) 2013.07.04
깨진 일상  (2) 2013.05.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