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나는 돌아가야겠어.
이 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유혹 속에서 웃고 있지만 모든 것이 낯설기만해.
언제나 선택이란 둘 중에 하나 연인 또는 타인 뿐인걸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나의 슬픔을 무심하게 바라만 보는 너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건달에 제비 한석규에게 꽂혀서 열혈 시청했던

<서울의 달>이라고 주말 연속극이 있었어요. 그 드라마의 주제곡인데 '아무래도 나는 돌아가야겠어' 이 가사가 참 많이 생각났어요. 페북하는 내내....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게지요.
어디로?
페북하지 않던 시절로? 블로그로?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딱히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어딘가....
내게 허튼 욕망도 그로 인한 상처도 없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일 거예요.
그 곳은 어쩌면 엄마의 자궁 속일런지도 몰라요.
암튼 즐겁게 페북을 했지만 늘 마음에서 저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나는 돌아가야겠어. 이 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멋도 모르고 트위터나 페북의 매력에 빨려들었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알았어요.
블로그와 달리 나를, 나 자신을 발.행. 하는 곳이라는 것을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친구들의, 친구들은 나의 지금을 봐.야.만 하는 것이었어요.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 일인지 깨닫는데 시간이 필요했지요.


어차피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여질 것을 염두에 두고,  때로는 겨냥해서 이런 저런 (너무 나쁘진 않은) 가면을 쓰고 살기 마련이지만 나는 끊임없이 내가 정해놓은 하나의 이미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누군가 나보다 더 적절하다 싶으면 질투가 나기도 했어요.


하다보니 내지르는 말마다 먹히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하고는 친한 척만 해도 내 주가가 올라가는 듯 싶었어요. 내놓고는 못했지만 은근히 그런 인사들과의 친분을 자랑하고 드러내고 싶었어요. 타고나길 눈치 안 채게 '척'하는 걸 잘해서 것두 꽤 잘 됐어요.


적절하게 진실하거나 자기고백도 있어야 했어요. 망가지는 것 두려워하는 편이 아니라서 것두 꽤 잘 먹혀요. 망가지며 오픈할수록 좋아요 갯수는 막 올라가는 거예요. 이거 되는 일이다 싶어요. 좋아요 갯수와 댓글 갯수에 신경을 안 쓰는 척 하면서 신경쓰는 내 자신은 더 누추해요.
어디서 들은 얘기를 가지고 내 얘기처럼 쓰는 수단도 좋아졌어요. 이럴수록 진짜 나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가요.


개인적으로 의도를 가지고 나를 비토하고 괴롭히는 사람도 있었어요. 맞아요. 난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고, 오버하다 튀고, 튀다보면 질투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생겨났어요. 그런데 오버만 할 줄 알았지 뒷심은 없는 거예요. 늘 그랬듯 견디기 힘들면 도망 나와요.


'나를 지지하라'는 강요도 받아요. 딱히 동의하지도 않으면서 두려움 때문에 지지하는 액션도 해요. 좋지 않은데 '댓글다는 것보단 낫다'며 좋아요를 누르고, 좋지 않은데 나중에 내 글에 좋아요 눌러주겠지 하면서 또 좋아요를 눌러요. 정말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되고 싶은 자유로운 나와 거리가 멀어져가요.


어! 내가 혹시 유명한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람들을 가르치고 싶은 욕구도 고개를 들어요. 신앙생활을 저렇게 하면 안되지. 지성인이며 젊은 크리스챤이라면 더더욱 저러면 안돼. 의식이 있다면서 저런 글을 써? 안 되겠는데..... 하면서 은근히 가르치고 은근히 나의 선함을 드러내요. 인기가 나를 죽이고 있어요.


따르고 바라봐주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교묘한 자기관리를 해요. 웬만한 일에 정직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사태가 진정이 되면 어디서 가장 잘 쓴 칼럼 하나 링크해서는 '이게 내 생각하고 꼭 같애' 하면서 뒷북을 날려요. 그런 사람을 보면서 분노가 끓어오르는 건 내게 그러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 그건 나만 아는 비밀이예요.



곧 책이 나올건데 조금만 기다렸다 책 나오면 홍보를 해야지. 하는 생각에 기다리고 버티자는 마음이 충천해요. 아무래도 책과 더불어 나를 알리면 주가가 확 올라갈텐데 조금만 더 기다리자 싶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페북과 트윗질을 통해서 하는 일이라곤 자신의 책과 자신이 하는 글쓰기 강의 홍보만 하는 사람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어요. 이러다 저자로만 살고 진짜 나는 땅 속에 묻어버리겠구나.


나는 무엇을 위해서 나를 알리고, 나를 드러내고, 나를 발.행.하려는 걸까요?
나를 발행해서 나는 행복해졌을까요?
생각해보니 나를 발행해서 가끔씩 '나 글 잘 쓰나봐. 나 좀 괜찮은 사람인가봐. 나 좀 웃기나봐'를 확인하는 짧은 순간 짜릿했던 건 같아요. 하지만 행복하진 않았어요.
페북을 탈퇴했어요.



한 동안 뭔가를 빼앗긴 느낌이었어요. 누군가에게 뭔가를 빼앗긴 듯 했어요.
페북에서 엄청난 에너지로 나를 비토하던 사람,
은근히 자신을 지지하라던 강요,
아무 생각없이 내 글에 좋아요 누르며 내 안의 욕망을 자극하던 사람들을 원망하고 분노했어요.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었던 것임을 점점 더 명확하게 알게 돼요.
페북의 인정과 칭찬과 격려가,
주는 사람에겐 때로 진실이었을지언정 내게는 허상이었음을 알게 돼요.
여전히 내가 얼마나 사람의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 사는 사람인지만이 또렷하게 보일 뿐이예요.



태어나는 순간 나는 세상에 나를 발.행.했어요.

그러니, 발행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아요.
요즘 나는 알게 됐어요. 나의 발행은 블로그에서 그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요.
것두 찾는 이가 적고 댓글이 적은 요즘 같은 블로그에 나를 발행하는 것이 내 영혼을 위해서 가장 적절하고 아름다운 지점이라고요.


아주 작은 진리를 깨달으니
아주 조금 자유로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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