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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

패밀리 데이_가정예배 또 다른 이름

larinari 2009.03.31 10:01

매주 월요일 저녁은 가정예배 드리는 날.
가정예배에 관해서 아픈 기억이 많은 나는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 같은 것이 있음을 고백한다.
매일 저녁마다 티브이에서 가장 재밌는 걸 하는 순간에 '예배 드리자' 하고 성경책 꺼내 오시는 부모님.
즐겁게 가정예배를 드려본 기억이 없다. 즐겁게 위해서 엄마 아버지 기도하실 때 동생이랑 눈 뜨고 소리 내지 않고 장난치던 기억 정도?
돌아보면 그 지겨웠던 가정예배가 가르쳐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러면서 우리는 부모님의 한결같은 신앙을 봤고, 기도를 봤고 그걸로 인해서 오늘의 내가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그런 기억들로 아이들과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배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 우리는 예배하는 존재로 지어졌다는 것, 예배는 곧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 집 가정예배는 특별한 형식이 없다. 아빠가 기타를 잡으면 시작되는 것이고, 찬양을 하다가 기도제목을 나누고 돌아가며 기도를 하는 것으로 마칠 수도 있고 찬양만 하다가 마칠 수도 있다.

가정예배가 진화했다.

이 집에 이사오면서 두 망아지에게 이층침대를 사주면서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비록 이층침대 사느라 망거진 우리 침대를 개비하지 못하고 바닥에 자는 신세가 되었지만 '우리는 해방이닷' 을 외쳤단. 8년 전 챈이가 태어난 이후로 밤중 수유를 시작으로 우리들의 밤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자다보면 한 놈 다리가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 자다보면 자리가 평균 세 번은 바뀌는 혼란을 거듭하는 밤이었다.
이층침대는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다. 그러면서 부푼 꿈을 꾸었는데.... 상황은 더 악화. 집이 커서 무섭다는 놈들이 도대체 둘이 자주질 않아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설득하다가 결국 아빠 혼자 널따란 안방을 차지하고 나는 이층침대 옆에 이불 깔고 혼자 불쌍하게 자는 모드가 되었다. 아~ 정말 끝이 안 보이는 부모됨의 고달픔이여!

헌데 일주일 전에 의진네서 안방 침대를 얻어온 이후로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은근슬쩍 그 푹신한 침대에서 엄마랑 함께 잘 꿈을 꾸는 현승이 녀석. 아빠가 단호하게 안된다고 못 박아버렸고, 게다가 그 날 엄마가 아팠는데 아빠가 사기를 좀 치면서... '너 김현승. 엄마 아파서 푹 자야돼. 너 때문에 자꾸 깨고 그러면 진짜 많이 아파서 엄마 죽는다~아. 이제 누나랑 니네 침대에서 자. 그래야 엄마가 건강하게 너희들 돌봐줄 수 있어' 그랬더니 그 날로부터 기적처럼 두 녀석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하다 잠드는 것. 우리 부부의 해방을 그렇게 찾아온 것이다.

그게 신통하고 예뻐서 '자! 다음 주 부터는 가정예배 드리는 날 모두 다 같이 안방에서 잔다. 자리는 가위 바위 보로 정한다' 했더니 김현승이 너무너무 행복해 하면서 이 날을 고대하며 밤에 자다 엄마한테 오는 이런 망발이 아예 없어졌다. 일헌일헌....

어제는 드디어 가정예배 드리고 다함께 자는 패밀리 데이!
빛이 되라는 아빠의 말씀에 어떻게 빛이 될 지를 나누고, 기도제목 나누고, 중보기도해 줄 사람들도 생각해보고 함께 기도하고 안방에 다같이 모여서 자기. 가위 바위 보 해서 꼴지하는 사람이 먼저 자리 정하기. 가위 바위 보 꼴지를 해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자리까지 얻게된 김현승은 영락없는 강아지. 다들 누워있는데 침대로 껑충 뛰어 올랐다가 뛰어 내렸다가 기었다가 그 기쁨을 주체치 못한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아빠랑 농담하다 오버하고 한 소리 듣고, 거기다 누나가 놀리고, 엄마한테는 혼나서 삐져가지구 저러구 계심. ㅎㅎㅎ
패밀리 데이! 가족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가족이 함께 하나님 사랑을 나누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 이런 저런 각자의 일과 염려 다 내려놓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 예배란 한 분을 향한  사랑, 헌신, 행복 이런 것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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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3.31 12:04 하하하.. 이집의 저 엔돌핀들은 이집만의 엔돌핀이 아니라니깐요~
    보는 이에게도 즐거움을 나눠주는 진정한 엔돌핀들^^
    겅중겅중 뛰는 건 이제 저두 충분히 상상하고 있답니다.
    울 털보는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해요.
    식기도 시간의 신선함, 아이들의 천진함, 경쾌함..ㅋㅋㅋ
    아, 또 보고 싶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31 12:12 기도하는데 뜬금없이 나오는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음악요?
    ㅋㅋㅋ

    가정예배 드리는데도 동영상 촬영하고 싶을 정도로 가관이예요. 두 녀석 기도제목 나눔이 거의 개콘수준.ㅋㅋ
  • 프로필사진 yoom 2009.03.31 14:16 네 이거 염장용 포스팅이군요 ㅋㅋㅋ
    울집도 제가 8살때까지 안방에서 넷이 잤는데
    엄마빠 것땜에 불편하셨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1학년 되자 엄마가 제가 잠들면 안아다가 옮겼는데
    잘땐 엎어가도 모르던 제가 고때만 되면 잠이 확깨서 찡찡거렸던 기억이 나요

    아..또 어릴 적 얘기하니 주일 저녁에 에니어그램 하고 와서
    기분 구리게 잠들면서 부모님중 한분 땜에(누군지 아시죠?ㅋㅋ) 짜증나 하다가...
    지금 부모님과는 할께 없다는 사모님 말씀에..그래그래..하며 잠들었어요 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31 14:24 불과 얼마 전까지 딱 그거였어.
    잠든 줄 알고 옮겨놓을려고 안으면 딱 깨고,
    잠든 줄 알고 살짝 빠져 나와서 안방으로 갈려면 딱 깨고..

    부모님과는 온전히 분노하고, 온전히 용서하고, 온전히 사랑하는 걸 목표로 한 발 한 발 가야할 길일거야. 원고 좀 쓰고 여유 있을 때 윰 방명록으로 가서 내가 썰을 좀 풀어야겠다. 쫌만 기다려.
  • 프로필사진 rosemary 2009.03.31 16:22 안방 침대 생기고.. 애들 잠자리 떼놓는거 성공하고.
    누구보다 아빠가 좋아할 듯. 아닌가? 엄만가? ㅋ
    우리 지난주에 조렇게 다 안방에서 잤는데..
    아들놈이 자니깐 누나까지 따라붙더라고 ㅎㅎ

    이 글보니 목사 사모 울언니 딸이 대학에서 침례받던 날
    앞에 나와 간증하던 중 어린시절 가정예배에 대한 회상부분이 생각나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3.31 17:15 그렇게 다 큰 아들 딸 끼고 한 방에서 자는 맛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저희두 나중에 꼭 그렇게 해야죠!ㅎㅎ

    안방 침대 생기고 애들 독립시킨 건 엄마가 젤 좋아해요.ㅎㅎㅎ
    엄마가 이 집에서 젤 사랑할 수 없었던 곳이 안방인데 이제 안방을 젤 사랑하게 되었어요.
  • 프로필사진 hs 2009.03.31 22:41 ㅎㅎ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
    우리도 애들 어릴 때 거의 매일 가정 예배를 드렸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찬양을 할때 손으로 무릎을 치며 장단을 맞추며 따라 하던 딸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합니다.^^
    가정예배를 방해하는 것 중에 젤루 큰 것이 TV란 놈이죠.
    여러가지로 악영향을 끼치는 면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현승이와 채윤이 가정예배 날이 기다려지겠어요.
    너무 좋은 아이디어네요.
    여~~억 쉬~~~~~~!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3.31 22:45 신고 여~~역 쉬~~~~~!
    이거 느낌이 아주 강한데요.ㅎㅎㅎ
    지금은 그 장단을 예지 현지가 맞추고 있는 거겠죠?^^
    아우, 진짜 현지 귀여운 것! 그새 보고싶네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09.04.01 13:29 사실은 지난 번 찾아갔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필님이 기도하는 중에 엿본 아이들 모습이었어요.
    제가 실눈을 뜨고 봤더니 두 녀석이 낄낄거리며 웃고 있더라구요.
    기도의 경건함으로 아이들을 억누르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나 좋아보였는지요.
    내 기도의 경건함이 남들에 대한 억압이 되지 않는다는 건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었어요.
    절로 웃음이 나오는 집안이었습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4.01 14:18 '엄마! 유치부 예배할 때 기도시간에 눈 뜨는 애들이 있다'이러고 현승이가 일러요. '넌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봤으니깐' '기도하는데 어떻게 봐?' '우헤헤헤헤....나도 눈 떴으니깐' 이러시는 김현승.ㅋㅋㅋ

    저 자신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제껏 뼈아프게 경험하는 것이 '내 기도의 경건함으로 남을 억압하고, 통제하고, 판단하는 것' 이거든요. 진정한 기도는 그게 아닌데요...
    털보님께 감사한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제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주신다는 거예요.
  • 프로필사진 myjay 2009.04.01 16:09 아... 감동입니다.
    집안의 소소한 일들을 이렇게 맛깔나게 쓰시는 분은
    아마 대한민국에 몇 명 없을 겁니다.
    '내 집 그리스도의 마음'...점점 달리시는데요.^^
    아참! 그리고 블로그 스킨 너무 마음에 듭니다. 샌스짱~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4.01 22:36 과찬이십니다만....이번 주 내내 원고 두 개 가지고 머리 싸매느라 '나는 글을 못써' 하면서 바닥으로 내려간 자존감 급회복 시키시는 멘트시옵니다. 캄사합니다.
    이 스킨이 다 좋은데 글자가 너무 작아 가지구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갓패밀리 2009.07.21 14:56 가정예배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하네요
    퍼가겠습니다~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21 15:22 신고 찾아주신 것 감사하고,
    공감해 주시는 것 감사하고,
    부족한 자식 같은 글을 가져가 주시는 것 감사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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