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는데.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찬양은 죄다 주일학교에서 배운 것 같다. 기도에 관한 많은 노래가 있지만, 자주 마음에서 울리는 찬양은 이것이다. <오늘 집을 나서기 전>. 때때마다 이 찬양의 어느 소절이 마음에 울리곤 한다.

 

기도는 우리의 안식 빛으로 인도하니

 

수도원 기도 피정을 떠난다. 어젯밤부터 시작하여 밤새도록 마음의 저 깊은 바닥에서 울리는 노래이다. 기도를 위해 며칠 떠나는 것이, 봉쇄 수도원으로 떠나는 이 시간이 기다려지기는 하지만... 기분 좋기만 한 일이 아니다. 가고 싶고,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밀고 밀리면서 조금은 심난하게 된다. 기도의 속성이 그런 것 같다. 하고 싶고, 하고 싶지 않고. 하나님의 품을 향한 자아의 태도가 그렇다. 그 품에 안기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새해 첫 주는 교회의 특새(특별한 기도회)로 보낸다. 올해에는 삼일 내내 찬양인도를 했다. 몇 년 전 처음 특새 찬양 인도를 했을 때 어느 집사님께서 칭찬해 주시길 "은쟁반에 꾀꼬리 굴러가는 소리"라고 하셨는데. 이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옥구슬이 아니라 꾀꼬리가 은쟁반을 굴러다닌다니! 늙어 텐션 떨어진 내 목소리에 어쩌면 그렇게 적절한 표현인지. 이 말이 내내 생각나 새벽기도 찬양 인도가 즐거웠다. 본회퍼의 옥중 편지에 곡을 붙인 "선한 능력으로"를 부르고 부르며 내 안의 선함이 불러일으켜지는 시간이었다. 함께 하는 교회 공동체 사람들의 선함이 더 뜨겁게 와닿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 오늘부터 저 멀리 남해 바닷가의 수도원으로 간다. 오직 기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봉쇄되어 평생을 사는 수녀님들이 매일 일곱 번 씩 기도하며 사는 곳. 특별한 기도의 자리로 간다. 모든 기도가 특별하다. 매일 앉아 글 쓰고 기도하는 자리를 정리하고, 연구소의 일들을 챙기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먹을 것들을 해놓고, 기도하러 간다. 

 

기도는 우리의 안식 빛으로 인도하니

 

영혼의 안식을 위해, 멈추어야 비로소 보이는 하나님을 뵈옵기 위해, 그리하여 다시 빛을 찾기 위해 떠난다. 

 

'정신실의 내적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부치지 못한 감사 편지  (0) 2025.01.15
가톨릭 잡지 계간 <평신도>  (1) 2025.01.05
감사한 연결, 기다리는 연결  (0) 2025.01.03
기도 50년  (2) 2024.11.17
기도 피정 안내  (2) 2024.10.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