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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마음의 환대

만들지 아니한 국수

by larinari 2025. 6. 27.

 

6주 만에 깁스를 풀었다, 고 해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다. 4주는 더 목발과 함께 걸으란다.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발을 땅에 디디는 것이 어디냐며 힘을 낸다. 두발을 땅에 디디고 혼자 식사준비를 했다. 열무국수와 한입 떡갈비 구이! 채윤이가 "와아, 이거 엄마가 만들었어? 너무 맛있다!"라고 한 것은 한 입 떡갈비였다. 설마... 채윤아. 비비고가 만들고 엄마가 손수 구웠어. 채윤이와 그 애의 아빠가 이구동성으로 열무국수도 넘넘 맛있단다. 이건 엄마가 했다...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 열무김치는 내가 한 게 아니니 말이다. 

 

생각해 보라고. 떡갈비를 만들고 열무김치를 담그는 일은 얼마나 많은 자잘한 노농과 정성이 소요되는 것이냐고. 나는 15분 만에 점심 준비를 했는데. 완제품 떡갈비와 열무김치 덕이었다. 열무김치를 담그고 나눠주신 손길에, 떡갈비를 상품으로 만든 모르는 어떤 노동자의 수고에 감사한다. 이것은 내가 했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닌 맛있는 식사인 것인 것인 것인 것! "잘 먹겠습니다!' 깊이 감사하며 먹었다. 그렇게 먹자니... 칭찬 따위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이 되어 공치사를 늘어놓지 않아도 되었다. 아침에 묵상한 두 성경 구절 덕인지 모른다. 

 

너희가 일구지 아니한 땅과 너희가 세우지 아니한 성읍을 내가 너희에게 주어서, 너희가 그 안에서 살고 있다. 너희는 너희가 심지도 아니한 포도밭과 올리브 밭에서 열매를 따먹고 있는 것이다. (수 24:13)

 

 

도대체 누가 여러분을 남보다 낫다고 보아줍니까?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다 받은 것인데 왜 받은 것이 아니고 자기의 것인양 자랑합니까? (고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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