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모음/내 맘에 한 노래 있어24 딴 근심 무지 많지만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14 말보다 표정과 눈동자가 더 크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수심 가득한 눈동자에 펴지지 않는 표정이 이미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아냐, 별일 없어, 잘 지내.”라고 말하기도 한다. 오히려 ‘별일 없다’는 말이 더 큰 어려움 속에 있다는 뜻일 터이다. 답도 없는 내 얘기 해봐야 상대에게 걱정만 끼칠 뿐이거나, 온전히 이해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니면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다. ‘별일 아니다, 별일 아니다. 괜히 나 혼자 힘들어 하는 것이다’ 자기최면의 말일지도. 주 안에 있는 나에게 딴 근심 있으랴십자가 밑에 나아가 죄짐을 풀었네 우리 어머니의 찬송이기도 하다. 엄마가 낮고 작은 소리를 읊조리듯 저 찬송을 부르고 있다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딴.. 2018. 1. 24. 고된 순종의 길, 복된 순종의 길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13 습관을 따라 기계적으로 부르거나 은혜 충만하여 자아를 잃고 찬양하거나, 둘 중에 하나여야 안전하다. 한 마디 한 마디 정직하게 곱씹으며 노래하다가 결국 속이 불편해지는 찬송이 많다. 메마른 마음에 이성만 날카로운 상태로 이 찬송을 부르다 살짝 얹히고 말았다. 예수 따라가며 복음 순종하면 우리 행할 길 환하겠네주를 의지하며 순종하는 자를 주가 늘 함께 하시리라의지하고 순종하는 길은 예수 안에 즐겁고 복된 길이로다(찬송가 449장) 의지하고 순종하는 자, 늘 함께 해주신다고? 안위해 주신다고? 항상 복 내려주신다고? 순종하는 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더 큰 헌신의 요구 아닌가. 예예 순종하는 반주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온 교회 기도회, 찬양연습 반주 도맡아 하는 복이다. 어깨가 뭉.. 2017. 12. 23. 진지하게 불러보는 성탄절 노래 길을 가다 우연히 듣는 노래에 옛사랑의 추억이 소환되는 경우가 있다. 연애하던 시절 함께 들었던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애써 찾아 들은 것도 아닌데) 그 즈음 유행했던 노래들이 그러하다.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 안에 저장된 기억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의 농간인데, 그중 갑은 크리스마스캐럴이다. 한 두 마디 말로 짚어내기 어려운 크리스마스 느낌을 살려내는 것은 시즌이 되면 가는 곳마다 귀에 걸려드는 캐럴메들리이다. 어릴 적 산타클로스를 소환하고, ‘올해도 솔크(솔로 크리스마스)네’ 외로운 감정에 부채질하고, ‘벌써 한 해가……’ 흘러가는 시간의 감각을 일깨운다. 뭔가 들뜨고 한 편으로 차분해지는 크리스마스 느낌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본말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성탄절의 주인공을 찾아볼 길은 없다.. 2017. 12. 1. 갈릴리 그 남자, 참 좋은 사람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11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이야’라고 소개 받을 때가 있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무얼까. 친절한 사람, 합리적인 사람, 잘 돕는 사람, 이해심 많은 사람, 유연한 사람 등. 나는 어떤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 부를까 생각해보니 나를 있는 그대로 봐 주는 사람이다. 더 나아가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사람이다. 좋은 사람에 둘러싸인 삶은 행복하다. 위선적인 사람, 위협적인 사람, 비열한 사람, 자기중심적인 사람들과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산다면 불안이고 불행일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고 싶고,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꿈속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좋다’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 사람의 눈빛을 잊을.. 2017. 10. 23.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10 아무렇지 않았던 여자(남자)의 신상이 갑자기 궁금해졌다면 내 쪽에서 막 켜지기 시작한 그린라이트인 경우가 많다. 알고 싶어 하는 것, 더욱 자세한 내용이 듣고 싶다고 몸을 바짝 기울이는 것은 호감의 표현이다. “너에 대해 알고 싶어.” 이것은 ‘사랑’의 그린라이트이다. 알고 싶고, 더 잘 듣고 싶어 다가가게 되는 것, 혼자 있을 때도 어느 새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린라이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반면 “알았어. 알겠다고!”하는 말은 그에 반하는 뉘앙스이다. 대화나 관계의 단절을 알리는 사인에 가깝다. 누군가에게,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는 궁금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엔 가능성이 느껴지나 ‘네가 말하는 거.. 2017. 9. 24.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9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짧고 굵은 사랑에의 항변이다. 영화 주인공 상우(유지태)의 대사지만 누구나 언젠가 한 번쯤 되뇌어본 말이기에 명대사의 목록에 남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휴대폰 광고 속 대사도 떠오른다.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는 지고지순한 태도, 사랑은 움직이고 변하는 거야, 솔직 당당하게 인정하는 태도. 어쩐 일인지 둘 다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변하지 않는 것이라 간절하게 믿고 싶은 것은 결국 변하고 말 것임을 알기에 두려움으로 붙드는 썩은 동아줄인 지도 모른다. 바람기, 변심, 고무신 거꾸로 신기. 같은 연애 사담을 나누고자함은 아니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 온전한 사랑은 하나님 사랑뿐이다, 설교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이 찬송의 이.. 2017. 8. 27. 목마름을 목말라함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8 책으로 둘러싸인 거실의 창가, 낮은 책꽂이 위에 공들여 키운 화초들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남들 눈에는, 심지어 식구들에게도 그렇고 그런 들쑥날쑥 흔한 식물이겠으나 공들여 키우는 제게는 다릅니다.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고 물을 주고 매만집니다. 사랑을 듬뿍 받는 녀석들이지요. 돌보는 이가 한결같지 못하여 간혹 방치될 때도 있습니다. 일이 많아 바쁘거나 마음이 메말라 화초는 물론 그 무엇도 돌볼 여유가 없는 날이 있지요. 그런 순간엔 ‘돌보지 못한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바쁜 일이 지나고 아팠던 마음이 나아지면 비로소 잎을 축 늘어뜨린 화초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때야 정신이 번쩍 들어 싱크대로 가져가 하염없이 샤워를 시켜보지만 끝내 살아나지 못하는 녀석도 있습니다. 회생.. 2017. 7. 20. 첨벙, 삶의 바다에 뛰어들다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7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생각하는 것이 미덕이긴 하지만 그러다 생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안타까운 일이지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고백 할까, 말까, 할까 말까, 할까 말까 생각만하다 상대에게 청첩장 받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상상만 해도 아쉬움의 산사태가 밀려오는 사태네요. 좋은 생각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하나님, 이럴까요, 저럴까요? 묻고 기도합니다. 꿈에라도 주님께서 나타나서 ‘이래라, 저래라’ 응답 주시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기도하고 난 어느 시점에서 내가 선택해야 합니다. 믿음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숙고하고 기도하되 반드시 어느 시점, 생각의 언덕을 떠.. 2017. 6. 24. Come home, come home 내 맘에 한 노래 있어 6 예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Come home, Come home. ‘집밥’의 맛을 아는 사람은 집을 떠나본 사람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출퇴근용 떠남일 수도 있다. 바쁜 일정으로 끼니를 거르거나 계속 매식을 해야 할 때 ‘집에서 밥 먹은 지가 언젠지’하며 집밥 생각이 난다. 긴 시간 집을 떠날 수도 있다. 난생 처음 집을 떠나 기숙사나 자취 생활을 시작하며 ‘자주 독립 만세! 룰루랄라!’ 하겠지만 독립 시작, 집밥 그리움도 시작이다. 해외에 혼자 나가 있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이 더욱 간절한 집바. 집밥에 대한 그리움은 원초적인 감각인 식욕으로 대변되는 존재의 깊은 곳의 그리움이 아닐까. 긴 겨울이 끝난 건가, 날이 좀 따뜻하네, 싶으면 어느 새 목련 꽃.. 2017. 5. 19. 내 주님 입으셨던 그 옷_'사랑 받는 자'로 살기 말끔하게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후줄근한 차림으로 서 있을 때의 느낌이 있다. 백화점 의류 매장의 마네킹 사이를 걸어 아이쇼핑할 때의 기분도 비슷하다. 날아갈 듯 가벼운 봄 신상 사이에선 그럭저럭 괜찮았던 내 겨울 코트가 한 물 간 듯싶고 둔하게만 느껴진다. 여기저기 일어난 보푸라기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비교를 하자면 나와 나를 비교할 수도 있다. 제일 좋은 정장을 차려 입고 결혼식 가는 나와 무릎 나온 운동복 차림으로 라면 사러 가는 나는 내 눈에도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는 잠시 옷을 바꿔 입어 신분까지 뒤바뀌어버린 왕자와 거지의 이야기이다. 어떤 옷을 입었느냐에 따라 몸의 자세는 물론 마음의 당당함도 달라진다. ‘왕자와 거지’처럼 신분이 달라지기도 하고 한.. 2017. 4. 22.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