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께서 휴대폰을 바꾸시고 '이거 현승이 갖다줘라. 이 핸드폰 좋아해. 게임하라고 해' 하시며 충전기 까지 챙겨 주셨습니다. 휴대폰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현승이 녀석, 이거 받아들고 좋아라 하면서...
'헐... 엄마! 이 휴대폰 문자 보내는 거 하고 통화 하는 거 빼놓고 다 돼!!!!! 완전 좋아!'
(헐~ 세상에! 문자하고 통화만 딱 안되는 멋진 휴대폰이 있다뉘!)
하고 열광하며 게임에 매진하는 것도 딱 하루. 손바닥 만한 액정 쳐다보면 게임하는 건 별로!
티브이 없이 닌텐도 없이 게다가 애들 인터넷 게임도 안 시키면서 뭘 하고 노냐고 걱정하면 물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것 없이도 시간이 없어서 못 노는 아이 두 마리 있습니다.
이 장면 채윤이 네 살 때부터 우리집에선 너무 일상적이었던 장면.
4학년이 되신 지금도 시험 끝나고 나서 스트레스 푸실 때 여전히 하시는 놀이이고..
엄마가 아무리 시간을 많이 줘도 시간이 모자라는 놀이이고.....
(물론 사춘기에 임박한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우면 대외적으로는 이런 놀이 끊은 걸로 표방하고 있다. 매일 아주 잠깐씩 문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조용하다 싶으면 책상 위에 책들을 늘어놓고 대화를 하거나 가르치거나 하시면서 조용히 그 분을 느끼실 때도 있다. 이것도 대외적으로는 알려져서는 안되는 일이긴 하다.ㅋㅋㅋ)
놀토 오전에는 부서지는 해살을 머금은 창가에서 죽치고 만화 읽기.
저 맛이 짱인데.....
어떤 날에는 커피장 앞에서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엎드려서 한참을 조용하신 후에 이런 작품을 내놓으시기도 한다. 얼핏 채윤이 그림 같지만 이 여성스럽고 디테일한 그림은 한 때 팀버튼 화법으로 날렸던 현승님의 그림이다. 자세히 보면 커피장 아래칸에 꽂혀 있는 책의 제목까지 다 써 넣었다.
작은 드립세트를 크게 확대해서 그려놓은 듯한 이 과감한 그림이 오히려 채윤양의 그림.
나름 핸드드립을 표기한 건데 이런 지적인 작업에서는 과감하게 스펠링을 창작해내서 틀려줘 버리는 센스!
이 외에도 시장 놀이터 가서 딱지치기, 주민센터 도서관 가서 또 만화보기, 엄마 화분 키우는 거 거들다가 화분들 질투하기, 퀵보드 타기, 줄넘기 하기, 둘이 나가서 베드민턴 치기, 가끔 <미래소년 코난> 디브이디 보기. 챈이는 피아노로 아무거나 쳐대면서 놀기. 현관에서 거울 보고 춤추기. 재활용 쓰레기 뒤져서 명성교회 공사장 내려다 보면서 크레인 만들기, 자전거 타......
(아! 이 대목에서 갑자기 울컥! 우리 채윤이 지난 주에 자전거 도둑맞았어요.ㅠㅠㅠㅠㅠ)
이거 티브이랑 닌텐도랑 게임기 같은 거 생겨도 시간 없어서 활용을 못하겠는걸요.
티브이, 닌텐도, 게임기 필수품이 아닙니다.
공.익.꽝.고.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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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진짜 티비는 몰라도 닌텐도의 유혹은 정말 애들한테 클 것 같애요.
사촌언니 조카들 봐도 닌텐도 30분 하게 해줄께 하면 그 정신 없던 애들이 바로 조용해지더라구요.
그러다가 접때 독일 가서 학교 친구가 닌텐도 들고 왔길래 버스 이동 중에 간간히 했는데, 아니 잊고 있던 슈퍼마리오 게임하는 순간 정말 어찌나 재미있던지
한국와서 하나 살 뻔 했잖아여 ㅋㅋㅋㅋ
그리고 왠지왠지 저 단어.. 독한 사전 찾아보면 나올 것만 같은 driek ㅋㅋㅋ -
까칠까칠큰연우^^ 2010.07.01 11:24
얼~~ 채윤양 그림에 디자인감이 느껴지는데~~~~
사이즈며 배치며 컬러,아래 원두 두알까지....^^
훌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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굥 2010.07.01 20:10
어휴 닌텐도 정말 사주면 안되요 ㅠ
미술학원에도 닌테도세계에 사는 아이들이 몇몇 있지요 흑
그거 가져오는날엔 어휴
진짜 심각한 기계...ㅋㅋㅋㅋ
어릴땐 챈이나 현승이 처럼 노는게 정답일 듯 싶어요
컴퓨터나 게임기는 애들 정서에 그닥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거 같아요
정말 전 학원 아이들 보면서 느꼈어요
나중에 제가 아이들 낳아도 절대 티비 게임 노노
안그래도 챈이 자전거 도둑맞았다고 하는데
제가 괜찮냐고 엄마한테는 안혼났어? 라고 물었더니
쿨하게 괜찮아요 어차피 아빠가 잘못해서 잃어버린거라며 ㅋㅋㅋㅋ
웃으며 얘기하더라구요
현승이 그림 굉장히 세밀한데요
그림 한번 시켜보시는것도 괜찮을듯싶어요 ㅋㅋㅋ -
출산왕 이탁구 2010.07.01 22:04
울 수현이, 우현이 유치원 끝나고 이 더위에 놀이터 가서 정확하게 3시간 반 놀고 집에 와서 씻고 바로 팽이놀이 시작하고 이어서 딱지치기 시작해서 여태 논게 10시가 넘어 가고 있어요. 요즘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팽이부터 찾고 유치원 가기 전까지 밥먹으면서 팽이 돌려요. 그래도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 놀았다고 하는 두녀석..
수현이가 유치원서 알아왔나 가끔 자기 8살 되면 닌텐도 사달라고 그러더라구요 ㅎ
언니 채윤이 그림에서 커피향 나는 것 같아요^^ -
hs 2010.07.01 22:42
채윤이와 현승이의 무궁무진한 놀이 처럼 그들을 모델로 엄마의 재미있는포스팅 또한 무궁무진하지요? ^^
자전거는 중고생 아이들이 걸어가기 싫으면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타고가다 버리곤 한답니다.ㅠ -
iami 2010.07.02 09:57
징하고 장하십니다.
집에 일단 TV를 안 둔 게 두고두고 잘하신 일이고,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이 더 자라가면서 이런저런 크고작은 변화를 겪으면서도
유년의 추억이 큰 자산이 될 거에요.
채윤이 그림에 약간의 원근감만 보태라고 해 보세요.^^ -
yoom 2010.07.05 14:04
모~니임~~~~~~~~~~~
안녕하세요 ㅋㅋ 또 넘 오랜만...아 ㅠㅜ 바로 댓글 들어갑니다!
여기도 식당가면 애들 둘은 닌텐더 들고 귀에 꼽고 게임 삼매경이 그 옆에 엄마빠는 말없이 밥 먹는 테이블 종종봐요...ㅋ 넘 슬픈 장면 이예요;
또 올께요~ 총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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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없이, 닌텐도 없이, 고르곤졸라 먹으면서 잘 살아요 ^*^
이이잉... 얘두라 나 그림 좀 가르쳐줘...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