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내가 본 김종필이 가장 활기가 넘칠 때는 소그룹 공동체를 주도적으로 섬기고 있을 때다. 공부할 때 또는 책을 볼 때 가장 김종필스럽기는 하지만 김종필은 공부가 삶과 연결되지 않는 것을 죽을 만큼 못견뎌 하는 사람이다. 김종필의 철학과 공부의 대부분은 소그룹 공동체 안에서 삶으로 드러날 때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남편은 '대화' 그 중에서도 '듣기'의 철학에 매료돼 있는 사람이다. 매료돼 있는 만큼 잘 듣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내게는 잘 들어주는 사람이고, 목장이나 소그룹 공동체 안에서는 그런 것 같다. 소그룹 공동체를 더 의미 있게 나아가게 하고, 그 안의 사람들을 일깨우는 프로젝트에 김종필은 남다른 감각이 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워하는 것 같다. 남편에게 목회를 하기 위한 어떤 은사나 리더쉽이 있는 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목회를 위한 리더쉽이 따로 있는 지조차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편의 이런 점은 목회를 할 때도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 믿는다.

 

남편이 설교를 잘 할 지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설교가 형편없는 목사님은 정말 사절이다. 남편이 좋은 설교자가 되게 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돕겠다는 생각이 있다. 열심히 연구하고, 남의 것 인용해서 자기 것처럼 말하는 것 못하는 김종필이기에, 또 설교가 삶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선언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을 못 견디는 김종필이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혹 목사가 돼서 그런 기준에 도달하는 설교가 안 된다고 여겨지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하겠지.ㅎㅎㅎ

 

집 밖에서는 여성운동을 돕고 페미니즘을 외쳐대면서 정작 자신의 아내에게는 다른 기준을 요구하며 사는 '무늬만 페미니스트'인 남성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모님은 자신의 남편인 목사님에게 '여보 우리 이불 가지고 강단에 가서 삽시다' 한다고 한다. 설교하는 것처럼 가정에서 살아달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종필씨는 아내에게 부모님께, 장모님께, 형과 누나, 처남, 조카들의 검증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인격의 소유자다. 가장 가까이서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어머님이 남편 인격의 제 일의 덕목으로 '정직'을 꼽으신다. 이것 역시 신학을 하려는 김종필씨가 가지는 또 하나의 메리트다.

 

이렇게 주절거리는 건 굳이 마지막 몸부림을 해보려는 내 이기심일 뿐이고... 주께서 쓰시겠다 하시면 뼈도 여물지 않은 어린 나귀가 예수님을 태울 수 있는 것이니까. 어떤 사람에게든 장점 그 곳에 항상 약점이 있는 것이니까 쓸데없는 자부심 내려놓고 두렵고 떨림으로 하루하루 일구어 나가기로 하자.

 

사실 이 글을 정리하는 동안 남편이 신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아주 큰 마음의 짐들과 염려를 내려놓았다. 올 해 신학을 시작하든지, 아니면 내년에 하든지, 그리고 우리 가정의 먹고 살 일 등에 대해서는, 심지어 내가 사모가 되어야 한다는 그 부담까지도 별로 큰 걱정이 되지 않는다. 6년 전에 신학을 할 수도 있었고, 4년 전에 신학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 세월 동안 기윤실에서, 대학원에서, 교육개발원에서, Young2080에서 했던 일과 맺었던 관계들이 또 다른 김종필로 성숙시켰고 그 모든 것에 하나님의 뜻이 있었다고 믿는다.

 

결혼 초 부터 우리 부부를 일으켜 세웠던 그 한 마디로 긴 글을 맺을까 한다. 앞으로 또 어떤 마음의 시련이, 삶의 시련이 닥칠지라도...우리는 그렇게 살 것이다.

 

오늘, 여기서 그 분을 위해!

 

                                                                                                          2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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