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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수업이 됐어도 아빠가 쉬지 않는 토요일이라 딱히 어디 다니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휴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현승이가 눈물까지 그렁거리면서 "왜 우리 아빠는 토요일에 쉬지를 않고 월요일에 쉬어! 다른 아빠들처럼 토요일에 쉬어야 자전거도 가르쳐주고 자전거 바람도 넣어주고 그러지. 아빠도 그냥 회사 다니면 안 돼?"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람에 엄마라도 움직여줘야겠다 싶어서 지난 토요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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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남겨 놓은 '노무현대통령 3주기 추모 전시회'에 꼭 가고 싶어서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는데...  아이들은 '노무현이 꿈꾼 나라' 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자마자 다리가 꺾이면서 '힘들다. 못기다린다. 그냥 가자' 하는 걸 아이스크림으로 우선 입막음을 해야 했지요. 노무현 할아버지 뒷모습인데.... 왠지 노무현 할아버지도 현승이처럼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계시는 건 아닐지... 3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이 쓰리고 아파서 가벼운 상상으로 감정막음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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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많고 두 녀석은 힘들어해서 사진을 찬찬히 둘러보지도 못했습니다. 자전거 타시는 그 분과 잠시 눈맞춤 정도.(에도 울컥해가지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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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경선과 대선 때 뱃 속에 있는 현승이까지 온 가족 하나되어 기도하며 마음을 모았었지요. 경선이 한창일 때 임산부 몸으로 한 끼 금식기도를 했으니까요. 대선에 임박해서 선거운동이 한참일 때 세 살 채윤이 요것이 '두 번 생각하며, 노무현이 보여요~오' 하던 목소리가 어찌나 또랑또랑했던지.... 그 채윤이가 저렇게 엄마 만큼 커져서 시크한 사춘기 소녀가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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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꿈꾼 나라, 우리가 꿈꾸는 나라.

12월 대선을 생각하면 조국을 위해서 뭐라도, 정말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 뿐입니다. 뭐라도 해야할텐데 '희망'이라도 해야할텐데요. 2002년 채윤이 그 앵두같은 입술로 '창 바꿔보니 창 바꿔보니 희망이 보이네. 창 바꿔보니 창 바꿔보니 노무현 대통령♪' 노래 역시 다시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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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에도 들렀습니다.  고통받고 아파하는 이웃의 소식을 SNS로 실시간 접하고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약2:15-17)' 이것이 제 믿음의 현주소 입니다.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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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재미없는 토요일 외출에다 많이 걷느라 지친 아이들이 이대 앞 콩불 집에 앉은 모습이 저렇습니다. 사실 엄마도 마음으론 저렇습니다. 많이 지쳐서 희망할 무엇인가가 있기나 할까 싶으면서요. 그래도 힘을 내야겠지요. 콩불을 맛있게 먹은 아이들은 다행히 기분이 좋아져서 신나게 이대 골목 구경을 하고 기분좋게 집에 돌아왔습니다. 희망합니다. 다시 한 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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