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와 공동체 세우기> QTzine 12월호


T와 F ; 인정머리 없지만 공정한, 주변머리 없지만 따뜻한

모임의 한 자매가 머리를 새로 하고 왔다. 누가 봐도 이번 파머는 좀 아니다.
뭔가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는 그녀에게 한 마디 해줘야 할 텐데….
나름대로 신경 써서 반응하는 두 사람을 보자.
F형 : (조금은 당혹스러운 듯, 그러나 애써 그렇지 않은 척, 쭈뼛거리며)
'어?…머리했네! 어…언제 했어? 음…괜찮다. 성숙한 느낌이 드네~'
T형 :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어? 머리했어? 야! 나이 들어 보인다야~.
지난 번 머리가 훨 낫다. 담부터는 이 파마 절대 하지 마라!'

F형 T형 모두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언제든 사람을 돕겠다는 의지가 충천하며 지체를 세우는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한다. 그렇게 볼 때 위의 두 반응 모두 '새로 머리를 한 자매를 위.해.서. 마음을 쓴 반응들'이라 볼 수 있다. 마음은 같은데 반응이 어찌 이렇게 천지 차이일까? 두 사람의 변을 들어보아야겠다.

F형 : 물론 제가 봤을 때도 머리가 확실히 아니었죠. 그런데 그건 자기가 더 잘 알겠죠. 설령 모르더라도 그게 뭐 그리 중요해요? '너 안 예쁘다' 하는 소리 듣고 기분 좋을 사람이 어딨어요? 예쁘게 보면 또 예쁜 거죠. 뭐∼

T형 : 아∼ 그건 제가 사람들을 아끼는 방식입니다. 진실을 가르쳐 줘야죠. 안 어울린다는 것을 알아야 다음번에 또 그렇게 하지 않죠. 진실이 중요한 겁니다.

감정형(Feeling)의 사람들의 관심은 '사람, 내지는 관계'이다. 객관적인 사실 자체보다는 어떤 사실이 사람이나 관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 빨리 느끼는 사람들이다. 반면 사고형(Thinking)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판단하는 방식이나 근거는 '사실 또는 진실'이다. 상황을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편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의 필요, 특히 정서적 필요를 빨리 알아차리고 공감을 잘 해주는 감정형(F)의 사람들은 모임을 따뜻하게 하고 기름지게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어떤 것이 합리적이지 않은지, 공평하지 않은지를 빨리 알아차리는 사고형(T)의 사람들은 모임의 방향성과 틀을 잡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정도를 지나칠 때인 것 같다. 사람들의 필요에 관심이 많고 그 필요를 채우겠다는 의지 충천한 감정형의 사람들은 지나치게 주변 사람들을 간섭할는지 모르겠다. (특히 S이자 F인 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반면, 자신의 유형에 너무나도 충실하기만 할 뿐인 사고형은 바른 말 하기 좋아해서, 자신의 바른 말에 상처 받는 영혼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특히 F들이 더 상처받기 쉽다!)

가끔 예수님은 MBTI로 어떤 유형이실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예수님 말이다. 유대 지도자들과 서슴없이 논쟁에 임하기도 하고, 또 바리새인들을 향해서 '독사의 자식들아!' 하면서 분명하게 진실을 인식시키시는 예수님을 보면 영락없는 사고형의 전형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반면, 길 잃은 양 같은 가난한 무리를 보며,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시는 예수님을 통해, 그리고 한 사람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모습을 통해 감정형의 또 다른 전형을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은 감정형들에게도 본이 되고, 사고형들에게도 본이 되신다.∧∧

공동체 안에 사고형과 감정형을 함께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섞어 놓아 갈등이 생기고, 오해가 발생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말이다. 각각이 자기 기질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동체를 섬길 때 예수님이 섬겨주신 그 섬김을 조금은 흉내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사고형들끼리, 감정형들끼리, 끼리끼리 모여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예수님 인격의 반쪽 밖에는 닮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좋겠다. 서로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때로는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공동체를 온전하게 할 뿐 아니라 나를 온전하게 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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