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하고도 몇 개월 전,
'모님, 저 언제 언제 놀러 가도 돼요? 혼.자.요.'
혼자라고라? 혼자란 말이지?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하는데.
오기로 약속한 전 날, '모님, 저 친구 하나 데려가도 되요?'
올 것이 왔군. 이럴 줄 알았어.
'누구야? 언놈이야? 빨리 불어. 나 원고 쓰는 중이니까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일단 불어.'
빨리 불질 않기에 남편이랑 마주 앉아 깃수 별로 이름 써놓고 하나 씩 지워가면 추측하던 기억.
그리고 둘이 교제 중이라며 집에 왔는데 아직 미공개 데이트라 저런 비겁한 편집으로 블로그엔가 페북엔가 올렸었다. 

 

 


그랬던 녀석들이 청첩장을 들고 찾아 왔으니!

이제는 밝힐 수 있다.  팔뚝과 넥타이의 얼굴들을.
그런데, 이것들 왜 이러는 걸까요?
웨딩촬영 후유증인지 카메라 나오면 바로 앨범용 표정과 포즈 출동이니.


 

게다가 무려 온라인 서점에서 <와우 결혼> 도서 이벤트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얻었단다.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잌권에 당첨되었는데
그 쿠폰을 가지고 저자와 그의 아그들을 먹여주는 센스까지.
'출판 축하합니다. 출판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노래가 오그라들어서 울고 갈 버젼으로 노래를 부르고 불도 끄는 영광을 누렸다.


내게는 여러 의미로 특별한 제자이며 후배인 윰.
축하한다.
니가 그렇게 순한 양이 되어 수줍은 웃음을 웃는 것을 보니 정말 적응은 안 되지만...ㅋ

너희 참 잘 어울려.
산등성이와 골짜기를 넘고 넘으며 보석같은 결혼의 신비를 하나 하나 찾아가 봐.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응원할게.


 

역사는 팔뚝과 넥타이 커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는 가장 믿음직한 오빠 형준,
가장 믿음 좋은 아가씨(아 아니구나 이젠) 정현이 커플이 함께 했다.
이들에게도 역사는 있다.
"네? 저는 교회 오빠들은 별로....." 라더니,
어느 날 늦은 밤, 믿음직한 교회 오빠를 뒤에 감추고 나타났던 이 깜찍이가 예비 엄마가 되었다.
어린이 성가대에서 삐약삐약 노래하던 정현이가 아기 엄마가 되다니!

준비된 사람들 형준이와 정현이.
너희가 있는 바로 그 곳에서 깃발이 되고, 씨앗이 되리라 믿어.
또 다른 JP와 SS가 되어줄 것만 같아 만날 때마다 설렌다.


이렇게 싱글과 커플의 역사는 흐른다.
이 네 사람도 불과 얼마 전까지는 외로운 싱글이었고,
내 짝은 도대체 어디 있냐며 싱글의 나날이 영원이 될 것처럼 막막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슴 설레는 연애가 시작되고,
핑크빛일 것만 같은 연애에 싸움의 먹구름이 끼어 눈물을 흘리고,
그러다 알 수 없는 힘이 이끌려 결혼 청첩장을 찍고,
결혼 준비를 하다 '이 결혼 해? 말어? 나 제대로 선택한 걸까?' 반신반의 하며 흔들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입덧을 하고,
그러다 다시 모님과 도사님을 만나러 오는 날이 있나니.
오랜 나날 싱글인 너에게도 역사는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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