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참 좋아하는데요.
비 오는 날 참 좋아하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일하러 나가려면 참 싫은데요.
악기 들고 나면 우산 들 손이 없는데요.
그러다 보면 엉뚱하게 남편한테 불똥이 튀는데요.
나 같이 불쌍한 여자가 어디 있느나며 속으로 소설을 한 편 쓰곤 하는데요. 

비오는 날 집에 있으니까 너무 좋은데요.
게다가 애들은 일명 천국이라 불리는 할머니 댁에 가서 집에 없는데요.
깨끗하게 치운 거실에 조용히 혼자 앉아 있으려니까 좋아 죽겠는데요.
어젯밤 늦게까지 놀다 간 꼬맹이의 흔적이 빨간 자동차로 남아 카펫 위에 있는데요.
자동차를 보니 그 녀석 어른 같은 말투가 생각나 혼자 웃었는데요.

비 오는 날 집에 혼자 이러고 있으니 참 좋은데요.
며칠 조용히 '영혼의 사경 헤매기'를 경험한 터라 더욱 고요한 마음인데요.
오늘 하루 종일 원고 써야 하는데요.

이 생각을 하니 갑자기 무서워지는데요.
그래도 비오는 날이니까 왠지 잘 써질 것 같은데요.

비 오는 날 무척 좋아해요.
열심히 쓰다가 쉬는 시간에는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한 번 들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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