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참 좋아하는데요.
비 오는 날 참 좋아하기 때문에
비 오는 날 일하러 나가려면 참 싫은데요.
악기 들고 나면 우산 들 손이 없는데요.
그러다 보면 엉뚱하게 남편한테 불똥이 튀는데요.
나 같이 불쌍한 여자가 어디 있느나며 속으로 소설을 한 편 쓰곤 하는데요. 

비오는 날 집에 있으니까 너무 좋은데요.
게다가 애들은 일명 천국이라 불리는 할머니 댁에 가서 집에 없는데요.
깨끗하게 치운 거실에 조용히 혼자 앉아 있으려니까 좋아 죽겠는데요.
어젯밤 늦게까지 놀다 간 꼬맹이의 흔적이 빨간 자동차로 남아 카펫 위에 있는데요.
자동차를 보니 그 녀석 어른 같은 말투가 생각나 혼자 웃었는데요.

비 오는 날 집에 혼자 이러고 있으니 참 좋은데요.
며칠 조용히 '영혼의 사경 헤매기'를 경험한 터라 더욱 고요한 마음인데요.
오늘 하루 종일 원고 써야 하는데요.

이 생각을 하니 갑자기 무서워지는데요.
그래도 비오는 날이니까 왠지 잘 써질 것 같은데요.

비 오는 날 무척 좋아해요.
열심히 쓰다가 쉬는 시간에는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한 번 들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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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02 12:25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3.11.02 12:50 신고

      그거 좋다!
      잘 조정해서 거기서 만나서 늦은 점심이라도 맛있는 거 먹으면서 잠시라도 여유있는 수다를 떨자.
      오전에 하남에서 일하니까 나도 딱 좋아. ^^

  2. 아우 2013.11.02 15:37

    영혼의 사경은 헤맬만해?ㅋㅋ 헤매다가 스탠드다운되는 비법 좀 알려줘~

    • BlogIcon larinari 2013.11.02 15:52 신고

      죽음이야.
      일단 한 번 죽고나면 서서히 스탠드 다운 돼.
      (다음 번 만나서 어디까지 나눌 수 있을까 모르겠네.)

  3. 아우2 2013.11.06 21:00

    언니에게 없을 것 같은 슬픔, 넘쳐나는 기쁨이 어디로부터 오늘 것일까 예전에 가끔 생각해 보았는데 오늘에서야 문득 언니에게 자리잡은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어!!!!! 아버지 잃어버린 소녀의 슬픔이 이제서야 보이네 .....

    • BlogIcon larinari 2013.11.06 22:41 신고

      아까 얘기하며 속에서부터 울컥해서 조금 당황했어. 그게 내 슬픔은 잘 못 느끼고 민맘이나 내 동생의 슬픔에 투사하는 거였나봐. 채윤이 현승이 이 나이 되니까, 글고 생각해보니 아버지 추도식이 다가오는구나.... 속에서 많이 울고 있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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