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을 타고
단풍나무 낙옆처럼
바람을 타고
슬픔 바다인 진도 앞바다
로 가고싶다.
<내 마음은>
소나기처럼 내리는 눈물
진도 앞바다로 당장
달려가고 싶다
우리는 모를 고통
집에 티브이가 없어서 현승이는 이 슬픔과 관련하여 사진도 동영상도 거의 접하지 못하고 며칠을 지냈다. 남편과 나도 휴대폰으로 뉴스를 조용히 끊임없이 들여다 볼 뿐 별 말을 하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남자아이들이라 노는데 열중하느라 별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이었다. 주일 저녁 런닝맨을 보려고 기대하고 있던 현승이가 결방소식에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감지했나보다. 뉴스 검색해서 봐도 되냐고 해서 잠깐만 보도록 했다. 말 없이 엎드려서 사진과 영상을 조금 보더니.....
"엄마, 그 엄마들 어떻게 해?" 하고 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저렇게 시라고 지어놨는데, 마지막의 '우리는 모를 고통' 이 구절에 마음이 심지가 탁 꺾이고 말았다.
몇 년 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알려졌을 때를 기억한다. 며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었다. 포&동님 부부가 그 뉴스 듣고는 '아이고, 실님 어쩌냐'하고 걱정하셨단 얘길 나중에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될 수가 없었다. 그분들에게나 내게나 슬픔과 충격은 거기서 거기일 것이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몫으로 아팠던(지금도 여전히 아픈) 일이다. 그런데 털끝 만 한 차이를 가지고 '실님 어쩌냐' 걱정하셨단 얘기는 적어도 내 아픔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전국민이 집단 우울감에 사로잡힌다 해도, 하루 종일 티브이 앞에서 눈물 흘린다 한들 저 엄마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까. 한 번도 엄마 아빠라 불려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사랑하는 이의 고통에 무력하게 바라만보고 가슴을 찢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니 세월호라는 총체적으로 부실한 배에 태워 내 아이를 떠나보내고 다시 안아보지 못하는 그 엄마 아빠가 아니라면 함부로 말하지 말 것. 제발. 인지상정도 모르는 미개한 짐승처럼 함부로 말하지 말 것. '시신 몇 구'가 아니라 '어떤 시계를 차고 어떤 옷을 입은 내 아이'의 싸늘한 몸으로 이 일을 겪는 가족의 고통이 어떤지 모르는 우리는 차라리 현승이처럼 '우리는 모를 고통'이라 말하며 '어쩌냐...' 하고 마는 게 낫다. 미지의 고통에 대해 차라리 숙연하게 바라보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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