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인연이 있다.

명동성당을 언저리를 맴돌다  만난 성당 언니들이 있고,

성당 언니들을 가르치는 불자(佛子)이신 선생님도 계시다.

가장 소중한 것을 배우는 여정에 만난 분들이다.


신심 깊은 성당 언니가 암은 문턱에 섰다 깨달은 간증이 뜨거웠다.

지적인 욕구가 높은 이 언니는 개신교의 은퇴한 철학교수의 가르침에 빠져있다.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 깊은 철학적 성찰, 그리고 명상이 그를 변화시켰다고 했다.

명상의 유익에 대해 또 열변을 토하셨다.


어, 그런데 명상이라고 하셨나?

내가 아는 어떤 가톨릭 신자보다 믿음이 뜨거운 분이고,

마음공부와 영성에 관해 모르는 것, 안 해본 것이 없는 분이다.

선생님, 명상이라고 하셨어요? 향심기도가 아니구요? 라고 했더니.

향심기도 열심히 했는데 모르던 것을 명상으로 배우니 알겠더란다.


담을 넘어 가 배우는 기쁨과 두려움, 신선함과 막막함을 안다.

평생 들어 귀에 딱지 앉은 얘기를 새로운 언어로 들을 때 무릎 치며 알아듣고

귀에 딱지로 남은 평생 배움의 진가를 그제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신비롭다.


80, 60대 선생님(이라 쓰고 언니라 읽는다)들 사이에서 막내 역할을 맡는 것도 신나는 일이다.

밥 생각 없으시지만 막내 배고프다니 헤어지던 발걸음 돌려 저녁 먹어(라고 쓰고 '멕여'라고 읽음)주심,

야야, 나는 이해가 안된다, 는 아주 일상적인 말로 내 종교가 가진 편협함을 가차없이 찔러주심.

재능과 꿈 덮어두지 말라고 사업계획 짜주며 먹고 살 걱정까지 해주심.

담을 넘어 만난 분들과의 수다가 사랑 노래가 되어 가슴에 남았다. 


불금의 명동에서 연가를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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