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맡에 놓인 두 권의 책 제목에서 '기쁨'이 교차한다. 기쁘다. 모처럼 남편과 같은 주제의 책을 읽는다. 독서에 관한 한 서로 취향 존중, 개성 인정, 상호 불간섭이라서 더 기쁘다. 나는 박정은 수녀님의 신간 <생의 기쁨>이고, 남편은 짐 와일더의 <기쁨은 여기서 시작된다>이다. 서로 꽂힌 주제라 다 읽고 난 후에 바꿔 읽을 가능성도 높다. 저 두 책 사이에 달라스 윌라드의 <마음의 혁신>을 끼워 넣으면 나름 그와 나의 독서 여정에 맥락이 통한다. 내가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이 짐 와일더의 <달라스 윌라드와의 마지막 영성 수업>이기 때문이다. 지도자 과정에서 여름 방학에 <마음의 혁신> 함께 읽기 중인이라 자연스레 닿은 책이다. 저자인 짐 와일더가 교집합이지만, 결국 달라스 윌라드 슨상님의 가르침에 대한 관심이다. 영성 수련의 종착역 내지는 동력이 '기쁨'이라는 것을 이제 와 새롭게 알아듣게 된다. 거창하게 영성 수련이라기보다는 "마음은 어떻게 변화되나?"라는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이랄까.

엄마 뱃속부터 인상 쓰고 있었을 것 같은 남편은 물론 프로 불편러인 내게 '기쁨'은 가까운 감정이 아니다. 물론 나는 재밌는 것을 무조건 좋아하는, 농담 따먹기를 목숨 걸고 하는, 웃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기쁨'에 대해서 좀 안다고 자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진짜 기쁨을 몰라서 '웃기는 것'에 집착했다는 것을 조금 깨달아간다. 그러나 여전히 웃기고 재밌는 것은 아름답고 좋은 일이다! 남은 생애 기쁨을 더 많이 발견하며 살아야겠다. 남편과 함께 늙어가며 마음을 맞춰, 힘을 모아 발굴해가면 더 좋겠다. 마침, 오늘 아침 연구소 카페에 나누는 읽는 기도는 이현주 목사님의 <하루 기도> 중 이런 내용이다. 이현주 목사님은 또 누구인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남편과 나를 이어준 중매쟁이 아닌가. 기쁨에 꽂힌 8월 어느 날, 그분께로부터 오는 응답으로 듣는다. 관광 비자로 살아야지!

 

어떤 사람이 꿈에 천당엘 갔는데
보는 것마다 신기하고 재미있고 즐거웠답니다.
그런데 그가 죽어 진짜 천당엘 와서 보니
지난번 꿈에 본 천당과 너무도 다른 거예요.
재미도 없고 신기할 것도 없고 별로 즐겁지도 않은 겁니다.
그래서 천사에게 물었지요.
"지난번 꿈에 본 천당과 너무나 다릅니다.
왜 이렇게 달라졌나요?"
천사가 대답하기를,
"여기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이 모두 그대로다.
그런데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지난번에는 관광 비자로 왔던 네가
지금은 이민 비자로 왔기 때문이다."

아, 주님, 이제부터라도 이 세상을
관광객으로다녀가는 비결을 배워야겠습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고 즐거울 테니까요.

이현주 <하루 기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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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겨자씨한알의꿈 2021.08.20 01:19 신고

    작년가을 내적여정때부터 시작되었던것같아요. 다시시작된 책읽기의 시작.. 그리고 내면에 힘이 생기는걸 경험했지요. 책좋아하는 사람만큼에는 못미치지-라고 3유형의 습성으로 비교하다가 이제는 천천히 저의속도로 읽어나갑니다.책읽는 노인이 되기를 꿈꾸며.
    작년부터 추천해주신 책들 읽으며 거기에서 파생된 책들 계속 읽고있습니다.글쓰기하면서 읽고싶다하는 책들은 카트에 넣어두고있고, 이렇게 선생님글읽다가 오늘은 생의기쁨을 카트에 넣었습니다.^^
    마침 요즘 읽고있는 책이 사려깊은수다 네요.
    샘~늘 감사.

    • BlogIcon larinari 2021.08.30 08:47 신고

      선생님처럼 오롯하게 가시는 분이 드물어요. 읽고, 쓰고, 그리고.... 배우신대로 성실하게 자신을 만나가시는 모습에서 저도 다시 많이 배워요. 이 발걸음의 끝은 '기쁨'에 닿아 있다는 것! 내면에 생기는 힘은 결국 전에 만나지 못한 기쁨이라는 것도 아시죠? <사려 깊은 수다>로 여름을 보내셨으니 <생의 기쁨>과 함께 하는 올 가을이어도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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