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내를 드러내는 얘기,
조금이라도 오글거리는 얘기.
는 가족간에 거의 하지 않는 것이 불문률인 김씨 일가.
친정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라 결혼 초에는 이해도 잘 못하고 때로 남편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속깊은 정은 면면이 흐르고 있는 것을 며느리도 알게 되었다.
결혼 10년을 넘기는 사이 어쩌다 보니 부모님 두 분 사이, 부모님과 남편 사이에서 살짝 속내를
드러내는 얘기를 중간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내가 가진 성격도 있을 거고,
박힌 돌이 아니라 굴러온 돌이라는 잇점도 있었을 것이다.
수줍음 많으시고 낯 많이 가리시고, 사람 어려워 하시는 아버님과 가장 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채윤이와 현승이 그리고 채윤이 에미였다.
게다가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을 들은 사람도.
정확하게 말하면 채윤이 현승이는 할아버지의 사랑고백을 들었고,
채윤이 에미는 그 사랑을 보았다.
가끔 오그라드는 문자를 아버님께 보내기도 했지만 편찮으신 이후로 대놓고 질러대곤 했었다.
목표는 하루에 하나 씩! 이었는데 사실 이것조차 마음 먹은 만큼 해드리질 못했다.
돌아가시기 전 며느리를 '둘째 딸'로 등급조정을 해주셨다.
그래서 내게는 아버님이 아버지가 되었나보다.
'에미야, 밥 먹었냐? 나는 지금 동창회 사무실에서 한 잔 하고 들어가는 길이지. 지금 너 살던 백조현대
아파트 지나간다. 니 목소리 들을려고 전화한 게 아니고.... 우리 현승이 바꿔 봐' 하시며 전화를 걸어오실
것만 같아 저녁 어스름할 때는 자꾸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JP&SS 영혼의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저도요 (0) | 2011.08.01 |
---|---|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 (4) | 2011.07.29 |
대화 (11) | 2011.06.15 |
歸天 (12) | 2011.06.11 |
아버지와 죽음 (14) | 2011.06.03 |
좋은 날 (6) | 2011.05.16 |
-
-
-
-
myjay 2011.06.16 13:03
참 깊은 슬픔과 깊은 생각과 깊은 소망이 있으셨을 듯 합니다.
두분에게도 위로를 드립니다.
전 사실 아버지가 싫습니다. 결혼하고나서 아내도 함께 싫어합니다.
인간적으로는 정이 들어서, 그리고 그분 나름으로는 저를 가장 아끼시는 관계로
마음이 가기는 하지만. 인간 자체가 비호감이신지라...
제 아버지를 떠올리면 도사님과 사모님의 아버지에 감정이입이 잘 안되었습니다.
평생 제가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버지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연유로 블로그 글 몇개는 넘겼습니다. 마주하기 싫은 감정이겠지요.-
감사해요.
실은 모든 아들들의 숙제이듯 남편에게도 아버님은 쉽게 극복되는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결혼 전 데이트로 만났는데 유난히 남편 얼굴이 어두울 때는 대부분 아버지와 관계의 어려움이었거든요. 결혼 전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직면하며 다루기도 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유야무야 나아지는 듯 하기도 했지만 말끔해질 수는 없는 것 같았어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사랑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인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저하고는 다르게 남편은 아버님과의 갑작스런 이별이 더 슬프고, 더 아쉽고 한 이유가 제이님의 고민과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언제나 오셔서 폭풍댓글 달아주시나 했는데 감사합니다.ㅎㅎㅎ
-
-
으~~~~~~!
장문의 댓글을 썼는데 갑자기 날라 가 버렸어요.ㅠㅠㅠㅠ
그러고 나면 다시 쓸 기분이 없어지는데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자나요.
짧은 기간이나마 "시"짜라는 크나 큰 벽을 허물어 버린 그 사랑을 먼 훗날 다시 회복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