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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룻, 사랑을 선택하다

larinari 2009.07.20 23:52

돌이켜보면 신혼 초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가장 힘들었 이유가 '어머니' 때문이 아니었다. 고부간의 관계에서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나 자신이었다. 무슨 얘기인고 하면, 원래 거절도 못하는 나. 또 어른들이 어떻게 해드리는 걸 본능적으로 잘 아는 나 자신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행동으로는 늘 최선을 다해서 잘 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생채기로 피를 흘리고 있는 적이 많았다.가장 힘든 건, 내가 진심으로 마음으로 하지 않는다면 몸의 수고도 다 헛될 뿐이라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더 잘 정리가 된다. 시부모님께(사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절하고 공경하는 것들의 출발점이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쯤해서 전화 한 통 안 드리면 섭섭해 하실 것이다. 이쯤해서는 스파에 한 번 모시고 가야 채윤이 보시느라 마음이 쌓인 게 해소되신다. 착한 며느리라면 휴일에 운전을 시키셔도 기꺼이 해드려야 한다. 이런 식의 슬픈 헤아림 말이다. 이런 슬픈 헤아림으로 움직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 머리 속으로 끝도 없이 이런 헤아림을 반복할 때 분열감으로 인해 초죽음이었다.
물론 순도 100% 사랑, 순도 100% 두려움은 존재하기 어렵다.  다만 대체로 두려움이었다. '이런 이미지의 며느리, 이런 이미지의 크리스챤, 이런 이미지의 아내... 이게 무너지면 죽음이다' 이런 식의 두려움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난 감히 부끄럼 없이 우리 시부모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웬만한 일에는 섭섭하지도 않고, 웬만한 요구도 과하다는 피해의식 따위를 수면에 올리지 않게 되었다. 지난 주 한 주 동안 어머니께 전화를 한 통도 드리지 않았다. 작은 일로 어머님의 연약함에 살짝 짜증이 났는데 애써 전화 드리고 싶지가 않았다. 하루에도 한 번은 기본, 어떤 날은 두 번도 길게 통화하며 수다를 떠는 사이인지라 어머님이 적잖이 섭섭도 하시고 맘도 쓰이셨을 것이다. 다 알지만, 두려움 때문에 전화를 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주말에 애들이 갑자기 시댁에 가게 되었고 또 어머님이 힘주어 말씀하신 '늦게 니네 데리러 오려면 니 엄마 아빠 힘들어. 여기서 자' 이렇게 설득하신 탓에 일박을 하게 되었다. 그 일로 자연스레 통화를 했다.

오늘 오랫만에 방학한 아이들 데리고 하루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었다. 엇저녁에 급 계획을 바꿔서 부모님을 모시고 새로 개통한 경춘 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엘 다녀오기로 했다. 나 스스로를 두려움으로 꽁꽁 묶지 않을 때, 그리고 때로 내가 내 자신을 다그치지 않고 기다릴 때 자연스레 다시 흐릿했던 사랑이 또렷해진다. 그리고 내가 두려움 아닌 사랑으로 부모님을 공경할 때 거기서 나오는 기쁨의 샘물은 내 몫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사랑이 버거운 날에 잠시 유보할 수 있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렇게 노래하면서 말이다. '주 안에 있는 보물을 나는 포기할 수 없네'

두 망아지가 함께 하는 한 어디든 시끄럽고도 귀찮고 무엇보다 즐겁다. 춘천 닭갈비로 몸과 마음이 두둑해진 돌아오는 차 안. 도레미 송으로 공연의 문이 열렸다.



 어제 할아버지 댁에서 자면서 텔레비젼을 원 없이 본 녀석들. 간만에 개콘을 제대로 봤나보다. 안영미 흉내를 기가 막히게 잘 하는 큰 망아지.



안영미는 되는데 강선생은 잘 안 되는 누나를 위해서 나선 구원투수 작은 망아지.



마지막으로 작은 망아지의 리듬 노래.



이 녀석들 커서 이런 공연 안해주면 할아버지 할머니 무슨 낙으로 우리 차에 타실까 살짝 걱정이 될 정도로 기쁨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랑, 어렵고 힘들어도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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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Comments
  • 프로필사진 영애 2009.07.21 00:08 현승이 선생님이 대사 알려주신거 아니죠??????
    어쩜 저렇게 잘 해요!!!
    완전 빵빵빵 터지네요!!!!!!ㅋㅋㅋㅋㅋㅋㅋ

    앗싸 1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21 15:13 신고 현승이 대사는 광고에 나오는 거래.
    엄마가 개그우먼인데 애들이 모 저 정도는 기본이지.ㅋㅋㅋ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7.21 01:08 제목 어디서 많이 본건데요.ㅎ

    아~ 나, 도레미송 나오는데 왜 제가 다 뿌듯하죠?^^

    요렇게 예쁘게 노래하는데 앞에 두분 너무 앞만 보고 가시는거 아니예요?
    너무 운전에만 열중하신다~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21 15:15 신고 저도 찍으면서 그 생각했어요.
    아~ 뒷 배경의 아빠와 할아버지 완전 '남산 위의 저 소나무'네 어찌 그렇게 꿈쩍도 안하신댜?ㅋㅋ

    예전에 블로그에 올리셨던 타코가 부르던 그 노래도 사실 둘이 잘 부르거든요. 발음이 아주 죽여줘요. 영어가 아니고 아프리카어 같기도 하구요. 담번에 한 번 올려드립니다.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7.21 23:43 영어에서 아프리카어로 어떻게 넘어가는지 꼭 보여주세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22 21:42 신고 넵!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타코 귀국 환영 세러모니로 보여드릴까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7.23 15:05 조오치요~ ㅎㅎㅎ
  • 프로필사진 대구댁 2009.07.21 11:48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쫓나니..요한복음말씀이 생각나는 포스팅이예요
    저도 요즘 사모님이랑 비슷한 요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모님의 마음과 생각을 들으니 정리가 조금되네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21 15:16 신고 어젯 밤에 글을 마구 썼더니 지금 보니까 문장이 말이 아니네요. 지금 다시 손 봤습니다.^^;;
    사모님 정리된 얘기도 나눠주시면 가서 볼께요.
  • 프로필사진 hayne 2009.07.21 15:12 현승이, 죠스바 스쿠루바 이거 완전 대박이다.
    심상치가 않아. 현승이 즉석개그라고 믿을 수 없음이야~
    강선생님한테 알려줘도 될거 같아. 매주 아이디어 짜느라 머리 쥐날텐데.ㅎㅎ
    채윤이의 '압쑤 압쑤' 똑같어.
    개그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넘 즐거우셨겠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21 15:18 신고 죠스바, 스크류바 즉석 개그 아니죠~^^
    어디 CF에 나오는 건가봐요.
    채윤이가 저희 집 개그계의 최강자예요.ㅋㅋ
  • 프로필사진 yoom 2009.07.22 14:36 푸하하하~~ 아 애들 개그 보고 나니깐 한국 티비 보고 싶네요.

    그 머릿속의 헤아림..조금 공감이 되요.
    더 큰 문제는 잘 헤아려서 나만 잘하믄 되는데, 내 식구, 내 친한 사람들 까지 그 헤아림에 동참시키려 할때 제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있더라고요 ㅋㅋㅋ
    윰이랑 챙 왔을때 집주인에게 방해 될까바 응근 너무 늦게 샤워하지 않았으면..바랬고
    그리고 방 문을 닫을 때나 화장실 문 잠글때(여기는 유난히 잠그는 소리가 철커덕 하고 크게 나거든요) 소리 크게 안나게 조심하라고, 방에 에어콘 켤때는 문 닫아달라고 말했다가 어제 얘들이 주인한테 윤미가 자기들 단속시킨다고 일렀어요..ㅋㅋ (아니 다 당연한거 아녜요?ㅋㅋ)다행히 주인이 그런거 절대 예민해 하지 않는 사람들예요. 저는 남의 집이라고 조용조용 조심조심 하는거 스트레스 안 받는데 제 식구가 그렇지 못한거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는 거 같아요. 아마 제 동생이 오면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22 21:44 신고 '의리댓글'이 왜 이리 안 올라오나 했다.
    수영에 빠져서 댓글이 늦었구나.ㅋ

    걔들은 좋겠다. 영어로 고자질도 되고....ㅋ
  • 프로필사진 hs 2009.07.22 22:31 ^^ 나두 보면서 할아버지께서 한번두 안 돌아 보시네?했는데....
    아이들의 재롱을 하두 많이 보셔서 그러신 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

    위의 글은 참 어려워요.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5 13:31 제가 명확하게 정리하질 못해서 어려우실 거예요.^^;;

    앞 좌석의 두 아버님들은 촬영 중임을 의식하신 것 같아요. 고개를 돌려서 뒤를 보시면 바로 찍히니깐요.ㅋ
  • 프로필사진 myjay 2009.07.24 12:07 이런 분위기라면 절대 졸음 운전은 없겠네요.
    성하에게도 여러 가지를 가르쳐야 할 듯.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5 13:33 저희 집에서는 졸음운전이란 불가능하지요.
    차 안이 너무 소란해서 운전자의 주의가 흐트러질 수는 있어도요.ㅋㅋ
    차 안에서 성하랑 같이 끝말잇기, 알쏭달쏭 퀴즈, 개그맨 흉내내기, 노래하기... 이런 거 강추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09.07.26 00:13 신고 현승이의 연기 속에서 죠스바를 먹다 죠스에게 물려서
    혀가 많이 아팠던 애환과 인생의 아픔이 들어나는 것이 연기가 좋네요.

    그래도 아직 살짝 부족하긴 한데....
    하긴 모. 현승이가 떡볶이 허겁지겁 먹다가 지 혀를 지가 잘못 물어봤겠어요.
    혀에 프로폴리스를 담가봤겠어요. 하다못해 키친타올로 지압해봤겠어요..ㅋㅋㅋ

    아무튼 저 컴백했어요!!!^^
    낼 커피타임 하시나용??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6 08:49 그런 걸 두고 그림의 떡이라고 해야하나?
    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웃어줬지?

    컴백 환영이고. 마이 기다렸다.
    오늘 커피타임은 있고 마담은 안 계실거다.
    유치부 성경학교에서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라서 냉커피만 보냈어. 화장 이쁘게 하고 와서 여럿이서 마담을좀 하거라.

    난 성경퀴즈대회 준비 때문에 듁음이야. 오늘 잘 될 지 몰겄다. 너의 6학년 때 그 승부근성. 기대한다.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ibrik 2009.07.26 00:39 '시부모님께(사실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절하고 공경하는 것들의 출발점이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이다.' --- 이 부분을 읽다 보니 문득 하나님을 향한 우리들의 마음은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경외함이 사랑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참 서운하실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 좋은 생각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6 08:52 저는 '마음' '관계'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우리가 친밀한 사람들과 관계맺는 방식이 하나님과도 그대로 통하겠구나!

    하나님을 인과응보의 하나님으로 생각하는 것도 결국 사람들이 그러하니까 그 정도의 하나님으로 밖에는 생각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 분과의 관계에서 사랑, 자유 이것이면 족할텐데 말이죠.^^
  • 프로필사진 hope 2009.08.02 16:10 그 자괴감.. 저 완전 공감되는거 있죠^^;;
    허나 저도.. 형님의 경지(?)로 고고씽~??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8.03 23:54 신고 형님의 경지는 그 날 그 날 겨우 버티고 있는 그 정도?
    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루까 2009.12.28 11:36 신고 잘 읽었습니다.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12.28 21:40 신고 루까님 블로그 넘어가서 메인에 있는 글 저도 잘 읽었습니다. 아주 저의 고민과 아픈 부분을 그대로 찌르고 건드리네요. 글쓰기를 통해 더 그 분과의 사랑이 더 깊어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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