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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써야 사는 여자

larinari 2011. 8. 12. 23:24
나름 요즘 정줄 잡고 잘 살고 있는데 뭐 그리 한 구석 허전한 것이었을까요?


방학인 아이들과 참 잘 지내고 있고,
두 아이 다 여유롭고,
그 여유로움 중에도 채윤이는 하루 다섯 시간 이상의 피아노 연습을 즐기고 있(을까?)고,
엄마의 본분에 충실하여 나름 열심히 잘 챙겨 먹이고 있고,
수영을 열심히 하며 점점 어깨가 떡벌어지고 있고,
바쁜 남편에게 홍삼을 챙겨 먹여가며 같이 놀아달라 보채지 않고 있고,
맘에 드는 책 한 권 만나서 재밌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
한 달 한 달 원고는 잘 넘어가고 있고 그러면서 내 마음도 한 고비 한 고비 넘어가는 신비로운 경험과 함께 마음이 여정에 대해서 단순명료한 나만의 이야기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어요.


사실 위의 모든 일들이 평안하게 잘 굴러가는 건 그래도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단순하게 내 삶에서 정신줄이란 기도줄이라 해도 무방.


페이스북에 푹 빠져 살고 있어요.
블로그 친구들은 거의 오시지 않는, 트위터도 아닌 페이스 북이죠.
잔재미가 있어요. 적당히 치고 빠지면서 즐기고 얕은 성찰을 하기도 하고요.
짧은 글을 올리고 사진도 올리고 하죠.
어쩌면 아주 그냥 정신실이라는 사람의 본래의 스타일에 딱인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무게감이 있어도 안되고,
너무 인상 쓰면서 진지한 것도 그렇고....
청년들이 속속 페북으로 입문하고 있어서 팔팔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맛이 젤 좋죠.


마음에 어려운 일들도 있지요.
혼자 되신 어머니. 전보다 더 외로우시고 외로우신 만큼 친구이자 상담자이기도 하다는 막내 며느리를 더 많이 원하시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메마른 마음도 있어요.
인생의 하프타임을 보내면서 후반전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는 좀 거시적인 고민을 하면서 기도 하는 중 염려 반 기대 반으로 한 구석 마음 묵직함도 있지요.
페북에서 즐거운 교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어떤 일들로 내 안의 쓴뿌리들이 요동을 치고,
악한 욕구들이 투사되어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미움에 사로잡혔다가 바로 두려움이 되었다가 하면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경우도 있지요.


이 마음의 짐들 역시 그나마 기도줄을 잡고 있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지고,
아프고, 외롭고, 두렵고, 슬프고, 억울함이 더 큰 은혜임을 아주 조금씩 더 배워나가고 있어요.



이런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해야 내가 살텐데.....
그게 일기쓰기와 블로그 글쓰기인데 한 동안 그게 안돼서 한 구석 허전하고 사는 것 같지 않았더 거예요. 쓰다만 글이 줄을 서 있는데, 노트에는 몇 개의 문장들이 막 흩어져 꿰서 보배를 만들어 달라는데요.
데스크탑이 정줄을 놨다 붙들었다 하다가 이제 아주 놓으셔서 자리만 차지하고 계시죠.
아이폰으로는 페북이나 할 일이지 사람을 안전시켜서 글을 쓰게 만들진 않으니까요.
하도 답답해서 남편의 오래된 노트북을 끼고 앉았습니다.
말이란 주절거려야 제 맛이고,
글도 말을 닮았으니 이렇게 좀 탁 트인 공간에서 글자수 의식하지 않고 막 쳐대야 맛인데요.


우야튼, 써야 사는 여자. 쓰고 봅니다.

내일은 진짜로 광주 로이스커피 다녀 온 얘기 정리하고야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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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 프로필사진 mary 2011.08.17 09:29 아주 정말 술술 잘 써내려가시는군요. 써야 사는 여자답게.
    한동안 조용하다 했드니 딴곳에서 열씨미 살고계셨군.

    전주 한옥마을에 가니 작지만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린 커피집이 꽤 많더라구.
    광주 로이스커피 글을 보니 인생의 후반부를 커피와 살거같은 느낌이 팍 오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1.08.17 22:50 신고 써야 사는 여자를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
    이 포스팅 실은 조금 부끄러운 채로 올렸는데 반응이 없어서 신경이 쫌 쓰였어요.지울까 말까 하면서요...

    한옥마을 근처 카페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언젠가 한 번 가봐야겠어요.
  • 프로필사진 iami 2011.08.19 10:30 요약하면 정신줄 찾은 정신실은 기도줄과 글질로 살아간다는 말씀이군요.^^
    한옥마을엔 괜찮아보이는 카페만 얼추 열 개가 넘어보였는데,
    우린 커피맛은 못 보고 음악맛과 분위기맛 즐기다 왔어요.
    이담에 카페 하시게 되면 커피 자체도 중요하지만 음악도 무척 중요하겠지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1.08.19 15:15 신고 탁!(무릎치는 소리)
    하이튼 대단하세요. 저렇게 길게 주절이 주절이 쓴 걸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시다뇨. 16년 동안 편집을 해오신 편집의 달인 '오타 서재석선생님' 이십니다. ㅎㅎㅎ

    광주의 커피선생님은 카페는 카페형인간이 해야한다고 하시더라구요. 카페형인간이란 제 생각에 일단 커피를 무지 애정해야 하겠지만 또 음악도 사랑하고, 사람에 대한 마음도 있어야겠고, 남다른 자유에 대한 동경도 ... 암튼 이런 걸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음악! 진짜 중요하죠.^^
  • 프로필사진 iami 2011.08.20 11:34 어라~ 16년이 아니라 25년이에요.^^
    대학부에서 주보 만들던 아마추어 시절까지 치면 34년이구요.
    저도 모르고 지냈던 햇수를 셈하게 해줘서 감사.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1.08.20 15:55 어라~ 여기서 16년은 달인 김병만선생님 식의 16년으로서 '만땅'의 경지를 표현하는 은유적 표현이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의 달인늼!
    헌데 진짜 오래되셨네요.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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