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클럽에 남편에게 보내는 글을 써놓고 싸이홈에 갔더니 쪽지가 일곱 통이 와 있었습니다.

남편이 보낸 폭탄 쪽지인데...그걸 죽 이어 붙인 것이 아래의 글입니다.

읽으면서 울다가 웃었습니다.

어쩌면 남편의 쪽지를 보고 답장을 쓴 것처럼 편지를 썼으니 말예요.

이래서 8년 산 부부인가 봅니다.

 

================================================

 

 

나의 아내 SS에게

지금 시간, 4월 30일 밤 11시 7분! 방금 내일 제출할 세 번째 과제를 끝냈어. 우와~ 세 개의 과제를 다 해냈어!

이제 내일 수업 이후엔 수요일 시험 준비만 잘 하면 되고, 또 시간 상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애. (^^)

흐트러진 마음이 어떻게 가지런히 잡혔을까? 역쉬~ 당신 덕분이야.

몇 주간 처음 가졌던 열정이 식어가고,

벅찬 학교 커리를 따라가는 의지가 꺾이고,

괜히 마음이 우울해지고,

기도의 언어는 얼어붙고,

미래는 불안해지고…

옛날 같았으면 그렇게 질퍽되는 걸 은근히 즐기면서 스스로 자학하는 재미를 추구했을 테지만,

이제는 단호하게 그런 태도를 끝낼 줄 알게 된 것 같아. 다 당신 덕분이야.

당신의 격려가 나를 더욱 성장하게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어. 고마워. (^^)
조금 있으면 우리가 결혼한 지 8주년이 되는 해야. 벌써 8주년이라니….

난 아직도 신혼 때의 감정과 신혼 때의 설레임과 신혼 때의 깨끗한 집과 신혼 때 당신에게서 느꼈던 신비감이 있는 것 같은데,

8년이라는 말이 잘 믿기지가 않아. 아무래도 18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애. (^^)

처음 몇 년은 좋으면서도 사실 힘든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야. 당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참 힘들 때도 있었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어려움이 사라졌어. 참 좋아.

그러고보니 당신의 피부가 그렇게 부드러운 지 근래에 알게 된 것 같고,

그러고보니 당신이 나에게 정~말 좋은 돕는 배필이라는 것도 근래에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올해 들어 더더욱 깨닫게 된 건데, 당신은 내게 아주 완벽하게 적합한 배우자야.(^^)

그런데 나는 당신에게 그렇지 못한 건 아닐까? (염려되네. --)


결혼 초부터 내가 붙들었던 몇 개의 말씀과 문구가 있었지. “사랑은 오래참고”, “예수님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기”...

요샌 이 말씀이 새록새록 내 마음에 아로새겨지는 거 같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한 것 같이, 아내를 사랑하라”.

어느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 말씀이 마음에 파도를 일으켰던 것 같아.

예수님께서 죽기까지, 그야말로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교회를 세우셨건만, 그래서 남편들에게 그렇게 아내를 사랑하라고 했건만, 나는 내 아내를 위해 얼마나 희생하는가? 과연 희생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나?

억지로 시키니까 조금 모양만 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당신한테 말만 번지르르 하게 사랑한다고 했지,

실상 아내사랑을 위해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얼마나 희생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었어. 아니 회개했지.
그래서 당신한테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고 싶다”는 뜻으로 문자를 날렸던 것 같애.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또 미안하네. 그 이후로도 여전히 금요일 저녁조차 희생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야...(^^;)

결혼 8주년인데, 선물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세레모니 하나 준비하지 못했어.

내가 왜 이렇게 건조해졌을까? 너무 내 일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애.

나를, 내 시간과 내 스케줄과 내 구상을 희생할 줄 모르는 것 같애.

부모님께만 아니라 점점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서도 나를 희생할 줄 모르는 게 아닌가 싶어.

미안해. 여보. 당신의 희생은 당연한 걸로 여기면서,

정말 나는 이제 사역자이니 내 희생이 적어지더라도 이해해달라는 메시지만 당신에게 전했던 것 같애.

그러다보니 이렇게 결혼 8주년인데, 당신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바보천치가 되고 말았어

 

나 없이 두 아이 데리고 매일매일 힘겹게 사는 당신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미안해.

지금껏 돈도 제대로 못 벌면서 내 소명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만 해서, 그래서 당신을 힘겹게 해서 미안해.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 당신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싶어. 당신이 쉴 수 있는 커다란 그늘을 가진 나무가 되고 싶어. 당신이 언제든지 와서 얻을 수 있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풍성한 남자가 되고 싶어.

요즘 내 내면이 많이 성장한 거 같아. 조금 외로움 때문에 당신에게 걱정을 주기도 했지만,

정말 내가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

여보! 내 소원은 하나님의 도구가 되는 거야. 그게 어떤 형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지금껏 나를 인도하셨던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그렇게 인도하실 거라는 믿음이 생겨.

예전엔 지나고 나서야 그걸 깨달았지만, 그래서 주어진 현실에서 놓치고 지나간 게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오늘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앞으로 하나님께서 더 큰일 맡기실 것이란 기대가 들어.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 물론, 그 일이 목회가 될 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엇이 될 지 난 몰라.

그렇지만 염려하지 않아. 하나님께서 우리 두 사람 모두가 행복해 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온 모든 것으로 다른 이들을 섬길 수 있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시리라 믿어.

여보! 이번 주 금요일을 기대하면서 준비할 게. 당신과 두 아이와 함께 즐겁게  관람도 하고, 또 함께 저녁식사를 할 것을 기대할게. 그 순간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할 수 있도록 준비할게. 그리고 5월 24일 당신과 함께 갈 여행을 미치도록 기대하며 준비할게.

아무것도 줄 게 없고, 준비 한 게 없어서 이렇게나마 편지 한 통 보낸다. 미안해. 사랑해.

당신의 남편 JP가

'JP&SS 영혼의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 곳 없는 당신 ㅎㅎㅎ  (0) 2007.06.30
또 다시 보내고  (0) 2007.06.30
이래서 부부(남편의 글)  (0) 2007.06.30
결혼식을 추억함(남편에게)  (0) 2007.06.30
한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0) 2007.06.30
천안으로 간 바르트  (0) 2007.06.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