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장신대에 간다는 것이었었는데...
남편이 천안의 삼룡동인지 이기동인지에 있는 고신대원에 가 있다.
고신대원으로 간 건 거의 내 의지라 할 수 있다.
예전 연애시절에 처음 남편이 신학을 꿈꿀 때는 너무 자유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것 같아서,
막연히 그런 성향들이 두려워서 고신으로 갔으면 하고 바랐었다.
결혼을 하고 재작년에 신대원을 가기로 결정하면서는 순수하게 현실적인 이유로 고신을 가길 바랬다.
우선 공부할 시간이 짧았고 이왕 신학공부하는 3년 나와 아이들로부터 자유를 좀 주고 싶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우리 교회가 속해 있는 교단이라는 것이 마음에 위안을 주기도 했다.
그것이었다.
남편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학이 온전히 장신의 칼라와 같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답답한 고신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질 못했다.
남편 역시 그런 게 하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고신대원에 갔고 생각지도 못한 수석입학을 하고 여전히 수석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 주 올라와서 남편이 '외롭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남편이 꺼내는 말에는 말 이전에 아주 많은 경험과 생각이 쌓여 있다는 것을 안다.
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말에 함축된 많은 염려과 근심과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
늘 그렇듯 남편 자신이 느끼는 것보다 내가 훨씬 오버된 감정이입으로 더 마음이 아픈지 모르겠다.
'여자 목사 안수 문제'가 화두가 돠어 동기들과 이런 저런 논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주제를 가지고 논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남편에게는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기들 클럽에 그런 논쟁에 달린 댓글 중에는 '여자들은 높여주면 안되게 돼있어' 하는 정도의 표현도 있다. 헐~ 한 사람의 자연인이 아니라 사람들의 영혼을 책임지겠다고 선지동산으로 들어간 목회자 후보생의 생각이다.
하긴 수 년 전에 '기저귀 찬 사람이 어떻게 강단에 서냐?'는 무식한 발언을 한 목사가 합동측 교단에 있었기도 했었다.
사람들과 생각이 분명하게 다른 것을 느껴을 때 늘 그런 것처럼 빨라지고 커지는 심장 소리가 몸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저 이해하고 들어줘야 하는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같이 논쟁하지 않을 수 없는, 침묵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마음이 말할 수 없이 불편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단지 이런 문제 뿐 아니라 일일이 다 표현할 수 없는 이유들을 생각하며 이번 한 주 내내 '장신대로 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굳이 내가 고신을 가라한 것은 아니지만 내 심중을 헤아리고 고신을 선택한 것임을 알기에 미안한 마음도 가눌 길이 없다.
어리석은 생각임을 안다.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으니'라고 찬송하는 사람이 과거를 돌아보면 '만약'을 곱씹을 일이 아니다.
'오늘, 여기서, 그 분을 위해'를 되뇌이며 살아오지 않았나.
오늘 여기에 김종필씨가 있는 것은 '주께로부터 온 일'이라고 믿으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
이번 주 내내 남편을 향한 기도가 일상을 지내면서도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남편의 외로움이 그 분 안에서 더 커지고 넓어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믿는다.
JP도사님! 힘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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