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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중독

larinari 2015.05.06 09:23

 

 

 

 

엄마, 지금 (폰)게임하는 표정이 하나도 재미가 없는 것 같이 보여.

하기 싫은 게임을 하는 것 같애.

 

(독심술 쓰나?) 맞아. 재미 없는데 하는 거야.

 

왜? 포인트 받으려고? 그게 아니지? 비어있는 느낌 때문에 그러는 거지.

마음이 쓸쓸해?

 

('공허감'이란 말을 모르는구나) 그래. 괜히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어.

이런다고 비어있는 느낌이 채워지는 것도 아닌데.

 

엄마, 머리가 비어 있어. 아니면 마음이 비어 있어?

 

어? 어.... 음..... 마음이?

 

그렇지? 마음은 텅 비어있는데 머리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엄마 지금 머리로는 여러 생각을 하고 있지?

왜애? 무슨 힘든 일이 있어?

 

힘든 일이 딱히 있는 건 아냐.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올 때가 있지.

 

엄마, 그렇다고 자살을 할 건 아니지?

 

야!

 

아니, 난 사람들이 멍 때리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걱정이 돼.

엄마, 지금 그냥 비어있는 느낌이야? 아니면 무슨 힘든 생각이 있어?

 

괜찮아.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 거 아니야.

갑자기 엄마가 애쓰는 것들이 소용없이 느껴지고  그러네. 다들 그럴 때가 있는 거야.

 

밥하고 그러는 게 힘들어? 원고도 써야 하고,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 외할머니 걱정도 되지?

 

아냐, 그런 건 별로 안 힘들어. 음.... 사람관계가 힘들지.

 

그러면 게임 그만 해. 나라면 그냥 차라리 씻고 자겠다.

하기 싫으면서 뭐하러 그러고 있어.

 

맞어. 이런 걸 중독이라고 하는 거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텅 빈 마음이 채워지지도 않을텐데 이런다.

 

(이 대화에 2048 게임을 시작하던 아빠가 슬그머니 폰을 내려놓는다.)

 

아무튼, 엄마 빨리 자.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훨씬 더 좋아져.

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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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 프로필사진 2015.05.07 21:50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5.08 09:08 신고 전에 그러니까 벌써 몇 년 전이네.
    가평에 어느 팬션에서 1박2일 에니어그램 했을 때 마지막 강의에서 내가 '중독'에 대해서 한 마디 한 마디 꾹꾹 눌러서 강조하며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다 까먹었지?^^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15.05.08 14:24 하나하나 주어진 일을 할 땐 잘 몰랐는데,
    퇴근 후 집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비어 있는 느낌이 커질 때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네.
    일상을 잘 버티는 것도 좋지만,
    뭔가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선물처럼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5.11 21:58 신고 주어진 일을 할 때도 텅 빈 영혼의 공간이 채워져서가 아니라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망각하는 것이겄제.
    우리 영혼의 기본설정이 그 공허감 아니겄소.
    그 공허감이 무엇을 향한 목마름과 배고픔인지만 잊지 않으면 될 것 같아. 이날의 공허감은 적어도 그런 것이었소.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부르는 공허감이 당신께 충만하길(?) 바래.
    잘 다녀오고, 순례기간 동안 공허감에 이름을 붙여오슈.
  • 프로필사진 BlogIcon 두또 2015.05.12 15:55 전 머리가 비어있는 느낌??
    요즘 힘든일있으면 저에게도 털어놔주세요~~그러고보면 저희는 무슨일만 있으면 모님전화번호를 누르는데 모님은 누구에게 전화하시려나??
    도사님??ㅎㅎ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감사해서요^^ㅎㅎ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5.05.14 17:16 신고 힘든 일 있으면 도사님께 전화해.
    그러면 도사님이 '왜애? 지금 바쁜데...' 하고 신경질적으로 나와.
    그러면 힘든 마음이 더 힘들어져서
    휴대폰의 2048게임 님께 접속해.
    2048게임 님은 내가 지겨워서 끊을 때까지 나와 함께 하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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