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현승이가 자신의 억지로 접는 걸로 살아남고자 한다면
누나 채윤이는 '호모 욕구피언스'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욕구가 분명하고, 자신 안에 올라오는 욕구를 바로바로 캐치하고, 웬만하면 채워야 한다.
그것도 바로, 지금, 당장!


그래서 얼마 전까지 자주 갈등을 빚곤하던 일이 이것이다.
채윤인 그 날의 분위기와 몸상태(응?) 기타 등등을 고려해서 꼭 먹고 싶은 게 있다.
그리고 먹고 싶기 시작하면  '아, 먹고 싶다'가 아니라 '꼭 먹어야지. 안 먹으면 죽지'로 가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자주 빚어지던 갈등.
수영을 하고 오면서 채윤이의 그 분꼐선 '오늘 메뉴는 이거다. 넌 이걸 먹고 싶은거야' 하고 점지해주신 모양.
문제는 엄마는 집에서 가족의 건강과 분위기를 고려해서 나름대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자뻑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는 또 견코인 챈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오늘 저녁 뭐야? 카레야? 아~ 난 찜닭 먹고 싶었는데...' 하기 시작.
결국 카레를 먹으면서도 계속 찜닭에 대한 미련을 져버리지 못하고 종알종알 늘어놓는 말들이 자뻑 엄마의
신경줄을 건드리고 한 번 두 번 참던 엄마가 세 번째에서 붹!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적으로 갈등이 명멸하면서 김챈이 이 부분에서는 일단 꼬리를 내리게 되었다.


단지 먹을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끼리 놀 기회가 오면 어쨌든 챈이는 나름대로 하고싶은 그리고 나름대로 계획해 놓은 자기만의 간지
스케쥴이 좍 나와있고 웬만해서는 그걸 꼬~옥 해야하기 때문에 다시 또 갈등이 빚어진다.


그런데 며칠 전 저녁.
'미쳐버린 파닭'에 꽂혀서 낮부터 그걸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날이었다.
아빠랑 현승이랑 셋이 문방구에 준비물 사러 가고 엄마는 집에 남아 미쳐버린 파닭을 주문하기로 했다.
미쳐버린 파닭에 전화를 하니 아, 휴일이다.
그렇다고 다른 치킨집에 시킬 수도 없다. 김채윤이 먹고 싶었던 건 미쳐버린 파닭이었던 것이다.
떨면서 밖에 있는 채윤에게 전화했다.
'김챈! 미쳐버린 파닭 오늘 문 닫았어. 다른 치킨 싫지? 그냥 사골국에 밥 먹자'라고 하면서
바로 미쳐버리는 김채윤을 상상했다.
헌데, 이게 웬일.'어, 그래. 알아어' 한다.


집에 온 채윤이에게 바로 진심어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마는 니가 미쳐버릴 줄 알았다.ㅋㅋㅋ
헌데 오늘 챈이의 쿨한 반응에 감동 받았다.
그래. 우리가 그럴 수 있는거야. 뭘 먹고 싶거나 갖고 싶은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 모든 걸 원한다고
당장 다 채울 수 없는거야. 정말 먹고 싶지만 그 순간 지나보면 또 그리 중요한게 아니기도 한거지.


현승이가 감정이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면서 감정에 휩싸이면 말 한 마디 못 내고 눈물만 흘리는 것처럼,
채윤이는 욕구가 자기라고 생각하며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자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느끼며
더욱 집착하게 되는 듯하다.


결국 챈에게도 욕구는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며, 욕구를 인정하고 바라봐주지 않으면 욕구 자체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는 어려운 얘기를 삶을 통해서 들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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