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란 것이 목숨 걸고 지켜야하는 것은 아니다.
취향에 맞는대로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취향에 딱 맞는 것을 발견하거나, 그걸 갖거나, 누리는
예기치 않은 기쁨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 때는 그저 감사하며 120% 누려야 한다.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몇 차례 제주여행을 했는데,
아이들 없이 단둘이서 취향에 딱 맞는 여행은 처음이다.
그래서 자체로 안식었다. 



 



정장 입고 제주도는 처음이다.
강의가 있어서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는 격의 여행이었다.

공항으로 나를 맞으러 나온 자동차의 주인은 차와 딱 어울리는 예쁜 자매였고,
내 책 세 권을 다 읽어준 독자이기도 했는데 따스하게 맞아주고, 태워주고, 들어주었다.
짧은 만남이 긴 여운을 남겼다.



 


연애 강의를 한 지가 벌써 몇 년인데,
할 때마다 긴장되고, 날이 갈수록 더 큰 부담을 안게 하게 되니,
강의를 마치고 나면 그에 비례하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용두암 근처 카페거리에서 그를 기다리는 시간.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건지, 천천히 가기를 원하는 건지, 그냥 지금 이 순간이 좋은 건지.





여행 가서 먹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취향,
한 끼 잘 먹으면 한 끼 굶는 것으로 위와 영혼의 부담을 이상한 방식으로 줄이는 취향,
밥값은 아끼면서도 커피는 꼭 마셔야 하는 취향.
우리 둘이 통하는 취향이다.

검색해서 찾아간 카페였는데, 좋았다.
(어딘진 안 알랴줌.  
다음에 제주 가면 여기 가서 잠도 잘 건다,
세상에 안 알려졌으면 좋겠는 곳이다)


 

 


여행의 질을 말할 수 없어 높여주는 것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스피커의 접속.
원하는 어떤 음악이라고 들을 수 있는 이것이다.
정엽의 과하지 않은 느끼함이 대화마다 적절하게 백뮤직으로 깔려줬다.
조관우 아저씨는 결국 우리를 '노무현 레퀴엠'으로 끌어 들였다.
아, 진짜.
'저 덜에 퍼러런 솔립펄 보라......'
그분 목소리가 기습적으로 튀어나와서 잠시 침묵.



길이 있고,
함께 걸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아침 신선한 공기에
삼나무 우거진 그늘을 걸을 수도 있지만
바닷가 한적한 길을 뙤약볕 아래서 걸어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그래도 걸을 수 있으면 어디든 좋다!는 취향.
너무 힘들면 다시 돌아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하면서 쉬어도 된다는 취향.

 


 


남자 김종필.



여자 정신실
 



행복하게 살기로 했다.

행복하게 사는 게 무얼까? 우린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우리의 선생님, 참 좋은 우리 선생님 예수님이 사신 방식으로 살면 행복하겠다.
우연히 전태일님, 노무현대통령님을 얘기하다 예수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취향이 잘 맞아 참 다행이다.

 

'JP&SS 영혼의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Sabbath diary13_그림자  (4) 2014.08.29
Sabbath diary12_JP는 옳다  (6) 2014.08.09
Sabbath diary10_소풍  (8) 2014.06.16
치유하는 글쓰기, 어머님이 쓰시다  (0) 2014.06.06
우리는 사랑일까  (4) 2014.05.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