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덥지만 않다면, 놀기 딱 좋은 방학 날인데.
너무 더워서 친구들을 불러낼 수가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노는 친구들은 날씨 때문에 어디론가 다 사라졌고,
레고와 보드게임과 책을 좋아하는 친구 집에 가서 놀기도 했는데 너무 더우니 그것도 민폐.
그 친구랑 동네 망원정이라는 정자에서 만나 장기, 아니고 블루마블을 하는 것도 괜찮았는데
공사 때문에 망원정 문을 닫았네요.
그렇다고 누나가 놀아주는 것도 아니고,
영화 다운닫아서 보는 것도 끽 해야 두어 시간 소일.
우크렐레 들고, 아빠 모자 꺼내 쓰고 괜한 띵까띵까 해봅니다. 


 


어, 그런데 현승이  방에서 제법 음악이 되는 우크렐레 소리가 납니다.
날도 덥고 엄마도 와 계시니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어서 흘려듣고 있었는데,
'엄마, 나 이제 우크렐레로 벚꽃엔딩 할 수 있다' 하며 튀어 나옵니다.
어, 이거 봐라. 이거 봐라.
'벚꽃엔딩'에 '먼지가 되어'가 제법 반주가 되네요.
알고보니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서 우크렐레 독학을 한 것입니다.
대견하고 대견하여 우크렐레 배울래? 등록해줄까?
했더니 됐다고. 자기는 우크렐레를 배우는 것보다 중요한 게 독학으로 배우는 거라며. 


 


한 나절 독학으로 '벚꽃 엔딩'을 마스터 하고는 학구열이 불타오릅니다.
현승이 사촌 형아가 '그 놈은 이상한 놈'이라고 했다고요.
휴대폰 게임도 이상한 게임만 한다고요. 꼭 게임도 머리 쓰는 게임만 한다고.
아닌 게 아니라, 현승이는 노는 것도 학구적이고,
채윤이는 책을 읽어도 어떤 뭐랄까 설정놀이를 하는 것 같이 보인단 말이죠.
여하튼 현승이는 우크렐레 '독학'에 빠져서
굳이 코드 잡는 법을 저렇게 땀 뻘뻘 흘리며 그려놓고야 마는군요.
더워서 헬렐레 하다가 우크렐렐레 하게 되었습니다.




외할머니 오시기 전에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찬송가를 하나 연습해 두었지요.
오시면 연주해 드린다고.
급 우크렐레에 빠져서는 바이올린 잡고 싶지도 않지만,
하기로 한 거니까 합니다. 대신 연주에 영혼 따윈 없구요.
처음에 연습할 때만해도 두 번 연주하고 간주를 어떻게 하고 키를 올려서 천천히 연주하고,
생각이 많았었는데 우크렐레와 사랑에 빠져버린 탓에 확 그냥 막 그냥 해버리기로.
그러다 두 번째 연주에서 현승이도 헤매고 따라 부르시던 할머니도 헤매시고.


또하, 또하~아,
방학날은 이렇게 또 하루 지나갑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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