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유치부 성경학교 마지막 시간. 엄마와 함께 레크레이션 시간이란다. 사실 따지고 보면 현승이 자랄 때는 직장생활로 유치원 행사를 못 간다든지 했던 일이 많지 않았는데도 내겐 늘 약간의 죄책감이 있는 듯. 그래서 그런 일이 있으면 꼭 가서 즐겁게 해줘야겠다는 의지가 불끈하는 모양이다. 아니 그게 아니어도 난 기본적으로 열정적이니깐....ㅜㅜ
무슨 얘기인고 하니... 엄마와 함께 율동을 하는 시간. 현승이를 기쁘게 해줄 요량으로, 아니면 원래 난 뭐든 열심히 빨리 몰입하는 편이니까 열심히 율동을 따라했다. 헌데 옆에 있던 현승이가 점점 기분이 나빠지고 있는 것. 그 원인이 엄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표정이 굳어지고, 몸이 경직되고, 엄마 옆에 멀리 떨어져 앉으려고 하고... 뭔가 엄마를 거부하는 둣한 느낌?
'왜 그래, 현승아? 엄마 때문에 속상한 거 있어?'하고 물어 볼수록 얼굴은 더더욱 울상이된다. 나중에 눈물까지 맺힌다. '엄마가 율동하는 거 때문에 그래? 엄마 율동 하지 말까?' 하고 물으니 저리 가란다.ㅜㅜ 현승이가 거부하는 느낌에 엄마 역시 상처 많이 받고 자존심 상했지만 이럴 땐 가만 두는 게 약이라는 걸 알기에 기다렸더니 조금씩 맘이 풀리는 듯 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물으니 엄마의 예상이 맞았다. '엄마가 율동을 너무 잘 해서 부끄러웠어. 너무 열심히 해서.....' 그래, 엄마도 느꼈다. 요 놈아! ㅜㅜ 현승이의 반응에 피 흘리고 있는데 옆에서 아빠 한 마디. '나도 사실은 현승이 마음 이해할 수 있어'
어어어~억! 이 내향형의 에비와 아들 놈아! 내 열정이 그렇게나 거북스럽더란 말이냐?
저녁 내 남편에게 유도 심문. '그래서 당신도 내 열정 때문에 부끄러웠던 적 있었어?' '아니지~이, 그냥 현승이 맘이 이해가 된다고...' 그 담엔 현승이에게 '현승아! 엄마가 그렇게 부끄러웠어?' 이렇게 계속 두 남자를 고문했지만 알 듯도 하다. 때로는 이런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은 단순한 차이도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사람들은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고 하지.
현승아! 이 열정. ESFP의 열정, 뭔가에 꽂힌 7번의열정. 엄마의 열정은 말이다....
엄만 한 때 그 열정이 자랑인 줄 알았었어. 나의 속마음을 더 잘 알게된 이후 그 열정은 부끄러움 되었단다. 헌데 지금은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아. 조금씩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 젊은 날엔 열정이 나인줄 알고, 내가 열정인줄 알고 살았어. 그러면서 많은 걸 이루고 많은 실수도 했지. 지금 확실히 아는 건 열정은 그저 나의 일부분이었고 그로 인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지만 그 얻은 것과 잃은 것 사이에서 결국 엄마는 하나님의 더 깊은 마음 자리를 알게 되었단다.
너의 생일 축하 자리에서조차 게 머무르는 가족들의 시선이 부담운 현승아!
엄마의 열정이 사람들의 주목을 끌까봐 두렵고, 그래서 덩달아 네가 주목을까봐 두려운 마음 알아. 너랑 닮은 아빠랑 더 많은 것들을 공감하며 자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향형과 직관형의 너의 기질을 통해서 네가 이룰 수 있는 것을 맘껏 이루고 실패도 하고 거절도 당해보렴. 결국 그런 것들로 네 기질을 뛰어 넘는 또 다른 너를 발견하게 되는 날이 올거야. 그 두려움과 연약함이 결국 너를 온전함으로 이끄는 은혜가 될거야.
엄마가 엄마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지 않았던 것처럼, 너 역시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고 하지 않을께. 너 자신이 되렴. 언제든 너 자신이 되거라. 너 자신이 되어 살다가 보면 어느 새 엄마 같은 열정이 너의 것이 되어 있으런지도 몰라. ^^ 실은 엄마 그렇게 상처 많이 안 받었떠~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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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ne 2009.07.30 00:11
아니 어쩌다 아들 눈에 눈물이 맺히도록 열씨미 한거야?ㅎㅎ
현승인 정말 세심도 하지.
나와 다른 자식놈 이해하고 눈감아주고 '너는 너니까'하고 받아주기 점점 쉽지않어.
애들이 머리가 커갈수록 엄마도 순간순간 판단이 안설때가 많거든. -
굥화 2009.07.30 00:19
^ ^ 왠지 저희 엄마와 절 보는듯한
어릴땐 늘 부끄러웠거든요
너무너무 열정적인 엄마땜에....
그런데 지금은 그런엄마가 없었다면 어우
크니까 너무 좋은거있죠??
아마 현승이도 커서는ㅋㅋㅋ 고마워 할지도 ㅋㅋㅋ -
윰 2009.07.30 00:29
ㅋㅋㅋ 위에 경화댓글이 왜케 웃기는지
근데 저는 제 자신이 현승이 쪽인지 쌤쪽인지 모르겠어요.
열정도 있는거 같긴한데
저두 어렸을때 엄마가 막 노래하고
댄스좀 하시면 하지말라고 찡찡대던 기억이 나요 ㅋㅋ -
수기 2009.07.30 09:33
윤미는 현승이쪽ㅋㅋㅋㅋ
나다운 나를 보게되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실수를 해도,, 다른 사람과 달라도,,
이게 나지 인정하니까 참 자유로워요ㅋㅋ
나를 제대로 발견하려면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야할까요?
어제 수요기도회 후 어떤 생각때문에 잠을 설쳤어요
생각할수록 참 두려운것 같아요 ㅠ -
lemongrass 2009.07.30 10:17
저는 E인데도...어렸을때 친척들끼리 모이면 앞에나가서 노래,율동 시키는게
그렇게 부끄럽고 싫었는데...너무 즐기며 하는 사촌들 보면서 난 왜 이럴까 하며
속상해서 울고 그랬는데...현승이 보니까 제 어릴때가 생각났어요 ^^ -
forest 2009.07.30 11:09
저두 현승이랑 얼굴트고 악수하기까지 참으로 오래 걸렸으니
참으로 이해가 갑니다.
엄마를 그리 좋아하는데도 눈물이 그렁할 정도가 되다니...
아마도 저는 아마 상처 심하게 받았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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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2009.07.30 23:01
^^현승이의 마음 저도 쬐끔은 이해가 됩니다.
저도 돌이켜 보면 그런 적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 비하면 아주
뻔뻔해졌지요.
요즘에 교회에서 현승이와 마주치면 저를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학원 동문이라 현승이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듯 합디다. ^^ -
뮨진짱 2009.07.31 00:20
사모님^-^ 자꾸만 사모님과 이야기하고 싶고, 같은 책 읽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사모님의 '열정'
제 안에는 열정이 없어서 그런거 같아요 ㅋㅋ
그래서 열정적인 사람을 보면 자꾸 끌려요!
현승이가 엄마의 율동때문에 짜증나있었네요.
주일날 저는 현승이 반갑게 인사했는데
온갖 짜증을 저에게 부려서 이상하게 속상하더라구요ㅋ -
챙 2009.07.31 01:38
현승인 진짜 멋진 남좌로 클 것 같아요 ㅋ
가슴에 담긴 열정을 힐끗 보여주면서 바이올린까지 켜고
선생님 열정과 웃음 덕분에 8자 주름이 선명해져만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