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도 써야 하고, 연구소 일도 해야 하는데...

글도 일도 술술 풀리지 않고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마음이 우왕좌왕한다.

주님, 제 마음이 왜 이래요? 

저 좀 살려주세요.

재밌는 일을 만들어 주시든가,

반가운 톡이라도 하나 보내주시던가 뭐라도 좀 해줘보세요.

생기, 생명의 에너지가 필요해요.

 

엎드려서 기도했다.

기도하다 졸았다.

졸다 정신 차려 다시 등을 세우고 앉아 키보드를 두드렸다.

 

창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보니 직박구리가 와 앉아 있다.

어제 아침에 대추로 밥상 차려놨었는데,

비가 그치자 식사하러 오신 것이다.

한 마리씩 교대로 날아와 식사하고 가신다.

글 쓰는 내내 직박구리가 곁을 지키고 있다.

 

지금도 한 마리 계심!

기도 응답 빠르고 확실하심!

(글은 계속 잘 안 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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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는? 어떻게 큰아들 원두? 작은아들?" 키득키득...
 

JP와 나누는 대화가 대부분 좋지만 남들은 안재미, 우리만 재미있는 농담따먹기가 참 좋더라. 뉴질랜드 컵에 모닝커피 마시기로 했는데, 오늘의 원두는 큰아들 또는 작은아들이다. 뉴질랜드에서 가져온 두 개의 원두에 붙인 이름이다. 원두를 선사해준 각각의 두 가정을 우리끼리 그렇게 부른다. 뉴질랜드에는 두 아들이 있는데, 우리 아들이 아니라 이번 뉴질랜드 원정대 대장이셨던 '서쉐석목짠님'께서 복음으로 낳은 아들...이다. ㅎㅎ 뉴질랜드 펠로우십교회와 교회를 개척한 이들에게 쏟는 목짠님의 정성과 애정, 또 목짠님을 따르고 존경하는 그들을 보면 영락없이 아버지와 자녀이다. 그 사랑의 덕을 우리 부부가 보았다. 
 
뉴질랜드 남섬 대자연이 봉기하여 결혼 25주년을 축하해주었다. 눈 앞에 펼쳐진 풍광에 감탄사보다 먼저 나오는 소리가 "이거 실화냐!"였다. 사진 무지 많은데, 눈으로 본 감동을 다 담을 수가 없었다. 차차 공개해 볼 예정. 그리고 저 컵 얘긴데. 오른쪽은 2년 전 뉴질랜드 코스타에 갔던 JP가 사온 것이고, 왼쪽은 이번에 사온 것이다. 다녀오니 보이는 게 있다. 두 컵에 같은 새가 그려져 있고, 저 새와의 만남은 마주했던 어떤 풍광보다 깊고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이 얘기도 차차 공개할까, 혼자만 간직할까 생각 중이다. 
 
아래 사진은 결혼 25주년 기념이라는, 또는 52주년까지 잘 살자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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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여행에서 돌아온 밤. 집에 계시지 아니하시는 딸 아드님 대신에 현관 앞에 기다란 박스 하나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뭣이다냐? 미나리도 한 철! 이 계절에만 나온다는 한재미나리가 마중 나와 계신 것이었다. 첫 끼니로 떡볶이를 했다. 요즘 계속 국물떡볶이를 밀고 있는 중인데. 당면을 넣고 바짝 졸여서 끈적한 떡볶이로 만들었다. 말하자면 미나리 먹기 위한 소스인 셈이다. 떡볶이에 아삭하고 향긋한 미나리 섞어서 맛있게 먹었다. 뉴질랜드 남섬 양고기... 까지는 아니어도… 살살 녹는 맛이었고!  저녁으로는 초무침을 했다. 증말... 내가 무쳤지만 감동의 맛이다! 내가 만들고 폭풍흡입 했다. 내 솜씨를 사랑한다! 늘 이때 서프라이즈~ 미나리를 보내곤 하시는 나의 은경샘, 귀국 날짜에 딱 맞춘 것도 야심 찬 서프라이즈였을 것이다. 이런 계획을 도모하면서 혼자 좋아서 헤헤 웃으시는 것도 다 보인다.  미나리의 마중은 감동, 만사가 감사!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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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박 13일의 뉴질랜드 일정을 마치고 어제 늦은 밤에 집으로 돌아왔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끙끙 캐리어를 끌고 돌아섰는데 "어서 와! 보고 싶었어!' 하는 소리가 떡 버티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성실도 하여라! 떠날 때 했던 약속(긴 외출)을 지키기 위해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서 저러고 개나리가 피어 환영인사 하고 있었다. 돌아오니 봄이 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을꽃이 한창.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 식물원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다알리아를 만났고. 그리고 많은 이름 모를 꽃을 들여다보고, 찍어주고 했다. 이국 아줌마 아저씨가 코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조금 부담스러웠으려나? 아니다. 좋아하는 것 같았다. 

 믿기지 않는 "별이 빛나는 밤"의 풍경을 만난 타카포 호숫가에도 작은 친구들이 석양을 받아 존재의 아름다움을 뿜어대고 있었다. 사진 찍어 보여주니 JP가 "율동공원 같은데!"라고 했지만 말이다. 
 

여행자 또는 방문객이 되어 누군가의 일상에 침투했다가 나의 자리로 돌아오니 며칠 경험한 그 일상들이 벌써 아스라하고, 아스라한 그리움은 그 삶의 자리들과 교회를 위한 기도가 된다. 
 
여하튼 나 돌아왔어. 연원마을의 새와 풀과 나무와 하늘과 공기, 산책길의 개천과 마른 논과 놀이터의 아이들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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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의 하늘이다.
어디나 하늘이 있다.
뉴질랜드의 하늘은 드넓고 맑은 하늘이다.

 어느 아침, 아무렇게나 서서 아무 얘기 수다 중이었는데
뒤쪽에서 꼬부랑꼬부랑하는 천국의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여기 좀 보세요, 제 꽃에 벌레가 앉았어요.

 정말 하늘나라의 강림이었다. 난입이었다.

 등을 보이고 있는 이국 아줌마에게,
맨발로 다가오는 하늘나라였다.

 복음 들고 산을 넘는 자들의 발길인 그분의 발걸음은
사뿐사뿐, 말랑말랑하다.
사뿐사뿐 말랑말랑 또 다른 곳에 복음을 전파하러 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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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는 긴 여행을 다녀오려니. 두고 가기 아까운 일상이 아쉽다. 최고의 자연 풍광을 마주할 예정이지만 우리 동네 새와 풀과 나무 친구들이 늘 제일 좋으니까. 바빠서 산책 나갈 시간이 없었는데, 어제는 짐 싸야 하는 시간에 일단 우짜든지 나갔다.  막 피어나려는 개나리 꽃봉우리에 인사를 했다. 돌아오면 만개해 있겠네.

 

아이들 어릴 적에 첫 웃음, 첫 뒤집기 순간, 첫 '엄마' 발화 순간, 첫 걸음마 순간. 얼마나 경이로운 순간이 많았던가. 일하는 시간이 좋았지만, 퇴근하면 뭔가 하나를 했고! 부모님께서 흥분해서 상황을 전하시는데 어쩐지 섭섭하고 아쉽고 그랬었다. 조금은 그런 느낌이다. 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지 못하는 게 그때 그 심정으로 아쉽다. 

 

이러고 나는 가서 누구보다 그 순간에 몰입해서 감탄하고 흥분할 위인이니, 걱정은 마시고 가서 미션 수행 잘 하고, 여행 잘 마치고 오기를 빌어주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연원마을의 새와 풀과 나무와 하늘과 공기, 산책길의 개천과 마른 논과 놀이터의 아이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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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을 다녀와야 해서 냉장고를 비우는 쪽으로 끼니를 때우게 된다. 오래된 배가 하나 남아 있었는데, 후식으로 먹으려는 JP를 막았다. 나는 "먹어 치운다"는 말이 싫다. 끼니를 "때운다"는 말도 싫다. 냉장고를 비운다는 것은 사실 먹어 치우고, 먹어 치운다는 것은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서 막았나 보다.) “그거 해줄게!"라고 했다. 며칠 전 JP가 "어머님이 하시던 그 부추 샐러드"라는 말을 했었다. 배를 갈아서 소스를 만들고 영양부추와 찢은 맛살 위에 뿌리는 샐러드이다. 마트에 갔더니 영양부추가 없다. 할 수 없이 그냥 부추 한 묶음을 샀다. 샐러드 한 접시 하고 나니 반이 남는다. 남은 게살, 냉동새우 털어 넣고 전을 부쳤다.
 
엄마 기일에 JP에게 엄마를 떠올리면 어떤 좋은 기억들이 나냐고 물었더니. 갈 때마다 정성스럽게 밥을 해주시던 것이란다.(그래서 내가 굳이, 수고스럽게, 남은 배 하나를 엄마의 샐러드로 심폐 소생하려 했나 보다.) 살림을 놓기 전까지 갈 때마다 정말 정성스럽게 밥을 해주셨다. 메뉴는 거의 비슷했지만, 정성만은 늘 새로웠다. 부추 샐러드, 모양은 비슷한데 엄마의 그 맛은 아니다.  JP는 어머니 그 맛이라고 했다. 처음 우리 집에서 식사할 때 먹고 "맛있네요!" 한 마디 하는 통에 "김서방이 좋아한다"며 이 샐러드가 빠지지 않았었다. 
 
엄마표 샐러드는 추억으로 먹었고, 남은 부추로 만든 전이 더 맛있었다. 시든 배 하나를 잘 먹어 치웠다! 한 끼를 맛있게 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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