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커피를 좋아한 건 고3 때부터다. 야자 끝나고 집에 와서 공부하기 전 잠 깨는 용으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어느 새 커피 맛을 알아버린 것. 어쩌면 나는 커피를 좋아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ㅎㅎㅎ 어릴 적에 수요예배나 주일저녁 예배를 마친 후면 교회 장로님과 몇몇 분이 꼭 우리 집(우리집은 목사관으로 교회당에서 몇 걸음 내려오는 곳에 있었다) 으로 내려오셔서 꼭 커피를 한 잔 씩 하시면 밤 깊도록 얘기를 나누셨다. 그 때마다 엄마가 애들이 커피 마시면 머리 나빠진다고 코코아를 주시기도 하셨다. 헌데 세상 그 어느 누구가 손에 쥐어진 것을 귀하게 여기겠는가? 우리 몫으로 주는 코코아는 별 맛이 없고 아버지가 다 드시고 남긴 커피잔 바닥에 동그란 모양으로 남아 있는 한 방울. 그걸 핥아먹는 맛은 어디 비할 수가 없었다. 아, 난 그 때 커피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커피를 무지 좋아하지만 커피에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된 건 올 초다. 익히 아는 얘기지만 남편이 청년부 사역을 시작하면서 3부 예배 전 본당 뒤 쪽에 커피 메이커 두 대 놓고 작은 카페를 시작하면서 부터다. 내게 커피는 좋은 사람하고 만나서 음악과 함께 마시면 좋은 그 정도의 기호품이 지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어떻게 하면 청년들의 살아있는 예배를 도울 수 있을까? 를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 커피다. 커피를 준비해서 사랑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밖에서 마시는 별다방 콩다방 보다 훨씬 더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로 아이들을 유혹해서 예배에 일찍 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배 전 본당 안에 커피향이 가득 차게 하는 것이다. 커피향이 가득 차 듯 성령의 임재가 가득한 예배당을 아이들이 느끼게 해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점점 커피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단지 커피가 아니라 커피를 사이에 두는 영적이 만남에 대해서 교집합을 찾기 시작했다. 어떤 분야든 40 권의 책을 읽으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단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 일만 시간을 쏟으면 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단다. 그래서 목표를 정했다. 커피에 관한 책을 40권을 읽자.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까 생각도 했지만 일단 교육비가 너무 비싸서 도전할 수가 없다. 이제 다섯 권 째의 커피 관련 책을 읽오 있다. 그 사이에, 아니다. 그 사이가 아니다. 윤미가 싱가폴 가면서 남기고 간 에스프레소 머신이 나로 하여금 커피에 조금씩 더 발을 깊게 담구게 했다.

다섯 권 읽었을 뿐인데 남편이 '당신 벌써 커피 전문가 같애. 커피 맛이 달라' 하고 칭찬인지 인정인지 격려인지 모를 기분좋은 소리를 해준다. 내 생각에도 불과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원두의 종류, 원산지, 유명한 카페, 각 나라의 커피 등 정보가 많아졌다.
다 좋다. 커피는 서로 마시자고 있는 거고 집에 오는 청년들과 손님들 함께 커피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 헌데 문제는 신선한 원두는 비싸다는 것이다. 원두를 준비해 두기 위해 장보는 것을 줄이는 거? 쫌 미친 짓일까? ㅋㅋ 암튼, 이 비싼 원두를 어찌 조달할 것인가? 좋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혼자 있을 땐 맥심 모카골드 한 봉지로 입맛을 달래기도 한다.

그러다가!
아예 커피 볶는 로스팅 머신을 사는 방법을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정용으로 작은 로스팅 머신이 있을 법도 한데... 볶기 전의 커피인 그린빈과 볶은 커피의 가격이 너무 많이 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로 로스팅을 집에서 할 수 있다면 거 괜찮다 싶었다. 아닌게 아니라 있네! 난 꿈이 생겼다. 저 로스팅 머신을 손에 넣는 것. 저걸 갖게 되면 새로 이사가는 집 현관에 아예 '카페 나우웬' 간판을 붙일까 생각 중이다.(굥화야, 디자인좀 해주면 안되겠니?) 지금 우리집이 무늬만 가정집이지 까페라고 해도 될 듯 한데 말이다.^^
그렇게 까페의 꿈★에 한 발 다가가는 거야!

나한테 이거 사주고 신선한 원두커피 무한제공 받을 사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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