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레에는 홍승우의 화백의 <비빔툰>이라는 만화가 오래 연재되고 있다.
그 집 정보통씨의 둘째 정겨운은 김채윤과 나이며 생긴 게 엇비슷하다.
그 집에는 정다운의 보이지 않는 친구 티나노와 정겨운의 보이지 않는 친구 밥풀요정이 함께 산다. 그 정겨운과 엇비슷한 김채윤이 사는 우리 집에는 보이지 않는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 정답! 셀 수 없다!
동생네와 휴양림으로 1박 여행을 가서 숲길 산책을 했다. 생네 막내 세현이를 태운 유모차는 내내 채윤이 담당이었다. 길지 않은 산책길 채윤이는 끝끝내 차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산책을 완주(?) 하고 말았다.
평지가 아닌데 열 채윤이가 내내 유모차를 끌기에는 힘도 부치고 위험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어떻게 이 일이 가능했을까?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세현이 유모차 내가 밀께' 하며 채윤이가 유모차 운전대를 잡았을 때, 삼촌은 '저 어린 것의 운명을 저 어린 것의 손에 맡겨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었을 것이다. 첫 내리막길 아직 삼촌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일단 내리막길에서는 유모차의 알맹이인 세현이는 삼촌이 맡고 채윤이는 빈 유모차만 밀기로 합의 했나보다. 저 멀리 보이는 채윤이의 뒷모습은 가볍고, 뭔가 이 세계 사람이 아닌듯 보인다. 적어도 눈이 밝으신 분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바로 채윤이에게는 그 분이 오셨기 때문이다. 유모차가 현재 채윤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히 채윤이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유모차를 매개 삼아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음이 분명하다.
외숙모, 고마워요.
애기가 커서 더 이상 내 맘대로 할 수 없을 때 즈음이면 바로 동생을 낳아주고 또 낳아줘서요...^^
식구들이 가는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해서 혼자 다닌다. 가다가 다람쥐가 나타나서 동생들이 열광을 해도 채윤이는 멀찌감치 서서 다소 몽환적인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 즈음에서 우리는 추측해볼 수 있다. 아주 나이브하게 추측한다면 채윤이는 지금 계모가 낳은 아기를 돌보는 불쌍한, 신데렐라를 닮은 여자아이인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재밌는 스토리가 채윤이 마음 속에서 텔링되고 있을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채윤이가 늘어놓은 책, 인형, 심지어 리모콘 하고는 얘기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세히 들으면 내용도 알 수 있었다. 3학년이 되어서 '엄마, 내가 열 살인데 이런 놀이를 한다는 건 쫌 다른 사람들이 알면 그렇잖아. 그러니까 내가 놀려고 만들어 놓은 것들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마. 알았지' 하고 신신당부를 하는 터였다.
요즘은 아예 엄마빠 한테도 그 분이 오신 것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삼촌이 슬쩍 이야기 속에 끼어들어 볼려고 말을 시켜봤다. 김채윤은 아무 일 없이 그저 유모차나 민다는 듯 '왜애?' 한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세현이만은 알려나.... 누나에게 어떤 그 분이 오셨는지를...ㅋㅋ
현승이 녀석이 남자가 되기 전까지만해도 그 분이 오셨을 때 같이 영접할 수가 있었다. 헌데 이 녀석 요즘 남자가 되어가지구 도통 그 분의 강림을 맞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저렇게 막대기나 하나 씩 들고 뛰는 녀석들하고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세현아! 너도 내년 쯤에는 누나의 손을 벗어나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니가 있어서 고맙다. 니가 커서 더 이상 누나의 놀잇감이 되어주지 못할 때 즈음이면 외숙모가 또 다른 아가를 하나 낳아주려나....^^;;
아, 참을성 없는 김채윤이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유모차 밀기의 여정을 끝냈다. 놀이의 힘, 상상력의 힘이 아니면 걸을 수 없었던 길,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이야기를 확장시켜야 했기에 더욱 힘들었던 길.... 놀이의 길은 멀고 험했다.
==============
아래의 두 글은 채윤이 다섯 살 즈음에 그 분이 얼마나 대놓고 오셨었는지 볼 수 있답니다.
http://larinari.tistory.com/654
http://larinari.tistory.com/655
'푸름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짱 그녀, 적절한 파티 (28) | 2009.10.18 |
---|---|
보사노바풍 아리랑 (8) | 2009.10.16 |
그 분이 오신다. 은밀히 오신다. (14) | 2009.10.10 |
이거라두.... (21) | 2009.09.28 |
코스모스 (14) | 2009.09.17 |
부회장 (37) | 2009.09.05 |
-
-
-
mary 2009.10.11 16:06
숲길 산책 좋았겠네. 다 클때까지 안한다고?
모님이 이제 좀 체력이 딸리는 모양아지? ㅋㅋ
그분이 오신걸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안스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이제 그분이 오시면 그걸 종이에 남기면 재밌는 동화가 될 수도 있을텐데. -
채.앵. 2009.10.11 23:26
그분....그 분 중 몇명은 죽었겠죠?
다신 채윤이의 상상 속에 등장하지 못할...다시 못볼 그 분들 안녕 ㅠ
얼마 전 십년 후 사회 모습을 시나리오로 써오라는 과제가 있었어서
나름 상상해서 써갔더니만 교수님이 이건 내년 얘기라며 우리들의
상상력 부재를 안타까워 하셨었는데 ....
채윤이의 스토리텔링의 상상력이 제발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쌤! 제발 푹 쉬세요!!!! -
-
굥화 2009.10.12 02:50
ㅋㅋㅋ 챈 귀여웡
근데 챈...저의 어릴때랑 너무 비슷한데요..?
근데 문제는 커서도 아아아아주 가끔씩 불쑥불쑥 나와서 문제에요 ㅋ
첫번째 사진과 마지막사진.. 유모차와 함께한 여정이 묻어나오는ㅋㅋㅋㅋㅋㅋ
이번주는 예배당 뒷쪽 카페에 붙어있질 못했네요 ㅠㅠ
이제 몸은 다 나으셨나요?? -
forest 2009.10.12 10:52
울 딸 일기장보니까 5학년 때까지도 저러고 놀았던걸요.
제가 잘 기억못해서 그렇지 6학년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저 놀이를 너무 일찍 접으면 금방 어른같은 느낌이 난답니다.
울 딸은 그 분이 오시면 꼭 우리도 함께하길 요구했기 때문에
수없이 대답해줘야 했던게 가장 힘들었답니다.
그 분이 쉬~ 떠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