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생활11년 만에 명절을 제끼고 집에 혼자 남았다.
외며느리야? 맏며느리지? 하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으며 며느리 역할에 혼신을 다해왔던 것 같다. 아, 난 외며느리도 맏며느리도 아닌 막내 며느리다.명절에든 부모님 생신에든 집안의 대소사든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나름 즐겁게 몸을 던져왔다. 동기를 굳이 들쳐보자면 순수한 '사랑의 발로'도 없다 할 수 없고,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도 적쟎이 작용했다고 본다.
한 10여년 애쓰고 힘쓰던 관계가 가족 중에 있는데 하룻 밤을 함께 지낼 자신이 유독 생기질 않았다. 틀어진 관계가 힘을 쓴다고 회복되는 게 아닌데 그간 내가 과하게 힘을 쓴 탓인 것 같다. 어떤 노력도 상대방에게 선의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에 좀 내려놓은 상태다. 착한 며느리, 착한 크리스챤 컴플렉스가 여전히 마음에서 시끄럽게 설교를 해댔지만 질끈 눈을 감고 내가 원하는 걸 하기로 결정했다.
실은 몸이 먼저 데모를 해댔다. 이유없이 배가 꼬이고, 계속 화장실에서 불러대고... 또 배가 꼬이고... 남편이 '스트레스썽 아니야?' 그렇게 화장실에 불려다니다 보니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졌고 더더욱 힘든 관계를 마주할 힘이 나질 않았다. 그러던 중....
# 티슈남 할아버지의 눈물의 티슈 한 장 #
몸의 상태에 대해서 물으시고 보고하느라 시댁과 계속 통화가 오갔다. 주일 밤에 전화가 왔는데 아버님께서 갑자기 민간요법 하나를 생각해내신 거였다. 그걸 먹으면 바로 화장실의 호출이 멎을 거라시면서 지금 달이고 있으니 내일 가져다주마 하셨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전화벨이 또 울리고 현승이가 전화받았는데 '네? 할아버지가 우리집요? 지금요? 앗싸~아!' 하면서 '엄마, 할어버지가 지금 우리 집에 오신대. 버스타고 오신대' 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출입문 밖으로 좀처럼 나가시질 않는 분들이다. 방금 달인 민간처방약을 가져다 주시려고 그 밤에 버스를 타고 덕소에서 나오시는 거였다. ㅠㅠㅠㅠ 어떻게든 여행에 데려가 싶은 마음, 한편 순수하게 며느리의 건강을 걱정하시는 마음이 느껴져 찡하고 아팠다.
# 티슈남 할아버지 눈물의 티슈 두 장 #
어찌어찌 모두들 펜션으로 떠나고 집에 홀로 남았다. 비가 무섭게 내리고 날이 캄캄하니 마음이 한결 더 무거웠다. 그 때 휴대폰이 울리는데 원조 티슈남 아버님이시다. 부끄럽거나 쑥스러워지시면 말투가 더 퉁명스러워지시는 아버님이 '야!' 하시더니... '너 밥 먹었니? 그래, 우린 다 먹고 지금 치웠다. 애들도 많이 먹었어. 너 혼자 있다고 밥 굶으면 안 돼. 밥 챙겨 먹어라' 하시는데 콱 목이 메였다. 눈치 채신 아버님의 목소리도 살짝 떨리시더니 바로 '끊자' 하시며 서둘러 끊으셨다. 나... 티슈 한 장 뽑아들고 훌쩍훌쩍.
# 티슈남 할아버지 눈물의 티슈 세 장 #
오늘 아침 남편과 통화 중. '추석예배 드렸어. 주기도문 하고 마칠려고 하는데 아부지가 갑자기 어머니한테 작은 며느리 위해서 기도 한 번 하라고 하시대' 한다. 교회는 일요일이니까 가시고, 기도는 어머니랑 아들이 하니까 됐고, 예배는 무조건 짧아야 하고, 예수님은 자꾸 교회에 돈 갖고 오라고 해서 싫으신 아버님께서 먼저 '기도하라'는 제안을 하셨다니... 이거 티슈를 또 한 장 안 뽑을 수가 없는 일이다.
# 티슈남 손주의 대를 잇는 감동 #
며칠을 엄마가 아프다고 빌빌대고 있으니까 노심초사 하던 현승이가 며칠 전 저녁에 덥석 내 손을 잡더니 '엄마 내가 기도해줄께. 눈 감어' 한다. '하나님! 엄마가 꼐속께속 아파요. 엄마가 이렇게 아프니까 제가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추석 때 펜션도 가야는데 엄마가 아파서 못갈 수도 있으니까 너무 마음이 불편해요. 엄마가 빨리 나아서 같이 갈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니까 티슈손주의 불편함은 이거였다. 엄마를 혼자 집에 놔두고 갈 수가 없다. 왜냐? 누가 엄마를 잡아갈 것 같다. 엄마는 어른인데 뭘 그리 걱정을 하냐 괜찮다. 하니깐 어른이지만 여자 아니냐! 한다. 자기가 펜션에 안 가고 엄마를 지킬려고 하니 너무 가고 싶고, 엄마 혼자 있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니 엄마 흑석동에 외할머니 댁에 가 있으면 안돼냐? 그러면 엄마랑 떨어져 있는 건 싫지만 걱정은 안된다. 이것이다.
하이튼 그런 식으로 며칠 간 엄마 손 잡고 기도해주는 아들의 지극한 효성은 이어졌고, 어제 출발 시에는 급기야 아빠의 기도 끝에 엄마의 가슴에 파묻혀 엉엉 울고 말았다는... 그렇게 모자는 눈물의 이별을 했다는....
감정형 할아버지와 감정형 손주의 따스한 마음 씀씀이로 티슈는 좀 많이 소비했지만 마음에는 대일밴드 하나 붙이게 된 2010년 추석이야기.
며느리 생활11년 만에 명절을 제끼고 집에 혼자 남았다.
외며느리야? 맏며느리지? 하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으며 며느리 역할에 혼신을 다해왔던 것 같다. 아, 난 외며느리도 맏며느리도 아닌 막내 며느리다.명절에든 부모님 생신에든 집안의 대소사든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나름 즐겁게 몸을 던져왔다. 동기를 굳이 들쳐보자면 순수한 '사랑의 발로'도 없다 할 수 없고,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기 위한 몸부림도 적쟎이 작용했다고 본다.
한 10여년 애쓰고 힘쓰던 관계가 가족 중에 있는데 하룻 밤을 함께 지낼 자신이 유독 생기질 않았다. 틀어진 관계가 힘을 쓴다고 회복되는 게 아닌데 그간 내가 과하게 힘을 쓴 탓인 것 같다. 어떤 노력도 상대방에게 선의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에 좀 내려놓은 상태다. 착한 며느리, 착한 크리스챤 컴플렉스가 여전히 마음에서 시끄럽게 설교를 해댔지만 질끈 눈을 감고 내가 원하는 걸 하기로 결정했다.
실은 몸이 먼저 데모를 해댔다. 이유없이 배가 꼬이고, 계속 화장실에서 불러대고... 또 배가 꼬이고... 남편이 '스트레스썽 아니야?' 그렇게 화장실에 불려다니다 보니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졌고 더더욱 힘든 관계를 마주할 힘이 나질 않았다. 그러던 중....
# 티슈남 할아버지의 눈물의 티슈 한 장 #
몸의 상태에 대해서 물으시고 보고하느라 시댁과 계속 통화가 오갔다. 주일 밤에 전화가 왔는데 아버님께서 갑자기 민간요법 하나를 생각해내신 거였다. 그걸 먹으면 바로 화장실의 호출이 멎을 거라시면서 지금 달이고 있으니 내일 가져다주마 하셨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전화벨이 또 울리고 현승이가 전화받았는데 '네? 할아버지가 우리집요? 지금요? 앗싸~아!' 하면서 '엄마, 할어버지가 지금 우리 집에 오신대. 버스타고 오신대' 한다.
날이 어두워지면 출입문 밖으로 좀처럼 나가시질 않는 분들이다. 방금 달인 민간처방약을 가져다 주시려고 그 밤에 버스를 타고 덕소에서 나오시는 거였다. ㅠㅠㅠㅠ 어떻게든 여행에 데려가 싶은 마음, 한편 순수하게 며느리의 건강을 걱정하시는 마음이 느껴져 찡하고 아팠다.
# 티슈남 할아버지 눈물의 티슈 두 장 #
어찌어찌 모두들 펜션으로 떠나고 집에 홀로 남았다. 비가 무섭게 내리고 날이 캄캄하니 마음이 한결 더 무거웠다. 그 때 휴대폰이 울리는데 원조 티슈남 아버님이시다. 부끄럽거나 쑥스러워지시면 말투가 더 퉁명스러워지시는 아버님이 '야!' 하시더니... '너 밥 먹었니? 그래, 우린 다 먹고 지금 치웠다. 애들도 많이 먹었어. 너 혼자 있다고 밥 굶으면 안 돼. 밥 챙겨 먹어라' 하시는데 콱 목이 메였다. 눈치 채신 아버님의 목소리도 살짝 떨리시더니 바로 '끊자' 하시며 서둘러 끊으셨다. 나... 티슈 한 장 뽑아들고 훌쩍훌쩍.
# 티슈남 할아버지 눈물의 티슈 세 장 #
오늘 아침 남편과 통화 중. '추석예배 드렸어. 주기도문 하고 마칠려고 하는데 아부지가 갑자기 어머니한테 작은 며느리 위해서 기도 한 번 하라고 하시대' 한다. 교회는 일요일이니까 가시고, 기도는 어머니랑 아들이 하니까 됐고, 예배는 무조건 짧아야 하고, 예수님은 자꾸 교회에 돈 갖고 오라고 해서 싫으신 아버님께서 먼저 '기도하라'는 제안을 하셨다니... 이거 티슈를 또 한 장 안 뽑을 수가 없는 일이다.
# 티슈남 손주의 대를 잇는 감동 #
며칠을 엄마가 아프다고 빌빌대고 있으니까 노심초사 하던 현승이가 며칠 전 저녁에 덥석 내 손을 잡더니 '엄마 내가 기도해줄께. 눈 감어' 한다. '하나님! 엄마가 꼐속께속 아파요. 엄마가 이렇게 아프니까 제가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추석 때 펜션도 가야는데 엄마가 아파서 못갈 수도 있으니까 너무 마음이 불편해요. 엄마가 빨리 나아서 같이 갈 수 있게 해주세요'
그러니까 티슈손주의 불편함은 이거였다. 엄마를 혼자 집에 놔두고 갈 수가 없다. 왜냐? 누가 엄마를 잡아갈 것 같다. 엄마는 어른인데 뭘 그리 걱정을 하냐 괜찮다. 하니깐 어른이지만 여자 아니냐! 한다. 자기가 펜션에 안 가고 엄마를 지킬려고 하니 너무 가고 싶고, 엄마 혼자 있는 건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니 엄마 흑석동에 외할머니 댁에 가 있으면 안돼냐? 그러면 엄마랑 떨어져 있는 건 싫지만 걱정은 안된다. 이것이다.
하이튼 그런 식으로 며칠 간 엄마 손 잡고 기도해주는 아들의 지극한 효성은 이어졌고, 어제 출발 시에는 급기야 아빠의 기도 끝에 엄마의 가슴에 파묻혀 엉엉 울고 말았다는... 그렇게 모자는 눈물의 이별을 했다는....
감정형 할아버지와 감정형 손주의 따스한 마음 씀씀이로 티슈는 좀 많이 소비했지만 마음에는 대일밴드 하나 붙이게 된 2010년 추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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