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이름대신 색깔로 더 많이 불렸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분 하늘나라 가신 지 1년여. 사진의 웃음 끝에 그 특유의 목소리가 들릴 듯합니다. 그립습니다.
이 포스팅은 그 분 돌아가시기 훨씬 전부터 기획된 것입니다. 그 분의 노년을 바라보던 어느 날  '아, 인생을 강직하게 올곧은 정직함으로으로 달려가는 자의 노년은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유있는 그 분의 아름다운 노년에 대해 연작물이 될 지 모를 글을 시작해봅니다. 


그 분의 노년은 견주어질 또 다른 노년이 하나 있어서 더욱 빛이 났습니다. 평생 '정치 라이벌'이라고 불렸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와 라이벌이 되려면 노벨 뭐라도 하나 받으시고 말씀하시지요. 가만히 계신 분을 제가 호명해서왈가왈부 하려고 하니, 뭐 그럼 제가 노벨상 하나 드리지요. YS께 드립니다 '노벨 머리 나쁘고, 컴플렉스 심한 상' 있다면 또는 '노벨 황당한 독설 내뿜기 상'이 입니다.


'노벨 독설상'을 수상하신 YS 전대통령님은 뉴스에 참 자주 등장하셨습니다. 등장하시는 족족 '독설'이셨지요. 그 독설이 후배 정치인을 향한 따끔한 일침이든, 나라를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이든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왜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는지는 고든 스미스의 <소명과 용기>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노년의 소명은 '권위와 주도권을 기꺼이 포기하고 지혜와 축복을 베푸는 일' 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물론 노년이 되었다고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이전의 삶에서 책임있게 성장해온 사람들이 맺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열매일지 모르지요.


그래서 그 분, 김대중 대통령의 뒤로 물러나 말없는 노년이 더더욱 빛이 났습니다.






이 글이 진즉에 씌여지지 못한 이유는 김대중 대통령님 서거 당시 저는 5월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아직 喪 중이었는데 또 다른 상을 마음으로 받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 장면을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저릿합니다.

그 경황 중에도 저는 걱정을 했더랬습니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데.... 혼신을 다해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뒤로 퇴보하는 걸 지켜보시며, 그러다 함께 민주국정을 이룬 동지의 안타까운 죽음을 보며 너무 많이 무너지시는 건 아닐까?' 하면서 말이지요.
아닌 게 아니라 몇 달이 못 가서 우리 곁을 떠나셨지요.ㅠㅠㅠㅠㅠㅠ


저는, 아니 우리는 눈물의 힘을 압니다. 사람들을 선동하기 위해서 억지로 짜내는 눈물이 아니라 인간 마음 깊은 곳에서 어쩔 수 없이 흘러나와 넘치는 그 감정의 흔들림을요. 그 분의 노년은 권위와 통제의 힘을 내려놓고 언제든 울 수 있는 말랑말랑하고 유약한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아니,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는 그 분이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연설하는 투사로 새겨져 있을 지 모르나 그 분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울어야 할 때 우는 분이었나봅니다. 그럴 겁니다. 우리 안에는 강직함과 유약함, 곧음과 부드러움이 분명히 함께 공존하고 있을테니까요.


칼융은 심리유형론에 따른다면 MBTI 성격유형에서 자신의 유형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충실히 쓸 때 자신에겐 열등기능이었던 것들이 중년 이후에 자연스럽게 무의식에서부터 떠올라온다고요. 그러면서 노년에는 점점 통합된 인격으로 향해가는 것이겠지요.


어차피 비교하기 시작한 거 여기서 '노벨 독설상'에 빛나는 와이에스님에 대한 얘기를 더 해보죠. 정혜신의 <남자vs남자>에 의하면 와이에스님이 잘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였다는군요. 가만보면 이 분의 '버르장머리 고쳐놓겠다'는 신념은 연세가 들수록 더 견고해지시는 것 같아요. 언론에 비쳐질 때마다 젊은시절 민주화운동으로 삶을 불태우시던 때보다 더 굳게 앙다문 입술, 경직된 표정, 입만 열면 독설.... 이런 것들로 유추해볼 때 그렇단 말씀입니다. '노벨 버르장머리상' 을 하나 더 추가해드리고 싶군요.







그 분의 <자서전>을 읽고나니 그 분의 노년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분의 인생 그대로습니다. 이 포스팅은 시리즈물입니다. 담아내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아서 섣부른 시작을 못했고, 시작해보니 한 번에 끝낼 수가 없어서요. 그리고 정작 하고싶은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여러가지 결론들은 미궁에 빠뜨려놓은 채 횡설수설하던 이 포스팅의 결론을 내겠습니다. 저는 저의 가장 닮고 싶은 노년의 모습의 상위권 랭킹으로 김대중대통령님을 올려놓습니다. 이제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청년이었던 내가 소리 소문 없이 중년이 되었 듯 노년도 먼 이야기가 아니기에 지금부터 그렇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 분의 자서전을 많이 곱씹어보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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