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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요리사 경안천은 겨울의 천이다. 처음 만난 때가 작년 겨울이었고, 첫 만남의 감동이 잊힐 즈음 다시 겨울이 왔다. 그늘도 없고, 잘 조성되지도 않은... 띡, 아스팔트 깔린 오가는 산책길만 있는 이곳은 겨울이 제철이다. 청둥오리, 왜가리, 백로에 최근에는 고니까지 등장하여 장관을 이룬다. 해 질 녘 갈색 톤의 경안천 산책을 놓치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갈색 겨울이 좋았을까? 한때는 눈도 못 맞추던 계절이 겨울이었는데.... 죽은 듯한 나무며,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겨울이 평생 슬프고 두렵기만 했는데... 편안하고 좋다. 여름에만 찾았던 요셉수도원에 잠시 다녀왔다. 수십 번 오가며 꾹꾹 기도의 발자국을 남겼던 메타세콰이어 길, 저 메마르고 텅 빈 나뭇가지 사이에서 부는 찬바람에 위로를.. 2026. 1. 18.
확실한 ‘오늘’이었던 또렷한 '어제' 실은 돈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비행기 값이며 모든 비용을 아껴서 방세며 생활비를 보태야지. 한 끼라도 마음 편히 먹도록 해줘야지... 이 무슨 낭비인가! 그것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돈으로 정서적 위안을 사는 것이 내겐 익숙하지 않다. 우리 엄마는 나를 그렇게 키웠다. 돈은 최대한 아끼고 기도나, 다른 것들로 결핍을 채우는 정신 승리, 신앙 승리를 가르쳤다. 그렇게 성장했고,성장했고, 그러느라 돈에 관한 한 말도 못 하게 지질해졌다. 실은 돈이 제일 쉬운 것이었다. 비행기 값이며 모든 비용 통틀어도 몸으로 가서 몸으로 만나고 지낸 두어 주의 시간의 가치와 견줄 수 없다. 꿈처럼 지나간 시간이지만, 결코 꿈이 아닌 증거가 무수하다. 스마트폰 사진첩이 얼마나 무거워졌는지. 그리고... 채윤이의 블로그에 .. 2026. 1. 10.
2026 상반기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 당신은 불필요한 심리치료비 1만 달러를 벌었다.『불멸의 다이아몬드』, 리처드 로어 가짜 자기와 그 너머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자기에 눈을 뜬 사람에 대해 리처드 로어 신부가 하는 말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는 것은 최상의 상담 서비스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을 깊이 알지 않고는 자신을 깊이 알 수 없고,자신을 깊이 알지 않고 하나님을 깊이 알 수 없다. 『기독교 강요』, 장 칼뱅 하나님을 깊이 알아가는 것이 신앙의 여정이라면, 하나님 지식은 반드시 자기 지식과 닿습니다. 에니어그램 내적 여정은 “나는 누구인가, 내게 하나님은 누구이신가?” 이 질문을 가지고 기도와 함께 가는 여정입니다. 사랑과 기도의 여.. 2026. 1. 9.
파인 다이닝 놀이 해마다 모여 제철 방어를 드시는 교회 남자 집사님들 모임이 있다. 그 방어 모임에서 바로 공항으로 나를 태우러 온 남편의 손에(아니 차 뒷좌석에) 스티로폼 통에 든 방어 한 덩어리가 있었다. 1월 1일 아침에 채윤이랑 떡국까지 끓여 먹은 미국 여행이라 뭐 그리운 한식이 없었다. 방어면 됐네! 집에 돌아와 짐 풀고 신이 나서 방어를 꺼내 썰었다. 음, 묵은지, 묵은지... 묵은지를 꺼내서 씻는데... 갑자기 '흑백요리사'의 요리 신들에게 접신이 되는 것 아닌가. 한두 가지 양념에 무쳐 흥건한 들기름에 김치를 볶았다. 기가 막히게 고소하게 볶아진 묵은지를 길게 찢어 레몬즙 뿌리 방어 위에 올렸다. 그리고 고추냉이 한 톨. 채윤이랑 밤마다 "흑백요리사2"를 봤는데, 빠져들어 버렸네. 특히 요리이며 예술이고.. 2026. 1. 7.
일상 회복, 일상 진보 보스턴에 있는 채윤이 만나러 가는 마음, 말할 수 없이 무거웠다. 두려웠다. 택배 폐기 사건의 여파로 갑자기 정해진 보스턴행이라서 그랬다. 입국, 세관 심사 통과하겠나 싶으면서 짐을 싸는 마음이 쫄렸다. 게다가 분명 아버지 죽음 경험의 영향 같기도 한데. 어디 멀리 떠날 때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비합리적인 두려움에 휩싸인다. 내 일상, 싹이 난 고구마를 물에 담가 키우며 아침마다 들여다보는 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결국 돌아왔다. 돌아왔더니 싹 난 고구마는 이렇게 자라 있었다 막상 가서 보니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이었다. 채윤이의 일상에 들어가 함께 먹고 자고 지내기 시작한 처음 며칠은 쓰라리기만 했다. 2주 후에 어떻게 두고 가나 싶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엄마, 걱정하지 마. 내.. 2026. 1. 6.
온 천하가 기도실 올해부터 에 "이 영원한 지금"이라는 이름으로 기도에 관한 글을 기고합니다. * 기도의 일상, 일상의 기도에 관한 글을 시작합니다. 인생의 오후를 사는 독자들께, 갈수록 많아지는 여백의 시간을 기도로 채워보시자는 초대장입니다. 단순한 기도를 통해 일상 안에 스민 하나님의 숨결을 발견하는 눈을 닦은 작은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이사를 했습니다. 아주 좋은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무슨 운명인지 평균 2년에 한 번씩 집을 옮기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피하고 싶은 일도 30여 년 가까이 꾸준히 겪다 보니 일종의 수련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셋집을 새로 구하고 이삿짐을 싸는 노고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되려니 싶은 느긋함이 생깁니다. 2년에 한 번씩 불안정한 삶을 확인하면서 자기연민이나 .. 2026. 1. 5.
틀어진 계획, 예기치 않은 만남 당연한 일이 틀어져 계획대로 되지 않아 보스턴에 와 있습니다. “가장 추운 때에 가장 추운 곳에 가시는군요!” 어느 지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딸아이 유학 중 어느 여름, 피서로 오고 싶었던 보스턴이었는데, 터무니없는 택배사고 여파로 이 겨울에 오게 되었으니, 여행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와서 보니, 딸은 어느새 잘 극복하고 잘 지내고 있고, 덕분에 계획에 없던 좋은 여행이 되어 겨울 보스턴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픽은 “MFA Boston (Museum of Fine Arts, Boston)”! 기대하며 갔더니 휴관일이었고, 틀어진 덕분에 하버드 미술관에 갔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고흐의 자화상을 만났습니다. 다시 MFA에 가기 전에, 짧고 얕은 검색으로 고야(Francisco de Go.. 2026. 1. 5.
보스턴 디딤돌교회 수양회 보스턴 디딤돌교회 수양회에서 내적 여정 세미나와 저녁 집회 인도로 함께 했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와서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5개월 된 아기와, 70대 장로님이 한 공간에 있는 작은 공동체입니다. 에니어그램 유형 설명을 해나가던 중, “내 유형이 없다”며 속이 상해 그만 듣고 방으로 갈까 하셨다던 장로님. 그런데 마침내 자신의 유형을 찾고 아기처럼 웃으시던 모습은 잊을 수 없습니다. 유형을 찾고 나니 이민 생활은 물론, 살아오신 여러 날이 설명된다며 기뻐하시고, 곁에서 수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시던 아내 되시는 권사님과 따님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눈 덮인 아름다운 숲에서 강사로, 이 교회에서 사랑받는 청년의 엄마로, 그리고 신앙의 여정을 함께 걷는 벗으로 참석하며 다시 없을 연말을 보냈습니다. 금.. 2026. 1. 5.
2025년 성탄절을 "월든 호수"에서 일생을 통해 전무후무한(할) 성탄절 이브를 보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Massachusetts) 콩코드(Concord)에 있는 소로우의 월든 호숫가입니다. 보스턴에서 유학 중인 딸을 보러 왔다가 생각지 못한 성탄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 젊은 날에 소로우의 《월든》과 《자유를 생의 목적으로 삼은 사람》을 나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서로 알기도 전에 젊은 날에 남편도 같은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것입니다, "자유를 생의 목적으로 삼았더“는 제목이 가슴에 살아 남아 있습니다. 월든 호숫가에 살았던 소로우의 모습이 성찰적 관조적이어서 수동적인 면모로 기억된다면, '시민 불복종 운동'으로 실천적이며 저항적인 능동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수동적 능동적이란 표현에 이 호숫가에 서.. 2025. 12. 30.
똑같은 이야기, 천 개의 공간에서 시간이 생기기만 하면 글을 썼다. 아주 많이 썼다. 어린 소녀들이 잔인한 소년과 남자들에게 고문을 당하는 어둡고 폭력적인 이야기들을 썼다. 내게 일어난 일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서 똑같은 이야기를 천 가지의 다른 방식으로 썼다.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면 마음이 안정되었다. 목소리는 잃었지만 언어는 남아 있었다. 『헝거』 록산 게이 방송에 또 나갔어요. 늘 하던 얘기를 또 해야 했고요, 며칠 전 아버지 추도식에 스스로 선언한 것처럼 나는 채워졌습니다. 그 구멍은 채워졌습니다. 그렇다고 아버지 죽음 이야기, 교회 이야기, 엄마 이야기, 종교 중독 이야기, 쓰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하지는 못할 거예요. 록산 게이의 글이 다시 힘을 줍니다. 내게 일어난 똑같은 이야기를 천.. 2025. 12. 20.
기도 책 추천 * 청어람ARMC 청어람 메일링 매거진 '틈'에 기고한 글입니다. 책을 선정하고 이렇게 저렇게 써보는 시간이 참 좋았네요. ‘추천’이라는 말은 이미 주관적 취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내가 해보니, 읽어보니, 좋습니다. 괜찮으면 당신도 한 번 시도해 보시지요.”라는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나 추천은 할 수 있지만, 그 분야를 제대로 아는 사람인가, 흔히 말하는 전문가인가가 중요하겠지요. 기도에 관한 책을 추천했는데, 저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저 기도를 잘하고 싶어서 끝없이 기웃거리는 사람입니다. 기웃거리면서 도움을 받은 기도에 관한 책이 한두 권이 아니지만 이런저런 것 많이 생각하며 골라보았습니다. 이런저런 많은 생각 때문에 사양할까 싶었는데, 짧은 글이지만 정리하면서 좋았습니다.. 2025. 12. 19.
Ruach루아숨결여행, 나가사키 순례단 모집 Ruach루아 숨결여행❝엔도 슈사쿠를 읽고, 나가사키로❞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통해 내면을 순례하고,역사의 땅을 걸으며 몸으로 기도하는 길,순교와 배교, 용서와연민이 교차하는 땅,나가사키 순례 여행에 초대합니다. >>>> 나가사키 순례 * 일정2026년 4월 9일(목) – 4월 13일(월) / 4박 5일 * 순례의 길 - 숨은 그리스도인을 찾아서: 드러나지 않는 신앙, 꺼지지 않는 기도오우라 천주당, 우라카미 성당, 일본 26성인 기념관- 재의 땅에 남은 부활의 흔적: 상처 입은 치유자나가사키 평화공원, 나가이 다카시의 ‘여기당’-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이 부재처럼 느껴졌던 자리엔도 슈사쿠 문학관, 소토메 마을- 평화를 위한 공동의 기도: (기억을 품은 예배, 화해를 향한 기도)나가사.. 2025.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