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오늘 급식시간에 또 완전 짜증났어.

아, 또 부정적인 얘기라서 미안한데, 들어줘. 진짜 짜증나서 그래.

**가 또 그러는 거야.

오늘 해물이 나왔거든.

'어우, 징그러. 이게 뭐야. 이걸 어떻게 먹어' 하면서 치우는 거야.

그리고 내가 먹으니까 완전 이러고, 이러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봐.

그러면서 큰 소리로 어우, 야~ 그걸 어떻게 먹어? 우웩. 막 이러는 거야.

그러니까 주변에 있던 애들이 다 나를 이상한 애 보듯 쳐다봐.

매일 이런 식이야.

나 진짜 오늘은 너무 열받아서 먹다가 그냥 딱 내려놨어.

솔직히 나랑 같이 다니는 애들이 못 먹는 게 많아서 내가 좋긴 좋거든.

급식 시간에 거의 다 내가 먹어줘야 해.

나는 좋지.(살짝 입가에 미소 스침.ㅋㅋ)

그런데 내가 먹으면 무슨 짐승 보듯 나를 보면서 그래.

 

진짜,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아직까지 열이 식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먹다가 딱 내려놓았던, 그리하여 남기고 온 해물들이 눈에 어른거려서일 것이다. 아마도)

 

쫌 심하다. 그냥 개무시하고 맛있게 먹어.

채윤이 니 매력이잖아. 신경 쓰지 마.

'야, 이거 맛있어. 그리고 나는 10 개월에 풋고추를 먹은 애야.

그리고 다섯 살부터 산낙지를 먹었어. 난 그런 애야' 하고 더 맛있게 먹어버려.

 

엄마, 내가 산낙지 먹었다고 하니까 애들이 막 소리 질렀어.

나는 먹는 걸 싫어하는 애들이 정말 이해가 안 돼.

그런데 엄마, 우리 곱창 한 번만 먹으면 안 돼?

나 소금구이 곱창 너무너무 먹고싶어.

접때 내가 전단지 가져온 거 어딨어?

(하교길에 곱창집 전단지를 주워서 들고 왔었음. ㅋㅋㅋㅋ)

거기서 한 번만 시켜줘.

 

(그리하여 곱창구이를 앞에 놓고 행복해서 시키는 표정 다하는 여중생 채윤이.

아흐, 간만에 귀여워. 아주 그냥 매덩!)

 

변진섭이 부릅니다. '희망사항'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웃을 때 목젖이 보이는 여자,

곱창구이를 좋아하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 그림은 미술숙제로 그린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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