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탓에 자도 자는 것 같지 않아서인지, 기다려야 할 때라서인지 한동안 꿈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꿈을 기다리며 잠드는 날이 많습니다. 꿈을 기다리며 잠들었는데 아침에 깨서 기억나는 꿈이 없으면 에잇, 헛 잤네! 하고 맙니다. 잠을 자다 꿈을 건지는 건지, 꾸기 위해 잠을 자는 건지..... 헛 자는 날은 헛 자는대로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압니다. 하룻밤에 서너 개의 꿈이 기억나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은 그런 날대로 의미가 있구요. 며칠 전에 뜬금포 날린 '꿈 강의'에 대해서 조금 긴 사족을 달아볼까 합니다.


꿈일기를 쓴지 8년쯤 되었습니다. 에니어그램 연구소에서 주변 선생님들과의 알맹이 있는 수다에서 시작했지요. 늘 그렇듯 꿈에 관한 세상의 모든 책은 다 읽으리라! 달려들어 열혼공('열나게 혼자 공부'라고 굳이 설명)했습니다. 지금의 선생님을 만나고 꿈 그룹을 경험한 지는 3년, 그러면서 여정을 함께 하는 벗들과 자연스러운 꿈 나눔을 해왔고, 작년 9월에는 파일럿 꿈집단을 만들어 1년 가까이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자신의 꿈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몇 달 상담치료를 받는 효과가 있다구요.  이것은 온전히 제 말은 아닙니다. "당신은 불필요한 심리치료비 1만 달러를 벌었다" <불멸의 다이아몬드>에서 리처드 로어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있지요. 스스로도 속고 있는 '가짜 자기'를 인식하여 그 너머에 있는 하나님 형상으로서의 자기를 인식할 때 우리는 최선의 상담 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는 과정에 치유는 저절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꿈은 제게 '가짜 자기'의 목소리를 일깨우는 최선의 안내입니다.


사춘기 이후 제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 중에 왜 예수님 같은 사람이 없지?' 어릴 적에는 그런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이었다면, 차차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는 제 자신이 고민이더군요. 이렇게 열심히 성경공부하고 큐티하고 수련회 다니는데 왜 내 인격은 변하지 않는단 말인가? 원래 그런 것인가? 나이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등장할망정 고민은 한 가지였습니다. 이 고민을 고민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읽었고, 열심히 찾아다녔고. 그래서 얻은 결론이라면 '단단한 자아의 껍데기'입니다. (이 표현도 제 말이 아니라 박영돈 교수님께서 즐겨 쓰시는 개념입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브레넌 매닝의 말을 빌자면 죄의 본질은 어마어마한 자기중심성이고요. 종교생활이 오래될수록 이 단단함이 더욱 견고해지기에 유명한 목사님이, 새벽기도 빠지지 않는 장로님이 예수님의 온유한 성품에서부터 가장 멀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관심은 바로 그 에고의 장벽을 뚫어서 진리가 들어갈 자리를 내는 것, 깊이 감춰진 하나님 형상이 드러날 길을 내는 것에 있습니다.


제가 하는 에니어그램은 물론 MBTI, 심지어 연애강의까지도 강의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입니다. 그 딱딱한 껍데기 안의 자신을 인식하게 하는 것, 그것입니다. 어마어마한 자기중심성으로부터 한 발이라도 빠져나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닦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MBTI 강의하하호호, 맞아맞아, 웃으면서 나의 성격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게 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다름'에 대해 공감 터지는 강의에 끄덕이는 동안 '성격'이라는 겉껍질에 스르르 실 같은 균열을 내는 것입니다. 에니어그램은 좀 더 적나라하게 그 균열을 조장합니다. 에두르지 않고 자아의 포장지, 자아의 방어에 대해서 피력하는 것이 제가 하는 에니어그램 강의입니다. 영성 강의를 할 때는 '종교'라는 가장 거룩한 에고의 포장지를 벗겨내자고 촉구합니다. 이 모든 강의는 결국 견고한 자아의 껍데기 안에 있는 창조주를 닮은 형상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하는 일은 내적치유가 아니라 내적여정입니다. 라깡의 말처럼 '진리'에 신경 쓰면 치유는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궁극적으로 혼자 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고, 혼자 갈 수 있는 힘을 일깨워주기 위해 제가 도움받았던 도구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MBTI도 에니어그램도 꿈도 그 수단 중 하나입니다.(네, 하나일 뿐입니다!) 그중 뚜벅뚜벅 제 걸음으로 내적여정을 가는 사람에게 가장 힘이 되는 벗이 '꿈'입니다. 꿈은 오롯이 자신만의 것입니다. 최근에 나온 슈테판 클라인의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들>에서 '꿈은 가장 내밀한 체험'이라고 말하면서 그나마 성생활은 파트너와 관련이 있지만, 꿈속에서는 완벽하게 혼자라고 합니다. 자신이 보는 것을 아무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로 어젯밤 꿈을 아무나 보는 SNS에 공개하는 것을 보면 민망합니다)  이 은밀한 이미지들...  어딘가에서 오는 메시지이구요. 프로이트라면 무의식, 칼융이라면 자기 안의 신적인 자아 Self로부터 오는 것이라 하겠구요. 저는 제 안에서 저를 붙드는 사랑의 목소리, 그분이 발신자라고 믿습니다. 발신자가 그분일찐대, 모든 꿈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고 봅니다. '너는 내 사랑받는 자이다'


혼자 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혼자 가는 길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진실하게 자신을 드러냄으로 자기를 보는 더 맑은 눈이 생기는 것처럼 꿈 역시 진실한 그룹과 나눔을 통해서 그 의미가 자명해집니다. 동반자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우리 안에서 꿈을 보내시는 그분과 함께 가는 길이지요. 에니어그램이 그렇듯 꿈은 반드시 기도, 즉 사랑이신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지향해야 하고 다시 거기서부터 나와야 합니다. 저는 헛잠을 자는 날이 길어지면 그 때문에 기도하고, 뜻을 알 수 없는 묘한 꿈을 꾼 날에는 그 꿈의 의미를 묻고자 기도합니다. 그럴수록 밖을 향하던 눈이 안으로 향하고,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투명하게 발견할수록 더 맑은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나의 성소 싱크대 앞>과 같은 일상글입니다. 이런 좋은 것을 조금씩 나눠야겠다는 마음, 그 마음으로 시작한 한여름 밤의 꿈수다랍니다.



[한여름 밤의 '꿈'수다]



일시 : 2016년 8월 23일(화), 오후 8시

장소 : 카페바인 (서대문구 신촌로 25)

강사 : 정신실            인원 : 선착순 30명

참가비 : 만오천 원(음료 포함)

문의 : 010-4235-8020 이수진 (문자로 주세요)

신청 :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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