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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 모음/내 맘에 한 노래 있어

주말의 끝을 잡고 부르는 노래

larinari 2016. 12. 22. 23:36


내 맘에 한 노래 있어1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어느덧 주말이 가고 월요일과 맞닿은 주일 밤, 공기가 다르고 마음의 기압 또한 다르다. TV ‘개그 콘서트의 엔딩 음악이 주말의 끝을 알린다. 주일 예배와 에프터까지 마치고 탄 지하철 안은 한산하여 더욱 무거운 공기로 가득. ‘내일은 월요일. 출근! 출근! 알지?’ 일요일이 가고, 월요일이 다가오는 소리의 압박이다. 월요일이 싫은 건지, 주일의 교회 하루가 아깝도록 행복한 건지는 알 수 없다. 주일의 위안이라 해두자. 교회생활이라고 마음의 부대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 비하면 천국 아닌가. 오직 의무감으로 해야 하는 일이 산적한 곳, 일의 결과만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직장 말이다. 게다가 교회 사람, 회사 사람이 주는 안도감의 차이란! ‘월요병이란 것이 주말의 여유와 일하는 보통날 사이 분열을 앓는 것이라면 신자들에겐 더 치명적이다. 늦잠이나 드라마 정주행보다는 주님과 함께한 시간이 더 의미 있다 느끼는 우리니까.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 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442)

 

어릴 적부터 교회 죽순이로 살아온 나로서는 주일 하루, 또는 교회와 관련된 만남은 주님의 동산에 안기는 느낌이다. 아침이슬이 채 마르기 전, 아무도 없는 새벽의 정원에서 내 사랑하는 주님과 데이트. 얼마나 치유적이고 황홀한 시간인가. 성과를 내거나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일일이 보고서 작성할 필요가 없는 곳, 까다로운 고객들과 신경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귀에 들리는 소리라곤 오직 그분의 사랑의 음성, 영원과 잇대어진 듯한 사랑의 순간. 우리 모두 이런 동산이 필요하다. 주일 밤에 밀려드는 공허감은 비밀의 화원에서 맛본 천상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회사가 교회 청년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부서가 청년부 소그룹 같다면, 팀장의 성숙함이 조장 언니와 같다면..... 꿈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괜찮다. 월화수목금 시간은 가고, 다시 불금이 오고, 그리고 다시 동산의 시간이 올 테니까. 월화수목금이여, 빨리 가라.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찬양의 3절이 나의 등을 떠민다. 세상이란 괴로운 곳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다시 돌아갈 이유가 된다는 듯. 그렇다. 이 땅에서 인간의 몸을 입고 산다는 것은 괴로움을 짊어지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기본설정이다. 그러니 괴로움 없는 곳을 헤맬 것이 아니라 괴론 세상 안으로 뚜벅뚜벅 들어가야 한다. 동산에서 주님과 보낸 시간이 빛을 발해야 하는 곳은 동산 밖, 연약한 내 영혼이 언제라도 상처입기 딱 좋은 곳, 괴론 세상이다. 주일 예배에서, 수련회의 뜨거운 기도에서 은총을 누렸다면 그 은총을 살아 내야할 시간은 월화수목금토일이다. 일단 괴로운 세상을 괴로운 세상으로 명명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다. 온전히 받아들일 때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월요일을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그 청아한 주의 음성이 꼭 필요한 곳은 동산이 아닌 세상임을 알게 된다.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동행, 늘 내 편이 되어 함께 해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굶주린 하이에나의 눈이 번뜩이는 가운데 토끼 한 마리 같은 심정, 밑 빠진 독에 끝없이 물을 길어 붓는 식으로 일하는 콩쥐의 심정, 끙끙거리며 커다란 바위를 굴려 겨우 산 정상에 세우자마자 바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시지프스 왕의 심정일 때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떠올릴 수 있겠는가. 후렴 가사의 동행은 막막한 월요일 출근길을 한 발 내디딜 힘을 준다. 개그 콘서트의 엔딩 음악이 괴론 세상으로의 복귀를 알릴 때 그 청아한 주의 음성또한 이미 내 안에 울리고 있음을 기억하자. 불안과 두려움으로 울어대는 월요병 새소리를 잠잠케 하실 음성을 살려내고 함께 노래하자.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을 알 사람이 없도다

 

주말, 갈 테면 가라! 월요일 올 테면 오라!




3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6.12.23 00:24 신고 다른 사람에게 자주 하는 질문을 나에게 해봅니다.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때는 언제인가?'
    언젠가부터 그렇게 살아오질 않아서 이끼 낀 바위 같은 나다움이지만
    찬양하고 지휘할 때이네요.

    내년부터 <QTzine>에 새로 연재하는 꼭지는 이끼 낀 나다움을 만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내 맘에 한 노래 있어'라는 간판을 달고 주로 찬송가 한 곡에 마음을 담는 글을 쓰게 됩니다.
  • 프로필사진 2016.12.26 13:50 저는 복직한 이후로 월요병이 완전히 싹 없어졌어요~ㅋㅋ
    좀 슬픈 이야기 이지만 월-금은 출근을 하니 주말에 하루종일 애 보는게 쉽지가 않아서 월요일에 출근길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더라고요. 특히 긴 연휴가 끝난 다음 월요일에는 더욱더..ㅋㅋ 근데 요즘 하윤이가 엄마 엄마 하고 이쁘게 엄마를 부르고 같이 힘들지 않게 시간을 보내게 되니 괜시리 어제는 회사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놀아줄수 있을거 같은데..생각이 들면서 코가 시큰해 지더라고요. 계속 반복되겠지요? 미안함과 그만둬? 하는 갈팡질팡이 ㅠ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6.12.26 23:47 신고 <토닥토닥 성장일기> 읽어보았느냐? '엄마, 가지 마. 엄마 회사 가지마~~~아!' 통곡 하는 하윤이를 볼 날이 있을 것이다. 그날이 진정 갈팡질팡, 눈물 펑펑의 날이지. 아직 오지 않았다. 각오해라.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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