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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의 내적여정

인간적 경험의 영성 세미나

larinari 2017. 12. 21. 11:19



우리는 영적 경험을 가진 인간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 경험을 지닌 영적 존재이다. 


-테이야르드 샤르뎅-



20일, 어제는 에니어그램 영성과정을 하루 여정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하여 정신실의 내적여정 세미나 완강(!?)입니다. 1단계, 2단계, 심화 1단계, 심화 2단계, 영성단계. 하루 여정으로 다섯 번. 총 30시간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입니다. 마지막 강의를 '영성과정'이라 이름 했지만 처음 1단계부터 이미 영적인 과정이었지요. 영성적이 것이 특별한 신비체험 같은 것에 있지 않음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인 영적 존재로 사는 것은 바로 여기, 내 몸과 행동, 감정, 지성을 통한 구현입니다. 위의 테이야르 드 샤르뎅 신부님의 말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영적 경험을 가진 인간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 경험을 가진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이 영성적 삶이라 확신하고요. 결국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 가까운 이들과 관계 맺는 방식, 자연과 세계를 대하는 태도에서 영성이 드러납니다. 어쩌면 영성 중의 영성은 일상 영성일지도요. 


영성과정 피정에 참석하여 영혼의 폭풍을 만난지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때 들은 신부님의 강의를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받아 적은 느낌의 노트가 있습니다. 무엇을 염두에 두고 그리 적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강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으로 들어왔고 흘려보낼 수 없어서였습니다. 이후로도 마음의 여정은 계속 가야하는 길이었고, 그 강의안을 삶으로 경험으로 이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배워 시작한 향심기도도 혼자 조용히 이어왔습니다. '이해'의 빈공간을 채우기 위해 영성공부에 매달린 10 년의 세월이기도 하네요. 그리하여 무엇을 명확히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10년 전 그 강의안을 들고 감히 가르침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긴 여정을 내내 함께 해주시는 몇 분들은 참 소중한 분들입니다. 여기 저기서 산발적인 영성 강의를 하고 있지만 구슬 서 말을 한 줄에 꿰도록 해주신 분들입니다. 나 살자고, 나 좋자고 판 우물이었습니다. 내 한 목숨 살자고, 믿어야 하는 이유를 찾고자 걸어온 여정이지만 누군가의 '알아줌'은 또 얼마나 필요한지요. 나는 '영적 경험을 지닌 인간'이 아니라 '인간적 경험'을 지닌 영적 존재이니까요. 나의 지난한 길이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작은 이정표가 된다면! 이것은 얼마나 큰 보상이며 알아줌이겠습니까. 10여 년 전, 아니 목말라 찾아간 여러 강의들에서 단 한 자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제 앞에서 온 의식을 다해 집중하시는 분들이 있어 큰 보상이 됩니다. 강의에 실패한다 해도 내 존재는 여전히 '괜찮음'이지만 한 개 말할 때 한 개 너머를 알아들으시는 눈동자는 여전히 괜찮은 제 존재에 기쁨과 보람을 돌려주십니다. 


손수 만드신 케잌과 쿠키 크리스마스 사탕까지 한아름 가져오신 선생님 덕에 풍성한 '인간적 경험'으로 행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른 선생님 한 분께서 "이걸 돈 주고 사왔다고 해도 놀라운데 직접 만들어 오셨다구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게요. 조건 없이 자발적으로 나누는 마음은 분명 더 좋은 것들을 유발합니다. 제가 늘 한 방울 한 방울 신중하게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준비하곤 하는데 케잌과 쿠키가 맛있어서 제 커피는 아름다운 조연이 되었습니다. 어느 분은 '커피를 부르는 케잌'이라고 하셨어요. 인간적 경험을 지닌 영적 존재로서 참 좋았습니다.


영적 존재로서의 나를 일깨우며 버티기에는 힘겨웠던 2017년이었습니다. 인간적 경험의 비루함은 가깝고 현실적이며 영적 깨달음의 위안은 막연하고 멀기 때문입니다. 초라할 대로 초라해진 인간적 경험에 파묻혀 '거지 같고 하잘 것 없는 존재'로 뒹구는 나를 일으키신 분들이 내적여정 세미나 인연들입니다. 피력하지 않아도 믿어줌을 얻는 강사는 복되었습니다. 여러 제약이 있어서 이 세미나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이어가야 할 지 늘 고민하고 서성이지만 만남이 주는 생명력 만큼은 단절이 아니지요. 이렇게 2017년 에니어그램 세미나는 고마움으로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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