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엄마 2주기이다. 엄마 2주기, 코로나 2년. 2년 만에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몸도 마음도 죽음에 가까워지는 날에 엄마 2주기를 맞았다. 엄마의 마지막 나날, 요양병원의 '격리'로 함께 하지 못했는데. 2년이 지나고 내가 '격리'되어 추도 예배도 무엇도 하지 못하고 보냈다.

위로와 이끄심은 의외의 길을 따라 온다. 대학원에서 <음악을 통한 영성>이란 과목을 듣고 있다. 강의와 선곡으로 엄마 2주기를 기리고, 죽음을 묵상하며, 큰 위로를 받았다. Bach의 칸타타 ‘악투스 트라지쿠스(actus tragicus)'다. ‘장송 음악’으로 불리는 이 음악의 원제 ‘악투스 트라지쿠스(actus tragicus)'는 '죽음과 이별이라는 인생의 비극 앞에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질문해온다'고 신부님(교수님)은 강의안에 쓰셨다. 이 곡을 듣고 또 들으며 3월 11일 하루를 보냈다.

곡의 시작은 아름다운 소나티나이다. 그리고 합창곡이 등장한다. 제목은 하느님의 때가 가장 좋은 때이니라 Gottes Zeit ist die allerbeste Zeit”. 하나님이 정하신 때에 다다르는 인생의 종착지, 그 진실을 받아들이는 내적 평화가 담긴 한 문장이다. 합창은 이어서 사도행전 17장 28절과 시편 90편 12절의 내용을 언급하며 이어진다. 신부님의 강의안을 그대로 옮겨본다.

이어 나오는 합창은 죽음에 대한 두 가지 다른 차원을 교차로 들려줍니다. 바흐는 이를 구약과 신약의 차이로 이해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구약, 곧 옛 계약의 준엄한 진실을 일깨우면서도, 예수님이 오기를 청하며 조건 없이 “예”라고 응답하며 희망합니다. 그리고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 (루카 23,46) 라고 마지막 말을 남기는 십자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인 바흐에게 죽음이 구원이자 위로이며 희망이 되는 근거입니다.


바흐는 십대 초반에 부모님을 잃었고, 사랑하는 첫 부인을 일찍 잃었고, 열두 명의 아이를 서너 살이 되기 전에 죽음으로 또한 잃어버렸다. 부모를, 아내를, 어린 자녀들을 죽음으로 잃고 잃었던 고통이 바흐 음악 곳곳에 흐르고 있다. 죽음의 여러 얼굴이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흐른다. 반드시 죽을 운명을 타고난 인간이지만, 슬픔과 분노에 매몰되지 않는 바흐가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바흐는 깊은 슬픔을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에서 천천히 빛을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라고 교수님이 또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때가 가장 좋은 때이니라.

이제는 알겠다. 2년 쯤 시간의 거리를 두고 엄마가 떠났던 시간을 바라보니, 가장 좋은 하나님의 때였다. 엄마에게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때이고, 가장 좋은 때이다. 만나고, 사랑하고, 행복하고, 기쁨이 오는 때도 하나님의 때이고, 헤어지고 절망하고 실패하는 때도 하나님의 때이다. 하나님의 때가 가장 좋은 때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니 눈물이 난다. 바흐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곡을 만들었을까.

평화롭고 기쁘게 나는 떠나네
하느님이 뜻하신 대로
내 마음과 정신은 위로를 받았네
부드럽고 고요히 하느님이 약속하신 대로
죽음은 나의 잠이 되었네.

마지막 알토가 부르는 아리아는 루터의 찬송가 가사이고, 이것은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서 만난 시므온의 노래(눅 2:29)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 시므온과 안나.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난 두 늙은 예언자를 읽을 때마다 늙은 엄마를 떠올렸었다. 과부가 되어 팔십사 세가 되도록 성전을 떠나지 아니하고 주야로 금식하며 기도함으로 섬기다 아기 예수님을 만난 안나는 꼭 엄마 같았다. "평화롭고 기쁘게 나는 떠나네... 죽음은 나의 잠이 되었네" 시므온의 노래, 안나의 노래, 엄마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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