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같은 표현이지만 "백만 년 만에" 결혼식에 다녀왔다. 조카 결혼식이다. 막내 외삼촌을 뵈었다. 보기 드문 좋은 노인이시고, 좋은 노인이 되시기 전부터 그냥 좋은 외삼촌이었다. 우리 엄마와 제일 마음이 잘 통하던 분이기도 하다. 엄마 노년에 침대에 누워서도 전화로 연결되어 있던 막내 동생이고. 좋은 부모가 계시면 늘 그렇듯, 삼촌의 자녀들끼리도 화목하다. 사촌 언니 오빠들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신 외삼촌을 발견하고 달려가 인사를 드렸다. 마스크로 가린 얼굴에 눈만 보였다.  "삼촌!"하고 달려갔다 얼음이 되고 말았다. 엄마다! 엄마의 눈이다. 어쩌면 그렇게 엄마의 눈이다. "삼촌, 건강하시죠?"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눈물이 쏟아졌다. 식이 진행되고 식사하는 중에도 힐끗힐끗 삼촌 계신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자꾸 마음이 꿀렁거렸다. 식사 마치고 다시 삼촌께 갔다. 진정이 많이 된 상태다. 삼촌이 그러신다. "신실아, 너는 엄마랑 똑같구나!" 도대체 이 결혼식에 우리 엄마가 몇인 거야?

'꽃보다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식에서 만난 엄마  (2) 2021.06.06
꽃보다 엄마  (1) 2021.03.12
엄마 없는 아버지 추도식  (0) 2020.12.15
지난 추석  (0) 2020.10.02
몸이 기억하는 명절  (0) 2020.10.01
따순 늠, 찬 늠  (4) 2020.07.29
  1. BlogIcon 겨자씨한알의꿈 2021.06.08 17:03 신고

    눈물이 찔끔 나네요.

    맞습니다.
    엄마를 보며 날보고, 딸을 보며 날보고,
    엄마는 날보며 자신을 만나고,
    손녀를 보며 딸을 만나고,
    딸은 날보며 할머니를 발견하고
    날 보며 자신을 발견해가고..

    인생입니다. 버릴것없는.

    • BlogIcon larinari 2021.06.10 20:01 신고

      저 자리에 저 닮은 조카가 있었어요. 이런 행사가 있으면 어른들이 조카한테 "신실이 왔네!" 하신다는 거예요. ㅎㅎㅎ 저보다 10년 젊거든요. 이번에 저희 애들까지 누나(언니)가 왔다갔다 하는데 엄마인 줄 알았다고....
      참 오묘하다 싶어요. 저희 아이들이 저를 안 닮아서 섭섭하기도 한데, 조카가 저를 닮았다니. 저를 쏙 빼닮은 누군가가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것도 그렇고요. 저보고 엄마 본 듯 하다시는 어른들의 말씀에도 마음이 파르르 떨리고요. 네, 이것이 인생, 인생들의 교차인가봐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