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끼어 1박 2일, 대부도에서 강의로 불태웠다. 작은 교회 청년부 두 곳을 달렸다. 두 교회 수련회 장소가 4분 거리에 있었으니 달렸다고 하기는 좀 뭐 하네. 여하튼 조금 세게 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불태우고, 그리고 달렸다. 펜션 수련회에 앉았노라니 청년 시절 수련회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30여 년이 지났는데,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왔다.  

8월 15일은 일 년 중 가장 인기 있는 날이다. 전국의 교회 청년부 수련회가 몰려 있어서 그렇다. 당첨은 늘 선착순이다. 제일 먼저 연락온 곳과 약속을 잡고, 이후에 오는 섭외 전화가 몇 통이 되었든 거절해야 한다. 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한 번의 강의만 가능한 것이다. 여러 상황이 교차하여  달리는 1박 2일, 세 번의 강의를 하게 되었다. 한 교회와는 내가 저녁 집회 말씀을 전하고, 다음 날 오전 연구소 은경샘이 에니어그램 강의를 하기로 했었다. 이 콜라보가 마음에 들어 설레고 있었는데... 은경샘이 갑자기 수술을 하시게 되었네! 청년 에니어그램 강의는 은경샘에게 죄다 토스하고, 끊은 지 오래되었는데 할 수 없었다. 저녁 집회 말씀 전하고 일박하고 오전에 강의까지 맡기로 했다. 임박해서 강의 문의가 또 와서 "안 됩니다..." 하려고 했더니. 장소가 대부도라 하고, 또 작은 교회라 한다. "작은 교회"는 못 참지! 게다가 장소가 4분 거리에 있으니 말이다.

이튿날 밤 강의를 기다리며 오후 내내 바다뷰 카페에 있었다. 읽어야 할 자료도 있고 하니 잘 됐다 싶었는데. 무리는 무리였다. 한없이 쳐지는 몸을 "괜찮아, 피곤할 뿐이야! 조금만 견디면 돼." 어르고 달랬다. 밤 강의까지 마치고 11시가 훌쩍 넘어 집에 도착.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가뿐한 몸을 기대하고 다음 날 눈을 떴는데 가뿐은커녕 심히 고장 난 몸이 되었다.  

병원에 가 코로나 확진을 받고, 링거를 맞고는 된통 앓아버렸다. 토요일 주일, 꼬박 누워 자다 앓다 자다 앓다 했다. 엎어진 김에 제대로 쉬게 되었다. 그 전주 교회 전교인 수련회 이후로 푹 쉬었어야 했다. 아픈 건 아픈 거고, 이렇게 쉬는 거다! 하면서 받아들이고 뒹굴었다.

오늘 아침, 가벼운 몸으로 눈을 떴다. 늘 하듯 베란다로 가서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보려면 먼저 십자가를 봐야 한다. 벌써 올라온 해는 구름에 가렸고, 살살 부는 바람에 서늘함이 묻어 있다. "감사합니다" 기도가 나왔다. 팔다리에 기운은 없지만, 푹 쉬어 피로를 푼 몸 구석구석의 생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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