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자인 JP님은 성탄절 즈음이 완전 성수기이신지라 꼼짝을 못했습니다.
도사님이 혼자 시간이 되신다고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어떻게 해서 시간을 하루 내서 당일로 '코에 바람 넣기' 프로젝트를 단행했습니다.
강원도 가는 길목에는 양평이 있어서 더 좋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양평 가는 길에 안개가 쫘악 깔려 있는 것이 분위기 지대로구요.
출발 할 때부터 날씨는 구리구리 합니다.
저기가 검단산인가? 암튼 양평 가는 길에 오른쪽을 보고 찍은 것인데...
새로 생긴 미시령 터널을 통과하면 속초까지 두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나보네요.
설악산 자락에 테디베어 전시장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여기가 두 번은 못 갈 곳!
입장료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돈 잡아 먹는 곳이더군요. 덕분에 사진은 몇 장 건졌지만요.
니들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순 없단다.
아래 사진을 보란 말이다. 니 아빠를 보란 말이다.
니 아빠가 엄마 옆에서나 저렇듯 귀엽고 깜찍한 표정이 나오신단 말이지.
엄마는 마네킹 컨셉.
언제나 사진빨이 좀 되는 현승이.
그리고 본인은 맘에 안 들어 하시지만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웃기도 하시는 진지남 도사님.
하나 씩 눌러서 보세요.
속초의 동명항은 여러 번 갔던 곳이지요.
재작년 추석에도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회를 떠 가기도 했던 곳이고,
엄마한테는 아주 힘든 기억이 새로운 곳이기도 하네요.
동명항에서 속초 쪽을 보면서 찍은 사진인데 하루 종일 하늘을 저렇게 묵직하게 분위기 잡고 있었지요.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요, 해녀 아주머니가 들어가셔서 굴 따는 모습도 그대로 보였어요.
해녀 아주머니 일하시는 걸 구경하다가 채윤이가 "아빠! 저 아줌마 물에 빠지면 어떡해?" 하고 걱정을 하네요.
아빠 하시는 말씀은 "괜찮아. 이미 물에 빠졌어" -.,-
캬~아, 겨울바다에 우리 식구를 제외한 개미 새끼 한 마리 없고....
모두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지난 여름의 파도타기를 추억하면서 밀려오는 파도랑 맞짱 뜨다가,
결국 모두 신발이고 바지고 젖고야 말았지요.
바다에 선 채윤이네 가족 뒷모습 뒷모습 시리즈.
뒷모습 시리즈의 압권은!
배 타고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것이냐?
물질하러 물 속에 들어 간 엄마가 굴 따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냐?
세 식구, 특히 아빠의 뒷모습이 상당히 처량맞아 보이는 이것이 압권입니다.
강원도 갈 때는 꾸불꾸불한 고개를 넘어가면서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며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으로 살다 갈 것을....이 산 저 산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이 노래도 불러주고 해야하는데...
아무래도 눈이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다시 터널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 년 전 직장 다닐 때 직원연수를 가서 정복했던, 저 울산바위와 눈을 한 번 맞춰주고요.
바다에서 내복까지 다 젖어버린 채윤이와 현승이는 차에 타자마자 내복 바람으로 벗어 놓은 젖은 옷을 널어넣고 있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난민입니다.
저러고도 좋다고 둘이 손을 잡고 '마법의 성'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죠.
지들끼리 저렇게 놀아주면 앞좌석 엄마 아빠는 끝도 없는 이야기 꽃을 피우지요.
굳이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은 도사님께서 방학을 하셔도 해야 할 많은 일, 읽어야 할 많은 책으로부터
자유로와지질 못하셔요. 일상에서 자유로와지지 않는 건 저도 마찬가지죠.
아이들 돌보는 일, 하루 세끼 밥 먹는 일, 그리고 여전히 출근해야 하는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와져서
남편과 눈을 맞추고 집중하여 대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다 놓고 떠나서 오고 가는 긴 시간 동안 우리들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
우리의 사명, 삶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하루 쉬고 싶어도 그러질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금은 시간적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떠났는데 다녀와보니 그렇지가 않네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부간의 신뢰는 항상 따로 시간을 떼어내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십일조 같은
시간과 공간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생각입니다.
하루 이렇게 보낸 시간이 각자의 일상을 버텨내고 서로의 일상을 믿어주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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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보 2007.12.30 22:38
노래는 한계령 노래 부르시고, 가시기는 미시령으로 가신 거예요?
에이, 반칙이다. 고개도 한계령으로 넘어가셔야죠.
전 오늘 화천의 파로호 호수변을 터덜터덜 걸어다니다 왔어요.
대략 걸은 거리는 10리 정도. 20리 가량 걸으려 했는데
결국은 빛이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바람에 그냥 서울로 돌아왔어요.
사실은 너무 추워서 얼어죽는 줄 알았어요.
여행은 주기적으로 떠나야 하는 것 같아요.
떠나는 사람도 좋구, 여행기를 보는 우리도 좋구...-
털보 2007.12.31 16:45
울산바위도 설악산까지 가 있으니
검단산도 양평 정도쯤은 가뿐하게 옮겨갈 것 같아요.
행복한 가족이 보기 좋아 양평까지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따라가셨나 보다.
강원도 고개는 재미나죠.
그거 알면 거의 강원도 전문가 수준.
맨 위가 진부령. 눈와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고개. 넘어가면 고성.
그 아래가 미시령. 이제는 눈와도 빠져나갈 수 있는 고개. 넘어가면 속초,
그 다음은 한계령. 설악산으로 등산할 수 있어요. 넘어가면 양양.
그 다음은 조침령. 요건 찾기도 어려워요. 넘어가면 양양.
그 다음은 구룡령. 어찌나 구불거리는지 커브돌다가 구석으로 들이박을 뻔한 고개. 넘어가면 양양.
그 다음은 진고개. 오대산 자락입니다. 넘어가면 주문진.
그 다음이 대관령. 제일 험해요. 저희는 안넘어가고 고개에 차대고 산을 오르곤 합니다. 넘어가면 강릉.
고 밑에 백복령. 아직 못넘어가 봤어요. 풍경이 아주 좋다던데 내년에 한번 넘어보고 싶어요.
고개 정말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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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ne 2007.12.30 22:51
우왕~
여행도 사진도 다 지대로당.
테디베어 고액지불할 만 하네. 애들 좋아했을 것이고 사진들 다 넘 예쁘다.
현상 꼭 해서 잘 간직해두면 좋을거야.
두 번째 사진 아주 맘에 들고요. -
h s 2007.12.31 08:11
그러시느라고 안 보이셨군요?
좋은 시간을 가지셨네요.^^
양평 가는 저 길은 드라이브 베스트 10에 선정 된 길이라잖아요.
전 늘 다녀서 좋은 줄도 모르지만.....
가족들의 사진들이 참 재밌습니다.
포즈도,표정도..... 특히 굴욕이라고 감춰 놓으신....ㅋㅋ -
은행나무 2007.12.31 08:45
'송년'이 지대로 되겠다.
실제로는 엄청 추웠을 것 같은데,
사진은 포근하네.
지난 주말부터 이쪽 영서지방 추위가 장난 아닌데...
이번 주가 지나면, 의림지가 제대로 얼지 싶다.
Happy New Year!!!!!!!
4학년 시작을 축하한다.ㅎㅎㅎㅎ -
요.열,바,보 2007.12.31 09:09
나로 하여금 바다로 떠나고픈 마음이 치밀어 오르게 하는 사진과 글들^^ 우리 남편과 나..알지?(오늘이라도 당장 떠날수 있다는거 ㅎㅎ)
두분~~ 한학기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사역하고 섬김...이렇게 당일 코스로 때우기엔 좀 아쉽겠지만..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보여*^^* 근데 테디베어 말야~~제주도가 지데룬데 ㅋㅋㅋ -
♧ forest 2007.12.31 14:00
참, 사진도 좋고 글도 너무 재미나구...
한참 입가에 빙글빙글거리면서 읽었네요.
행복한 사진과 글은 읽는 사람도 덩달아 즐거워진다는.. 고맙습니다.
테디베어에서 인형도 하나씩 샀나 보네요.
사실 테디베어 인형은 어른인 저도 하나 사고 싶던걸요.^^
난민 수준이라는 사진에 보면 채윤이 앞에 밥솥뚜껑 같은게 있어서 더욱 난민스러워요.ㅎㅎㅎ-
그 밥솥 같은 건 차 트렁크에 있던 악기거든요.ㅋㅋㅋ
아닌 게 아니라 채윤이의 옷 색깔과 함께 난민스러움의 극치는 그 솥뚜껑이네요.
전시장 다 돌고 나오면서 스스로들 알아서 '엄마! 비싼 거 말고 아주 작은 거 하나만 살께. 제발 사 줘' 이러면서 애들 둘 다 손바닥 만한 테디베어를 하나 씩 고르는 거예요. 아예 하나도 사주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그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생각해보니 한 번도 부모님이 계획하지 않은 곳에서 계획하지 않은 선물을 사주시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났어요. 늘 졸라도 졸라도 안(못) 사주셨죠. 그 생각이 나서 하나 씩 사줬어요.(지들이 최근에 번 돈으로 사줬는데 디게 고마워해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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